아침에 일어나도 언짢은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ㄱ가 ㅈ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집에서는 통화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오후에야 친구의 사무실에서 ㅈ의 화실로 전화를 했다. "화실 ㅇㅇㅇㅇ입니더." ㅈ가 전화를 받았다. ㄱ은 다짜고짜 간밤에 쓴 글을 읽어주었다. "니 어제 '라스베가스' 갔다 왔제?" 듣고난 ㅈ가 대뜸 하는 말이었다. 이건 웬 족집게? "니가 어제 '뽕 맞은 넘들(뽕 브라더스)' 만난다 캤잖아. ㄴ 글마 요새 '라스베가스' 댕긴다 카드라꼬. 그래가 내 니 델꼬 거어 갔던강 싶었지. '밑구녕'은 그집 여사장 트레이드 마크다, 아나. 자기집 가시나들 쫌 살살 다뤄달라 안 카드나?" 이걸 웃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은 ㄱ이었다. "아니, 니도 거어 가봤다 말이가?" "그래. 두어 번 가봤지." "니가 무슨 돈으로?" "나는 술 사줄 사람 없는 줄 아나, 임마!" "......" ㄱ은 가슴이 답답했다. '니도 했었냐?' 물으려는데 ㅈ가 먼저 자수(?)를 했다. "야아, 거기 가시나들 써비스 끝내주더라! 요분질 죽이드라꼬. 히히히!" "이 씨봉넘아, 내가 그런 거 얼매나 싫어하는지 알제?" "알지, 임마." "그런데 그라나, 씨봉넘아?" "니 인생은 니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인데 와, 임마." "그기 인생의 문제가, 시봉넘아? 매매춘은 돈 주고 사는, 합법을 가장한 강간이고, 젤로 자본주의적인 더러븐 가짜 선행이라꼬 내가 늘상 그랬제?" "그래. 돈 주고 하는 거에는 학실히 강간의 요소가 있어. 그라고 돈으로 여자를 도와준다는 느낌도 있고. 어차피 돈이 필요한 여자들 아니가. 시급으로 따지면 엄청나지. 그래도 그게 불륜은 아니잖아, 임마!" "그기 와 불륜이 아닌데, 임마? 한 인간을 돈으로 사는 게 윤리적이가, 임마? 그래 도와주고 싶으머 돈만 따로 주든지, 임마." "나는 그래 생각 안해. 어차피 노동력이란 거는 시간으로 환산되는 거 아니가. 나는 그 여자의 전부를 산 게 아니고, 그 여자의 시간을 산 거지. 그것도 몇 시간만. 많은 돈을 주고. 그런데 윤리까지 따질 거 머 있노. 돌아서머 누가 누군지 알 필요도 없는 관곈데." "우쨌거나 섹스는 인간이 누려야 할 젤로 명랑한 행윈데 그기 머꼬? 둘이 같이 좋아야 명랑이지 어느 한 쪽은 괴로우머 그기 명랑이가, 시봉넘아?" "그라머 우짜는데, 임마? 니 말대로 잘나고, 말빨에 글빨까지 쎈 니는 평생 돈 주고는 안할 거를 내가 믿어. 그거는 니 자만심부터가 허락을 안할 끼고. 여자 꼬시다 꼬시다 안되머 그 여자 생각하믄서 ㅇㅇㅇ를 치면 치지 여자를 돈 주고 살 놈은 아니지, 니는. 여자한테도 지 생각하믄서 자위하라 카는 놈이니까. '그대 영혼의 속살까지 내 생각으로 늘 촉촉히 젖어 있었으면 좋겠어!' 이라면서. 어디서 그런 문구가 나오는지. 니는 진짜 연애천재다, 연애천재야. 그런 머리 반만 글 쓰는데 쓰먼 바로 대문호될 낀데......" "이 시봉넘아, ㅇㅇㅇ가 머꼬, ㅇㅇㅇ가? 점잖지 몬하구로. 내가 이 나이에 그런 거 할 사람이가, 시봉넘아? 그라고 남으 연애편지 훔치보는 거는 깜빵갈 일 아니가? 인지람도 고발했뿌까, 시봉넘아?" "됐고! 마음만 묵으머 여자들 척척 꼬시는 니하고는 다르게 재주가 없거나, 시간이 없어가 여자를 사는 넘들은 절때로 그걸 불륜이라꼬 생각을 안해. 색다른 술 한 잔 마셨다꼬 생각하지. 나도 뭐든지 돈으로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지 불륜이라고는 생각 안하고. 여자들도 그럴 꺼야. 그런 데에 다니면 잔소리는 해도 이혼하자 카는 여자는 없을껄. 그런 거를 불륜이라꼬 생각하는 니는 너무 극단적이야. 니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거 그거도 치아라. 이광주, 서정수 같은 친일파들으 정신적 문하생들이고, 제자들인 현 문단의 중진이자 심사위원들이 니 소설을 뽑아줄 거 긑나? 친일파들 완벽하게 숙청하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소설을? 그거는 결국은 자신들을 부정하는 일인데? 내가 심사위원이라도 안 뽑아준다. 그거 치아뿌고 마누라를 사랑하믄서도 매매춘을 하는 남자들 내면의 이중심리, 그런 남편을 묵인하면서도 다른 남자를 꿈꾸는 여자들의 이중심리, 이런 거나 파고들어가 써봐라. 대작될 끼다. 지금처럼 여자들 욕망은 거세해가 결혼제도 안에 가돠가 소유권을 학실하게 해놓고, 남자들은 창녀촌 만들어가 거어서 잉여 여자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공동체를 원활하게 운영할라는데 니 같은 껄떡쇠가 나타나가 여염집 여자들의 욕망에 불을 붙이는 그런 내용도 좋고. 니 전문인 거 말이다." "...... 안된다. 그거는 나중에. 지금은 이거 써야 돼!" "알았다. 그거는 니 찔대로 하고. 그라고 오늘 그 시는 내 나름대로 평까하자면 돈과 욕망의 상관관계나 그런 여자들의 아픔과 고단함은 가슴에 와 닿는다만 역시 니는 안하무인이다. 니만 자본주의의 더러움을 알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자의식 과잉 아니가? 물론 니 딴에는 강조하고 싶은 지점이 있었겠지만...... 참, 니, 그 가시나들 불쌍해가 울지는 안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