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앞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경성-선덕 선수들[사진=영상 캡쳐] |
지난 21일 벌어진 경성고-선덕고의 경기는 내용면에서는 박진감 넘친 멋진 승부였지만 학생선수들 답지 않은 상황이 발생, 옥의 티가 됐다.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경기 종료 30초 전 양 팀의 선수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경성은 게임 종료 1분쯤을 남기고 파워플레이 기회를 맞이했다. 수세에 몰린 선덕은 포워드 김예준이 퍽을 가로채 천금 같은 득점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김예준의 슛은 경성 골리 서준영의 선방에 막혔다. 퍽이 튕겨 나오자 이어진 리바운드 슈팅은 경성 수비수 이준환이 몸으로 막아냈다. 김예준이 스틱으로 퍽을 밀어 넣으려는 순간 경성 선수들은 이를 저지하려고 필사의 노력을 했다. 그 때 경성고 안재인이 주먹을 날렸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
흥분한 선덕고 선수들이 안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경성 최운재가 안재인을 도우려 나서면서 양팀 선수들은 경성 골문 앞에서 몸싸움과 주먹다짐을 계속했다. 주심이 세차례나 휘슬을 불며 제지하려 했지만 선수들을 떼어놓지 못했다.
선덕고의 김영우가 안재인을 뒤에서 잡은 상태에서 김예준은 안재인을 계속 가격했다. 심판의 마지막 휘슬 이후 주심은 무더기로 페널티를 부과했다. 약 10분 간 게임이 중단 된 것이다.
나재웅주심은 경성 안재인에게 러핑 반칙과 게임 미스컨덕트, 최운재는 딜레이, 러핑에 미스컨덕트, 채정오는 러핑 반칙을 줘 2분간 퇴장당시켰다. 또 선덕은 김예준이 러핑과 게임 미스컨덕트, 이창하가 러핑, 김영준이 러핑으로 각각 2분 퇴장 징계를 받았다.
경성-선덕 선수들 난투극 장면 |
장원용 경성고 감독은 "안재인에게 주어진 반칙은 수용한다. 하지만 심판이 제지하는 상황에서 안재인을 가격한 김영우와 김예준에 대한 반칙은 너무 경미하다"고 했다. 장감독은 "협회에 제소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결정적인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주심의 판정은 너무나 아쉽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심스럽다"고 했다.
심판과 상대팀 선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관중(학부형)의 모습도 썩 보기 좋지 않았다. 매너 없는 관중 또한 심판이 퇴장시킬 수 있다.
몸싸움이 심한 북미하키에서도 학교팀 경기는 모범적이어야 한다. 심판 휘슬에 절대 복종한다. 주먹질을 하다가도 상대가 넘어지면 싸움을 멈추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한국은 몸싸움은 심하지 않으면서도 집단 난투극은 너무 자주 일어난다. 1대1 싸움에 가세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다.
지난 4월 고양세계선수권대회 때 국제연맹(IIHF) 심판진들은 한국의 휘슬에 대해 많은 점을 지적해 줬다. 헬멧이 벗겨져 엎드려 있던 선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행동은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될 반칙이다.
권오술 협회 심판이사는 "심판이 보지 못한 장면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상을 근거로 추가징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관중도 욕설을 자제함으로써 선수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