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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 안에는 달빛 왕국이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99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5/11 09:30:1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복연나는 달빛 신민이었다

 

 

 

대구광역시 불로동에는 고분군이 있고

그 안에는 달빛 왕국이 있다

삼국시대 즈음

확실하지 않는 어느 고대부터 지금까지

달을 숭배하는 그 곳은

달 모양으로 빚은 수백 채의 봉분들

또 집집마다 태기가 있거나 만삭이어서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내가 숨이 먼저 차는 그 곳은

기이하게도 생리혈 비치는 날인데

이런 몸끌림의 난감함도 잠시

이미 나는 달빛 신민이었던 것처럼

복식호흡은 물론이고 내 몸 구석구석

내가 모르는 어느 전생의 슬픔까지 적시는

무장무장한 달빛

결국 나는 만월로 둥둥 떠

하염없이 고요하거나 깊어지는 것이다

이런 다음날은 어김없이

고분 한 채가 사라지거나 늘어나는 것을

달빛을 밴 나만 알고 있다







2.jpg

이재무소리에 업히다

 

 

 

자지러지는 풀벌레울음의 들것에 실려

둥둥풀밭을 떠내려간다

장대비로 쏟아지는 매미울음의 수레에 실려

후끈 달아오른 자갈길 시원하게 내려간다

젖어 무거운 생 가볍게 업고 가는

소리의 뒷등 멀찍이 바라다본다







3.jpg

김운향여자

 

 

 

나비들은 저마다

꿀만 탐하다가 날아갔다

꽃은 날아가려다 말고

이젠 아름다운 별만을 쳐다본다

 

그립다 외롭다 말 못하고

홀로 바람 속의 말씀만을 듣는다

오늘도 늑대 울음소리 들리는 이 벌판에서

꽃은 그래도 아름다운 별의 말씀만을 듣는다







4.jpg

김양수솟대

 

 

 

그리움보다 더 깊은 어둠이 있을까

기다림보다 더한 목마름이 있을까

외로움보다 더 긴 메아리가 있을까

 

나는 오늘도

바람의 끝을 따라

투명한 솟대를 돋운다







5.jpg

류영구그렇지만

 

 

 

헛되고 헛되며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늦게까지 전도서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박꽃이 하얗게 달빛 먹고 피어있는

초가지붕 이어진 골목길을

누군가 옆에서 내 손을 꼬옥 잡고

함께 걸어갔다

 

창밖 새벽 새소리가 나를 깨웠다

꿈이었다

그렇지만 청아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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