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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게시물ID : lovestory_899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5/09 22:33:5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강승남친구

 

 

 

오래간만에 대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니

모두 다 대학생이 된다

 

삼십 년 전 그날로 돌아가

대학생처럼 낄낄거린다

 

얼마 전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서는

모두가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이 든 게 아니다

대학교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잠시 헤어져 있었을 뿐

 

중학교 때나 국민학교 때 친구들과 만나면

나는 금세 코흘리개 어린애가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더 먼 옛날로 돌아가

나 태어나기 전의 친구들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다시 어린 나무가 될 것이다

나뭇잎에 앉아 놀던 순한 바람이 될 것이다

 

아무런 걱정이 없던

그 오랜 날들의 친구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2.jpg

김윤현봄맞이꽃

 

 

 

추운 겨울이 있어 꽃은 더 아름답게 피고

줄기가 솔잎처럼 가늘어도 꽃을 피울 수 있다며

작은 꽃을 나지막하게라도 피우면

세상은 또 별처럼 반짝거릴 것이라며

많다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높다고 귀한 것은 더욱 아닐 것이라며

나로 인하여 누군가 한 사람이

봄을 화사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고 사는 보람이 아니겠느냐고

귀여운 꽃으로 말하는 봄맞이꽃

고독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며

풍부한 삶을 바라기보다

풍요를 누리는 봄맞이꽃처럼 살고 싶다







3.jpg

이성선도반(道伴)

 

 

 

벽에 걸어 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동행자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았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4.jpg

한수재목요일 늦은 밤 2호선

 

 

 

한참을 돌고 돌다 보면

서는 곳마다

그곳이 그곳인 듯

열리는 문이 다

집으로 가는 문 같은

 

목요일은 인생의 사십

가던 방향을 다시 보는 때

늘 다니던 길이 낯설어지는 때

서둘러 내리고 싶다가도 낯선 길이 두려워

어디로 어떻게 풀리든 기대고 싶은 때다

 

얼굴을 기대고

이마를 기대고

어깨를 기댄 사람들

내 집 식구 같이

털어 주고 싶은 사람들

계단 같은 사람들

 

그렇게 기댄 채

같은 길

기껏 등을 기대고 곤히 잠들

몇 평 안 되는 바닥에 닿기 위해

그렇게 올라가는 것일까

결국 기어가는 것일까

 

어둠에 덮인

계단 앞에 서면

계단이 사람처럼 보여

숨을 몰아쉬면

딱딱한 곳이 아니라도

사방이 아프다







5.jpg

민병도동그라미

 

 

 

사는 일 힘겨울 땐

동그라미를 그려보자

아직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있어

비워서 저를 채우는 빈 들을 만날 것이다

 

못다 부른 노래도

끓는 피도 재워야 하리

물소리에 길을 묻고

지는 꽃에 때를 물어

마침내 처음 그 자리

홀로 돌아오는 길

 

세상은 안과 밖으로 제 몸을 나누지만

먼 길을 돌아올수록 넓어지는 영토여

사는 일 힘에 부치면

낯선 길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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