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처음보는 방에 나홀로 앉아있었다.
"나는 누구고 왜 여기에 있는거지"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여자가 들어오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약 드실 시간이에요" 그리고는 나에게 알약과 물을 한잔 주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약을 입에 넣고 삼키는 척을 했다.
여자는 내가 약을 먹은 줄 알았는지 웃으며 말을 몇마디하고는 다시 방을 나갔다.
나는 입술 뒤에 끼워놓았던 약을 뱉었고 한번 천천히 확인해 보았다.
T A R I C E P? 처음보는 글자인지 기호인지 모를 것이 적혀있었고 뒷면에는 5가 적혀있었다.
숫자 5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정체불명의 약을 나는 밟아 으깨버렸다.
약을 으깨 땅에 비비고 있잖이 여러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이름, 내가 살던 곳등이 기억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몹시 편찮으신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아버지! 어머니가 없던 나를 부족함없이 키우려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돈을 벌로 다녔던, 지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그렇게나 열심히 일하시던 아버지!
오직 나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생각않고 일하다 결국 앓아 누우신 우리 아버지!"
어서 빨리 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바삐 돌아가야 한다.
나는 창문을 넘어 방을 빠져나왔다. 전혀 높지 않은 위치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발목이 아파왔다.
하지만 집에 혼자 누워계실 아버지 생각을 하며 나는 무작정 달려나갔다.
대문을 빠져나오니 왠 놈이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놀라고는 달려와 내 팔을 붙잡았다.
그 놈이 나에게 뭐라뭐라 씨부렸지만 나는 그 놈의 얼굴에 주먹을 먹이고 다시 달렸다.
뒤를 돌아보니 그 놈이 아연실색한 얼굴로 나를 멍하니 쳐다 보고 있었다.
밖에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내가 사는 마을이었고 나는 우리집을 향해 달렸다.
생각만큼 빠르게 갈 수는 없었다. 조금만 뛰어도 힘이 부쳤고 결국 반도 못가고 땅에 주저 앉아 헐떡였다.
숨을 가다듬고 있잖이 저 멀리서 아까 그놈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하는 수없이 제대로 된 길이 아닌 뒤에 있던 산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갔다.
온몬이 쑤셔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산 속에 있는 작지만 아늑한 그리고 아버지가 계신 우리집에 도착했다.
나는 기쁜 마음에 집문을 힘차게 열었고 이내 절망했다.
아무도 없고 그저 주인 없는 가구들만이 천천히 썩어가고 있는, 폐가가 되어 있던 것이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았고 한참을 그러고 있었고 문뜩 반짝 빛나는 것이 떨어져 있는게 보여 그것을 주웠다.
어머니의 유품인 손거울이었다. 나는 손거울에 앉은 먼지를 손으로 쓱쓱 닦고 거울속을 보았다.
거울속에는 내가 그토록 찾던 아버지가 계셨다.
내 몸은 얼어붙었고 가만히 앉아 계속해서 거울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있으니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나를 감싸 안았다. 놀라서 뒤를 보니 아까 그놈인 것이었다.
그놈이 나를 감싸 안고는 내 등에 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리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나를 껴안고 울더니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나에게 호소 하듯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아버지! 더 이상 이곳에는 아무도 안 계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