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번역괴담][2ch괴담]확원
게시물ID : panic_89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KRKO
추천 : 37
조회수 : 388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8/10 23:33:48

옛 이야기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이던 해 7월.


집에 돌아오니 대만에서 엽서가 와 있었다.




지지난주 주말부터 바이크 동료이자 나비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 사사이가 약혼자와 함께 대만에 갔던 터였다.


산에 나비를 채집하러 간 것이었기에,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적어놨나 싶어 쓱 훑어보다가 나는 아연실색했다.


거기에는 "저희 결혼합니다. 양 미키(옛 성 이와모토)" 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사사이의 약혼자가 대만풍 신부의상을 입고, 본 적도 없는 남자와 생긋 미소짓는 사진이 함께 붙어 있었다.


사사이와 미키는 5년 넘게 사귄데다, 다음달 약혼하고 내년 초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결혼이라니, 그럼 사사이는 어떻게 된거지?




당황해서 나는 사사이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사사이 본인이 받았다.


전화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큰일이니,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사사이네 집 앞 현관 앞에서 나카무라와 만났다.


방에 들어가니 오쿠노가 먼저 와 있었다.


마에다도 곧 온단다.




다들 바이크를 같이 타던 동료들이다.


마침 마에다가 가져온 술과 안주 덕에, 왠지 모르게 술자리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나른한 듯 아무 말 없던 사사이였지만, 술기운이 돌자 슬슬 입이 풀리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오늘은 가지 말자고 하더라. 날씨가 안 좋다고. 하지만 여행 일정은 정해져 있으니까 마음이 급해졌어. 날씨만 괜찮으면 어떻게든 채집하러 가고 싶더라고. 무리해서 산에 들어갔지.]


사사이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나비가 다니는 길을 쫓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안개가 나왔어. 나와 가이드는 함께 있었지만 미키가 혼자 뒤떨어지고 말았지. 정말 엄청 심한 안개라 바로 앞도 보이질 않아 찾으러 다닐 수도 없더라. 둘이서 열심히 미키를 불렀지만 대답도 없었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사사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와중에 점점 화가 나더라고. 왜 옆에 없는거야 바보 같으니 하고... 이렇게 부르는데 대답도 안하다니 제정신인가 싶고 말이지. 안개가 개이고 나니 미키는 한 5m 떨어진 곳에 있더라. 하지만 나는 화가 날대로 나서 얼굴도 보기 싫었어. 화를 잔뜩 내고 맘대로 하라고 외쳐버렸지. 그랬더니 그 녀석, 호텔에서 뛰쳐나갔어. 그리고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몰라.]


달이 바뀌고, 미키가 돌아왔다.




임신을 했기에, 아이는 일본에서 낳으려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임신은 그리 쉽게 하는 것인가.


기묘하게도 미키는 내게 계속 연락을 했다.




나는 사사이의 친구인데다, 미키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녀는 계속 내 주변에서 맴돌았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한테도 인정 받지 못한채, 열이 펄펄 올라 눈물 지으며 바라보니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당시 그녀가 내게 의지하는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 탓에 당시 사귀던 토모미와는 싸우고 헤어졌고, 미키네 부모님은 내가 애 아버지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으니 나한테는 설상가상이었지.




미키에게 변화가 나타난 것은 해가 바뀌어 3월 말이 될 무렵이다.


눈에 띄게 불룩해진 배에 손을 올리고, 종종 사사이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기묘하게도 사사이도 나에게 미키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그때까지는 이름이라도 꺼냈다간 경을 칠 정도로 화를 냈었는데도.


사사이와 미키가 서로 화해를 하고, 통화한 후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기묘하게도 그 1년간, 아이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편지는 왔지만 정작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5월, 점차 미키의 안색이 어두워져 갔다.


대만에 있는 남편과 여기 있는 옛 남자친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걸까.




하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키는 점차 [아기 낳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왜 사사이군하고 그런 사소한 일로 다퉜던 걸까. 왜 그 사람하고 결혼하기로 했던걸까. 전혀 모르겠어. 그리고 나, 이 아기가 무서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무서워.]




[분명 첫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한 걸거야.]


그렇게 달래줬지만, 여자가 아니니 내가 다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냐, 이 아이는 평범하지 않아. 난 알고 있다고.]




기분 탓일거라고 달래줬지만, 미키는 무척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예정보다 일주일 먼저 태어났고, "타이이치" 라는 이름을 얻었다.


양씨가 편지로 이름을 지어줬던 것 같다고, 사사이가 말해주었다.




미키는 아무래도 양씨와 이혼하고 사사이와 재결합하고 싶어하는 모양새였다.


그 이상은 내가 끼어들 일도 아니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나도 새 여자친구가 생겨, 나름대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달 정도 지난 어느날, 갑작스레 사사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키가 집에서 날뛰고 있어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둘러 달려가보니 미키가 아우성치며 집안 물건들을 내동댕이치고 있었다.




미키네 부모님은 어찌 할줄 모르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사사이는 타이이치를 감싸안고 있었다.


몸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미키를 멈추려 하는 나에게, 사사이는 타이이치를 건네주었다.


곧이어 사사이가 미키를 끌어안자, 그제야 미친 듯 날뛰던 미키가 멈췄다.


이 소란 중에도 타이이치는 한번 울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야?]


내가 사사이에게 묻자, 미키는 고함쳤다.


[시끄러! 전부 그놈 때문이야. 그 저주받을 애새끼 때문이라고! 저런 것 따위 낳지 말아야 했어! 저건 괴물이라고!]




[야! 너 해도 될 말이랑 안 해야 할 말 구분도 못해!]


나는 철이 들고 처음으로 여자 뺨을 때렸다.


하지만 미키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너따위가 뭘 알아! 괴물을 괴물이라고 말하는 게 잘못이야? 이제 됐어. 그딴 놈 필요하면 너한테 줘버릴테니까. 당장 그놈이랑 내 눈 앞에서 꺼져!]


[알았다. 타이이치는 내가 맡지. 너희랑은 이제 만날 일 없을거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아기한테 무슨 악담을...


구석에서 어쩔 줄 모르고 굳어 있는 미키의 부모님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나는 생후 2개월 된 타이이치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아이를 혼자 돌볼 수 있을리 없다.




미키의 노이로제도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잦아들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어머니에게 사정을 말하고 타이이치를 맡겼다.


어머니는 기분 좋게 아이를 맡아 주셨지만, 신경 쓰이는 말을 한마디 하셨다.




[이 아이 부모는 평범한 사람들이니?]


[왜요?]


어머니는 영감이 강하다.




[이 아이, 아직 이렇게 어린데도 이마에 눈이 열려있지 뭐니?]


실제로 눈알이 있는 건 아니다.


어머니가 말하는 "이마에 있는 눈" 이란 영능력적인 눈이다.




그게 이미 완전히 열려 있을 뿐 아니라, 그 힘이 강력해 격이 다를 정도라는 것이었다.


나한테는 전혀 모를 일이지만.


[주변에 이 아이랑 비슷한 정도는 되는 어른이 있어주지 않으면 불쌍한 꼴이 될 거 같구나. 우리 아이라면 한동안 닫아두겠지만 남의 집 아이한테 멋대로 그럴 수도 없고... 어쩐지 벌써 꽤 심한 일을 당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어머니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타이이치는 손을 뻗어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괜찮아. 이 할머니는 타이짱한테 나쁜 짓 안 하니까.]


타이이치는 얌전한 아이라, 당시 고3 수험생이던 동생놈 공부에도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놈이 타이이치를 돌보겠답시고 달라붙어 어머니가 주의를 줄 정도였지.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미키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 타이이치는 잘 웃게 되었다.




한달 가량 지나, 왠지 모르게 우리 집에서 계속 타이이치를 맡아도 될 것 같다 싶을 무렵이었다.


미키와 사사이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한밤 중 드라이브를 하다 커브를 잘못 꺾어 차가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차는 그대로 불길에 휩싸였고, 두 사람도 그대로 죽었다고 한다.


사사이가와 이와모토가 두 집안의 상담 끝에, 두 사람의 장례식은 합동으로 치뤄지게 되었다.


내가 장례식장에 찾아가자, 미키네 부모님이 달려왔다.




내일 양씨가 찾아와 타이이치를 데려가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었다.


미키는 이혼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 듯 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기구한 꼴에 놓인 타이이치가 불쌍했다.




하지만 부모도 아닌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장례식날, 나는 타이이치를 안고 시간 빠듯하게 출석했다.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이즈미 누나가 내 곁에 앉았다.




타이이치는 어린데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있었다.


이와모토가 사람들 쪽에, 이상한 분위기의 남녀가 있었다.


남매인 듯 했지만 뭐라고 말해야할까...




고개에서 쉬고 있을 때 한바탕 불어오는 바람처럼 투명한 느낌이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혹시 저게 미키 남편이야?]


이즈미 누나가 내게 속삭였다.




[아마. 나도 작년에 사진으로 봤을 뿐이니까요.]


장례식은 순조롭게 끝났고, 관은 영구차로 들어갔다.


가까운 친족들은 화장터까지 동행하는 모양이다.




우리를 향해, 아까 그 두 사람이 조용히 걸어왔다.


[이번에는 아내와 아이 일로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양씨의 일본어는 정확하고 막힘이 없었다.




[아들을 데리고 돌아가려 합니다. 정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옆에 서 있던 여성도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 뒤, 타이이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타이이치는 한번 내 셔츠를 꽉 잡더니, 여자에게 안겼다.




떠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이즈미 누나가 문득 말했다.


[너, 확원이라는 거 알아?]


[그게 뭔데요.]




[중국 산속에서 나오는 요괴야. 종종 인간 여자를 취해서 애를 배게 한 다음, 마을로 돌려보내지. 보통 18살이 되면 아이는 스스로 산에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만약 아이를 임신한 여자가 아이를 키우려하지 않으면... 확원에게 살해당하는거야. 확원이 인간 세상에 나올 때면 양씨 성을 쓴다고 하더라.]


나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옛날에는 촉나라 쪽에 있었다고 하지만 말이야, 이렇게 세상이 어지러우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사는 놈들도 꽤 있지 않을까?]




그건 이즈미 누나의 블랙 조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티스토리 블로그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1051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