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안 문댄서 -3- 크러쉬 가의 아침 식사는 시크릿과 그의 여동생과 어머니가 함께 한 자리를 한다. 그의 아버지는 출장을 가 있을 때가 많아 이렇게 세 마리가 함께 있는 것이 보통이다. 시크릿은 졸린 눈으로 접시에 담긴 감자 샐러드를 퍼 먹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접시에 처박으며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벽을 세웠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칠까 음식을 먹고있는 중에도 감자 샐러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벽을 무시하고 대화를 열기 시작하는 건 그의 어머니였다.
"어제도 술을 마시고 온 것 같구나, 시크릿."
어머니가 말했다. 항상 대화의 시작은 일상적인 대화였다. 평범하고 다정한 어머니가 흔히 물을 수 있는 주제로 그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그 주제는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일이었다. 시크릿은 못들은 척 무시하고 싶었지만 식사를 멈추고 그의 눈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까지 무시 할 순 없었다.
"그냥. 친구랑 한 잔 했어."
"윽. 술 냄새."
그의 여동생 캔디 크러쉬가 코를 집는 시늉을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자주 술을 마시는 것 같은데?"
시크릿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밥이고 뭐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다.
"실크가 마시자고 해서."
사실 어제도 술을 마시자고 제안한 건 시크릿이었다. 그 날 있었던 일의 충격을 사이다 없이는 버티지 못했다. 시크릿은 어젯밤 사이다를 마시고 꼴불견일 정도로 심하게 실크에게 메달렸었다. 이제는 다 끝장이라고 울기도 하고 이게 다 네 조언때문이라고 느닷없이 화내기도 하고 화낸 다음엔 화내서 미안하다며 다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실크는 어제도 시크릿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울고불고하는 시크릿이 불쌍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의외로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2년동안 문댄서의 뇌속에 없던 네 모습이 바로 어제 자리잡게 되었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는 한 시크릿에게 한 두번쯤은 시선이 가게되고 이제껏 몰랐던 존재가 신경쓰이게 될 거라고 해주었다. 시크릿은 남게된 그 이미지가 최악인게 문제라고 반박했지만 이미지는 사소한 계기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처음부터 호감인 것 보단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변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대답해주었다. 시크릿은 그 말에 금세 기분이 풀렸지만 아침이 된 지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였단걸 알게 되었다. 문댄서가 자신에게 더 이상 신경 쓸 가능성도 없었고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뀐다는게 그렇게 쉬운 얘기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서를 그만두겠다는 그의 다짐은 꺾이지 않았다.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이제 언제 쯤 정신 차릴래?"
어머니의 태세전환은 생각보다 빨랐다.
올 게 왔구나.
시크릿은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고 감자 샐러드를 먹었다.
"뭐가."
"뭐긴 뭐니. 그 쓸데없는 일을 관두고 다시 공부를 해야지."
그녀가 쏘아붙히며 말했다.
"내가 다 알아서 할거야."
시크릿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는 대꾸할 의욕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하던 그의 어머니가 하는 말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신을 못차려서 그래. 한 번 가드로 보내야 한다니까."
캔디가 말했다.
시크릿은 귀에다 감자샐러드를 막고 싶었다.
"네 동생을 좀 보렴. 저번 학기에 성적이 우수해서 오라는 대학이 줄을 섰다더라. 얘는 너보다 안좋은 학교에 너처럼 유명한 유니콘에게 개인 과외도 붙혀주지 못했는데 훨씬 더 잘하잖니."
어머니가 선택한 레퍼토리는 '비교'였다. 그 대상은 당연히 자신과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여동생이었다. 잔소리의 소재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하고, 귀에 박힐 지경이었다.
"그러니 난 포기해. 난 해도 안되는거니까."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하니?"
어머니가 기가 차단듯 목소리를 높였다.
"네 동생도 어렸을 땐 마법을 못 썼지만 지금은 얼마나 잘하니? 네가 정신만 차리면 돼. 너는 정말 뭐가 되려 그러니?" "집에서 내쫓아야 해."
어머니와 캔디가 양쪽에서 말했다. 시크릿은 감자 샐러드를 먹지 않고 포크로 짓눌러 으깨기만 했다.
"너는 왜 그렇게 고집이 세니?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그녀가 푸념하듯 말했다.
"고집?"
시크릿이 더 이상 가만히 들을 수 없었는지 그녀를 마주봤다.
"엄마는 내가 일부러 마법을 배우기 싫어서 안배우고 고집을 피우는 것 처럼 보여? 내가 노력만 하면 마법을 쓸 줄 아는데 20년 넘게 마법을 못쓰는 척 한다고 생각하는거야?"
시크릿은 가급적 말싸움을 하기 싫었다. 지긋지긋한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다 네가 노력하기에 따라 달린거야. 네 여동생을 보렴."
시크릿은 말을 말자고 결론지었다. 말해봤자 답답해지는건 자신뿐이었다.
"그리고 그 도서관 일은 빨리 좀 그만두렴."
결국 그녀의 목적은 하나였다. 상대방의 의견은 묵살하고 자신의 의견에 따르게 하는것. 시크릿은 집에 있기 싫어서라도 도서관 사서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졌다. 시크릿은 포크를 접시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근할게."
시크릿이 말했다.
"엄마가 제발 부탁한다. 이제 그 도서관 일은 그만두고 공부 좀 하렴. 응?"
그녀는 다정한듯 했지만 강압적으로 말했다. 시크릿은 대답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도착한 그는 인사처로 먼저 갔다. 쓸데없이 망설이기 전에 행동을 강행하고 싶었다. 그는 인사 담당을 하는 포니에게 다가가 사서일을 더 이상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예? 왜요?"
포니는 놀란 듯 물었다. 2년동안 아무 탈 없이 사서일을 잘 수행해오던 시크릿의 갑작스런 사직이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시크릿은 '이 달의 우수 사서'에 자주 뽑힐 정도로 손님에 대한 친절과 업무 능력이 출중한 직원이었다. 시크릿 자신은 잘 모르는 듯 했지만 그는 사서들 사이에서 평판이 높은 편이었다. 그녀가 시크릿의 사직을 막을 생각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유는 알고 싶었다.
"그냥... 더 이상 다닐 의미가 없어져서요."
하루아침에 정하긴 했지만 그는 되돌릴 생각은 없었다. 더 이상 사서로써 문댄서와 접점이 있을 것 같다란 생각이 없어진 지금 사서를 하는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이 사실을 2년에 걸쳐서 알게되다니 시크릿은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래요...?"
포니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우선은 대답했다. 사정이 있어보였지만 그렇게 친하진 않아 꼬치꼬치 캐묻는게 부담스러웠다. 2년동안 묵묵히 일해 온 직원이 하루 아침에 관둔다니 그녀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관두실 거죠?"
포니는 서류를 들춰보며 말했다.
"그냥... 최대한 빨리 할수록 좋은데요."
시크릿이 말했다.
"오늘 관두는 건 조금 곤란하고... 일주일 뒤는 괜찮나요?"
"일주일이라..."
도서관에서 대체 직원을 찾아야 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살짝 일렀지만 시크릿을 배려해 최대한 시간을 앞당겨 주었다. 정 안되면 다른 구역에 있는 사서들을 나누면 됐다.
"정말 급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
"아뇨, 괜찮아요. 일주일 좋네요."
시크릿이 말했다. 일주일 정도면 정리하기엔 적당한 시간이다. 앞으로 무슨 핑계를 대며 집을 빠져나올지 생각도 좀 할 필요가 있었다. 여동생도 방학을 한 마당에 백수로 하루종일 여동생과 어머니와 한 집에 있게 된다면 머리가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예. 그럼 이 서류를 작성해주셔서 제게 내일까지 가져오시면 돼요."
포니는 시크릿에게 서류 한 장을 건냈다.
"감사합니다."
"저기 근데."
사무실을 나가려던 시크릿을 포니가 불렀다.
"왜죠?"
시크릿이 말했다.
"정말 그만두시는 건가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는 아직도 이유에 미련이 남았는지 물었다. 시크릿은 대답하길 망설이다 말했다.
"이제 공부해야 하거든요."
시크릿은 인사처에서 나와 자신의 구역으로 돌아왔다. 막상 관두다니 아쉬움이 아예 없는건 아니었다. 나름 적성이라고 생각 했을 때도 몇 번 있을만큼 이 일에 적응을 해왔었다. 아마 가족의 끈질긴 반대가 없었더라면 굳이 문댄서가 없었어도 계속 이곳을 다녔을지도 모른다. 서류는 형식적인 절차를 위한 몇가지 인적 사항을 적는 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빈칸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2년이라는 시간에 비해서 순식간에 완성된 서류는 굉장히 초라했다.
시크릿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제 이 서류를 제출하면 자신은 일주일 뒤 부터 이 도서관에 나오지 않아도 됐다. 정말로 그게 잘된 일 일까? 시크릿이 고민에 빠졌다. 너무 성급하게 정해 자신의 판단력이 흐려졌는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봤다. 도서관을 관두면 그 이후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지게 될까 의문을 던져보았다. 시크릿은 도저히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부모와 여동생에게 치이는 삶을 사는것도 매일 문댄서 뒤꽁무니만 쳐다보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어느 쪽을 선택하라고 해도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반납이요."
시크릿이 생각에 잠겨 서류를 작성하는 새에 개관 준비를 할 시간이 지나 버렸다. 어느 새 개관시간이 지나고 첫 손님이 들어와 그의 앞에 반납 할 책을 수북히 올려두었다.
"아. 예. 잠시만요." 시크릿은 서둘러 책들을 살펴보고 반납을 해주었다.
"반납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크릿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가 고개를 올리자 그제서야 책을 반납한 포니가 문댄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인사가 나왔지만 누군지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댄서라는 것을 알아버린 지금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딸꾹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시크릿은 문댄서의 시선을 피하며 바쁜 척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동작은 너무 어색해 바보같이 보이기만 했다. 놓여있는 책을 들었다 다시 제자리에 놓고 정리된 서류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곧바로 자리를 떴을 문댄서가 오늘은 이상하리 만치 오래 머물렀다. 설마 어제 일 때문에 기분 나빠 하는 건 아닌가 시크릿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문댄서를 올려다 보았다.
"그 책."
문댄서가 말했다.
"예?!"
시크릿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히려 시크릿의 반응에 문댄서는 흠칫 놀랐다.
"죄,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시죠?"
시크릿이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문댄서가 먼저 말을 거는 일은 바라본 적은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일어나니 기쁘기보단 당혹스러웠다.
"그 책 말이에요."
문댄서가 책상위에 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 책은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한가할 때 읽으려고 집에서 가져온 책이었다.
"그 책 대출되죠? 예약된 포니 없죠?"
문댄서가 시크릿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시크릿은 문댄서의 적극성에 숨이 멎어버릴 지경이었다.
"이... 이 책이요?"
시크릿이 책을 띄우며 말했다.
"맞아요! 그거!"
문댄서는 책을 덥썩 움켜쥐더니 말했다.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더니 책을 품에 끌어안았다. 마치 잃어버렸던 자신의 물건을 되찾은 것 처럼 기뻐했다.
"세상에, 여기에 이 책이 있을 줄이야. 이 책은 몇 권 없어서 더 이상 못읽을 줄 알았는데."
시크릿은 어안이 벙벙했다. 문댄서가 웃는 모습을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은 도서관 책이 아닌데..."
시크릿이 말했다.
문댄서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시크릿이 가져온 책은 일반적인 유니콘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책이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해온 매우 희귀한 서적 중 하나이다. 스타스월의 업적중 알려지지 않은 마법을 담은, 일반 유니콘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책이었다. 시크릿은 어렸을 때 부터 책장에 항상 꽂혀있어서 단순한 책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럼 누구 책인데요?"
문댄서가 둘 사이에 놓인 책상을 넘어오며 다급하게 말했다. 시크릿은 놀라 뒷걸음질 쳤다.
"제가 집에서 가져온 책인데..."
"빌려주시면 안돼요?"
문댄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어... 음..."
시크릿은 말을 더듬었다. 문댄서와의 대화가 그의 머릿속에 있는 신경 세포를 불태우는 것 같았다. 이깟 책 쯤이야 얼마든지 빌려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일 것이다. 더 이상의 인연은 없고 문댄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 처럼 다시 책을 읽을 것이다. 그것으로 정말 괜찮을까. 시크릿은 책과 문댄서를 번갈아봤다.
"죄송하지만 이건 빌려드릴 수 없습니다."
시크릿이 말했다.
문댄서는 양쪽 귀가 축 늘어져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아쉽긴 하지만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도서관 책도 아니고 워낙 희귀한 책이니 모르는 포니에게 쉽게 빌려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럼..."
"대신."
시크릿이 문댄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빌려주는 건 안되지만 제가 같이 가르쳐 줄 수는 있어요."
시크릿은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말을 뱉었다. 그녀가 관심을 보인 지금 그녀와 가까워질 마지막 기회였다. 문댄서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시크릿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기 속셈이 너무 뻔히 비춰보이는 건 아닌가. 혹시라도 문댄서가 기분 나빠하면 어쩌나.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였다. 어차피 이 일이 아니었어도 자신은 문댄서를 그만 포기하려 했다. 오히려 더 뻔뻔해져야 할 때였다.
"당신이요?"
문댄서가 믿지 못한다는 듯 물었다.
"싫으세요? 싫다면 뭐."
시크릿은 책을 문댄서 앞에 두 세번 흔들다 자기 품안으로 가져가려 했다. 문댄서는 책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눈 앞에서 장난감을 흔드는 고양이처럼 얼굴이 따라 움직였다.
"자, 잠깐만요."
문댄서는 다급하게 시크릿의 앞다리를 잡았다.
"정말 같이 저를 가르쳐 준다고요?"
문댄서는 목소리가 흔들리며 말했다. 시크릿은 자신의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 다리가 풀릴 지경이었다. 문댄서는 미끼를 물었고 이제는 그가 줄을 당기는 일만 남았다.
"제가 이 책은 거의 외우다시피 봤거든요. 아마 혼자 보면 무슨 얘긴지 잘 모를거에요. 제가 다 설명할 수 있죠."
문댄서는 둘 도 없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희귀한 마법 서적을 볼 수 있는 기회라니. 더군다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포니가 책에 대해 가르쳐 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진짜죠, 그 말?"
문댄서가 웃으며 말했다. 시크릿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진심으로 웃고싶은 건 시크릿이었다.
"언제부터 가능해요?"
시크릿은 하마터면 '지금 당장 이라도 괜찮아요.'라고 말할 뻔 했다. 괜히 호들갑 떨다가 일을 망쳐서는 안됐다. 성급하게 가지 않아도 분위기가 좋았다.
"일주일 뒤에 여기 도서관 10번 스터디 룸에서 만나는 건 어때요?"
스터디 룸은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대화가 가능한 공간이었다. 깔끔하고 넓어 인기가 많아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이 있지만 하루 전에 예약해도 무방했다.
"일주일 뒤라..."
문댄서가 중얼거렸다. 시간이야 많았지만 하루 하루가 설레임에 제대로 잘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좋아요. 일주일 뒤."
문댄서는 의심없이 말했다. 시크릿은 지금 당장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니고 싶었다. 책을 구해다 준 아버지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었다.
"근데 사서 아니세요? 매일 여기에 있을텐데 만날 수 있으세요?"
문댄서가 말했다.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이 안경 쓴 사서가 똑같이 생긴 포니들이 교대하며 근무하는 게 아니라면 2년 동안 한번도 자리를 비웠던 적은 없었다. 휴가를 쓴다면 모르겠지만 겨우 책을 보여주겠다고 휴가까지 쓸 것 같진 않았다.
"사서요?"
시크릿이 서류를 꺼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방금 그만뒀어요." --------------------------------------- 시즌 6 시작하기 전엔 끝내고 싶은데 끝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