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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흐린 눈으로 보네
게시물ID : lovestory_899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5/01 15:59:3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재성흐린 눈으로 보네

 

 

 

닿을 곳 알지 못한 채

걸어 들을 지나고

걸어 마을과 숲을 지났네

때로 강을 만나고

저물녘 붉은 하늘을 만났네

무른 땅에 서서 오래 바라보는 동안

날 선 이를 가진 짐승들 발끝 할퀴고

내 몸은 더뎌 시간 쉬 흘렀네

이제 눈 흐리고 귀 어두워

어눌한 입 닫고 고개만 끄덕이네

걸어온 길 조금씩 지워져 가네

세상 조금씩 멀어져 가네







2.jpg

원무현저녁 무렵

 

 

 

저물녁 해가 미루나무에 걸터앉아 햇살을 헹굽니다

어릴 적 물고기가 빠져나간 손가락 사이로 노을

노을이 올올이 풀려 떠내려갑니다

누런 광목천 하나로 사철을 건너신 어머니

어머니께 꼭 끊어드리고 싶었던

비단폭 같은 냇물을 움켜쥡니다

이제는 밥 짓는 연기가 나지 않는 텅 빈 굴뚝을

우렁우렁 넘어오는 부엉이 울음이 맵습니다







3.jpg

조행자하오 6시의 풍경

 

 

 

하오 6시의 황혼은

길 밖에 길이 있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언제나

그 길 안에서 황홀해한다

그 길 위로 알 수 없는 노래기타소리가

흘러가고

그 길 위로 알 수 없는 인기척기침소리가

지나가고

그 길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추억

은사시나무 그림자 사이로

한때의 격정이 끓어오르고

믿음의 산책로를 걷기 위해 신을 신는 황혼의 발

내 포켓 속 짤랑거림도 기뻐하며 따라 나서는

하오 6시의 명백한 이끌림

나는 아름답고 은밀한 속삭임만을 엿듣는

세상의 귀가 되고 싶다

잘 익은 풍경 한 잔을 마시고 싶다







4.jpg

최동룡시하늘

 

 

 

별이 가득합니다

꽃밭입니다

철들어

우주의 치마폭에

떨군 눈물

캄캄한 생

문득

우러르면

당신은 희망입니다







5.jpg

이규리수평선

 

 

 

세상에서 가장

긴 자가 수평선을 그었으리라

허리나 목을 백만 번 감아도

탱 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푸른 현

 

내 눈에도 수평선이 그어졌다

바다를 떠나와서도 자꾸 세상을 이등분하는

저 높낮이와 명암들

 

수평선 건져내어 옥상에 걸면

오래 젖어온 생각도 말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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