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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초보다
게시물ID : humordata_5740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퍼뚫고닉킥
추천 : 5
조회수 : 126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0/02/08 23:06:24
지금으로부터 18년전 이야기입니다.. 운전면허증이 뭔지... 일상생활의 필수라는둥.. 지금 안따면 어렵다는둥.. 온갖 이유를 대며 야단 법석을 떨었다는 거 아닙니까.. 다리도 짧고 뱃살도 많아 운전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비안냥거리는 남편에게 보란듯이 낙동강 오리알을 거듭, 또한 8년 만에 눈물어린 면허증을 저의 패스포드에 끼워 넣었지요..그날의 감격은 8.15광복절을 압도하고도 남았습니다. "흥, 주민등록증 한 개 더 만들고 뭘 그리 좋아하고 그래." 남편의 말이 김샜지만 어디 그게 주민등록증으로 보입니까? 자고로 지금도 낙방을 밥먹듯이 해서 얼굴이 노랗케 돼버린 사람이 그렇케 갖고 싶어하는 바로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라는 거 아닙니까. 친구들하며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당장 차 끌고 다닐듯이 호들갑을 떨었지요. 그런데 현실은 저의 환상과 착각을 긴 한숨으로 내뿜어 버리더군요.. " 나 면회 갈 일 없으니까 운전대 만질 생각도 말어 " 면박주는 남편이 알마웠습니다. 옆집에 나보다 더 뚱뚱한 송이엄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냐~. 당장 연수등록을 하고 운전을 배우겠다고 부산을 떨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휴일이였어여.. 긴밤에 남편을 살살 꼬여 운전 한번 해 보자고 했지요..그래서 남편을 옆에 태우고 도로로 나섰습니다. 남편의 오른발이 브레이크를 밟듯이 힘이 들어가며 들썩들썩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더니 이내 얼굴색이 탈색이 돼가고 꼴깍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갑자기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스톱'소리를 지르기에 팍 서버렸지요.. 유리에 박치기를 한 남편은 죽으려고 환장했다느니, 그렇케 둔해가지고 무슨 운전을 햐냐느니 성질을 내면서 그렇잖아도 긴장하고 있는 절 주눅들게 하더라구요.. 내 참 치사하고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꺼워서 당장 내려 차를 뻥 차고 싶었지만 '고진감래' 문자를 뇌리를 스치면서 '인내'라는 두 글자를 가슴네 새겼습니다. 한 두어 시간 진땀을 빼고 구박만 잔뜩 먹고 돌아왔지요..남편의 말투가 은근히 화가 나더군요.. 주방에서 요란하게 그릇을 씻으며 화풀이를 했습니다. 그런 저의 등을 향해 남편은 일장연설을 하데요.. ' 이 사람아, 자동차 운전이 전자 오락인줄 알아~~사고를 내본사람이 운전을 잘한다고 하지만 그렇타고 사고를 낼수는 없잖아~아까같은 경우에도 브레이크를 조금만 늦게 밟았으면 범퍼 물어 줄 뻔했어.운전은 경력이야, 경력은 곧 경험이고,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다 재산이 되니까 그런 상황이 되면 조심하란 말이야.그리고 내가 초보운전 써줄테니까 차뒤에 붙이고 다녀." 그러더니 도화지에 정성들여 글씨를 쓰더라구요.. '초보운전 ( 출발시 말처럼 펄덕펄떡 뜀)" '아니, 이런 걸 어떻케 붙이고 다녀요?.' " 다 생각해서 써주는 거야. 초보의 결함을 구체적으로 써야 다른차들이 협조를 해 주지. 잘 될때까지 붙이고 다니고 그거 안 붙이려면 차 만지지마!!" " 치사하고 더러워서 나도 차 한대 장만할까 보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아니 가정경제적 차원에서 우리집 거덜날것 같아 할 수 없이 좀 창피하지만 붙이고 다녔습니다..자나가는 차들이 웃느라 정신없고 교차로 신호대기 때는 다들 멀치감치 서더라구요. 남편은 일주일 정도 지난 다음 또 하나를 써 주더군요.. '초보운전 (앞보기도 바빠! 백미러 있으나마나! )' 나 원 참! 갈수록 태산이네요. "기가 막혀 날 멀로 보는 거야. 이거 너무 무시하는거 아냐. 자기는 엄마 뱃속부터 운전 잘햇어? 그래 난 앞만 보기도 바빠서 백미러 없어도 된다 왜?!!" ' 나 운전 안해'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또 다시 붙였습니다 그걸 붙이고 다니는데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낄낄거리며 웃더라구요. 신호대기중이었어요. 택시가 다가 오더니 그 기사는 우스워 죽겠다며 이러는 겁니다. " 백미러 필요없으면 저 줘요" 택시 안에 있던 손님들이 배곱을 빼고 웃더라구요. 그리고 또 제가 다리가 짧다보니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있었습니다. 핸들을 꼭 껴안고 고개를 꼿꼿하게 앞만 주시하는 초보모양새 말입니다. 그렇케 되니까 핸들이 배게 닿더라구요. 그 옷 부분이 보푸라기가 일어났겠지요. 그걸 보고 남편은 ' 구멍나기 전에 가죽을 대 ' 라고 놀려대지 않겠습니까. ' 그래 놀려라~. 나는 오직 고진감래라는 신조 아래 인내로 버티고 산다' 남편은 망신을 톡톡히 줄 작정이었는지 또 한가지 써 주었습니다. ' 초보운전 ( 옆에서 불러도 안 들림 )' 정말 미치고 펄쩍 뛰겠더라구요. 내가 이렇케까지 수모를 당하며 운전을 배워야 되나 싶더라구요. 한번은 급히 정지하느라 시동이 꺼졌는데 그것도 모르고 출발하려니 차가 움직여야지요. 뒤에서 빵방거리며 야단이지요, 정신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또 써 준 것이 있습니다. '초보운전 (시동이 켜졌는지 꺼졌는지 잘 모름 ) 이래 저래 갈 때까지 간 망신. 이젠 망신 불감증에 걸려 신경도 안쓰였습니다. 제 생각엔 어느 정도 운전 실력이 느는것 같았고 제법 초보티를 벗는것 같았어요. 그래도 남편은 못믿더워서 신경을 엄청 쓰더군요. " 당신 말이야, 갈수록 겁없이 운전 하는데 겁이 많은 사람이 좀심하더라구. 당신 그런식으로 했다간 큰코 다쳐.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붙이고 다녀." '초보운전 ( 뵈는것 없음 )' 짖굿은 남편 배려에 초보를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운전을 하고 다니며 욕 먹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나요. 여성 운전자를 눈꼴 시럽게 보는 한심한 세태에 그렇케 보는 편견을 꼬집듯이 또 한 장이 굴러다니더군요. '초보운전 ( 밥 해놓고 나왔음)' 지금은 속도도 낼 줄 알고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고 자나가는 초보들을 비웃는 저를 발견한답니다. 친구들이 운전을 배운다고 하면 선생님인 양 떠들기도 하구요. (mbc 라디오.. "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 중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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