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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세상은 온통 바람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98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27 08:58:52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노창재백수론

 

 

 

호랑이가 앞이마에 ()’자를 새기고도

바람에 수염을 맡기며 홀로 외롭듯

감춘 이빨감춘 발톱과 같이

무시로 드러내지 않는 법

뒤를 어슬렁거리되 기품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골짜기를 포효하되 주변을 다치지 않게 하며

먼발치에서 바라보아도 항상 위엄과 기백이 서려

배경을 따뜻하게 하는 풍경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고프고 주린 날이 오래오래 머물더라도

맑고 형형한 눈빛으로 견뎌 낼 줄 알아야 한다

눈발 휘몰아치는 매서운 들판에서도 한 겹 더

옷을 걸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을 피하지 않고 다수의 안녕한 질서 속으로

언제나 몸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정의의 함몰위선과 병폐 횡횡한 골목을 마주치게 되면

그때는 가차 없이

이빨과 발톱을 세워 분연한 일전을 불사하여야 한다

 

다만죽어서도

가죽을 남겨서는 아니 될 것이니







2.jpg

이수익열애

 

 

 

때로 사랑은 흘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외도(外道)도 즐기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나무여은행나무여

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돌아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 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지금은 가을이다그래네 눈물이다







3.jpg

최하림내 시는 시의 그림자뿐이네

 

 

 

시와 밤새 그짓을 하고

지쳐서 허적허적 걸어나가는

새벽이 마냥 없는 나라로 가서

생각해보자 생각해보자

무슨 힘이 잉잉거리는 벌떼처럼

아침 꽃들을 찬란하게 하고

무엇이 꽃의 문을 활짝 열어제치는지

어째서 얼굴 붉은 길을 걸어

말도 아니고 풍경도 아니고

말도 지나고 풍경도 지나서

어떤 나무 아래 서 있는지







4.jpg

송영목정직한 바람은 불어오는가

 

 

 

세상은 온통 바람이다

실바람남실바람정치바람치맛바람회오리바람

나비 등을 타고비를 동무하는 샛바람

마파람에게 눈 감추듯

거짓말이 말바꿈으로 장식되고

세풍북풍에 물살 짓는 가슴들

바람도 사람 따라 부는가

어느 때고 하늬바람은 시원하고

높새바람이 불 때는 봄을 그리게 된다

세상은 온통 바람인데

바람의 방향은 혼란스럽다

데모도 바람인가

시끄럽고 우울하다

삶의 아름다움은 정직이다

정직한 바람은 언제 불어올 것인가

포플라가 서 있는 어느 마을이나

빌딩 숲 사이에서도 바람은 불어오고

우리들도 바람 따라 흘러만 가는데

우리들에게 절실한 것은 오직 정직한 바람뿐인데







5.jpg

김윤현고려엉겅퀴

 

 

 

고려엉겅퀴는

울음이 많아도 밖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울음이 적어도 안으로 새겨두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삶은 울음의 연속이라며

속상해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비가 오면 비에 젖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며

꽃잎에다 향기를 덧붙이려 하지도 않는다

세상만사 그대로 두려는 자세다

비장이와 혼동이 되어도

정영엉겅퀴와 비슷해도 개의치 않는다

망내(忘內망물(忘物)의 생이다

고려엉겅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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