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주니어핸드볼> '우생순' 신화 되살린 '핸드볼 소녀들'

한국 여자 주니어핸드볼 대표팀이 제19회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최근 기를 펴지 못하던 한국 핸드볼에 희망을 안겼다.

국내에서 핸드볼은 그간 비인기 종목임에도 올림픽에서 꾸준히 메달을 수집한 효자 종목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입지마저 위협받고 있었다.

2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 아쉽게 메달 사냥에 실패한 한국 여자핸드볼은 그해 12월 아시아선수권에서 1위에 올라 위용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르비아에서 펼쳐진 세계선수권에서 12위에 머무르며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했다.

남자 핸드볼의 상황은 더 좋지 못했다.

런던올림픽 조별리그 5경기에서 모두 진 남자 대표팀은 2013년 1월 스페인에서 펼쳐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조별리그 5전 전패의 참사를 당했다.

올해 2월에 치러진 아시아남자선수권에선 5위로 마무리,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4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3위까지 주어지는 세계선수권 출전권도 얻지 못했다.

남자 주니어대표팀은 지난해 7월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는 18위, 그해 남자 청소년대표팀은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도 21위에 그쳐 부진 탈출의 기미가 요원 해보였다.

그러나 핸드볼 소녀들이 새롭게 역사를 쓴 덕분에 선전 덕분에 한국 핸드볼도 부진을 털고 오랜만에 기지개를 활짝 켰다.

애초 여자 주니어대표팀은 4강을 목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끈질긴 수비와 기동력을 앞세워 조별리그에서 유럽 강호들을 연달아 물리치며 자신감을 얻었다.

크로아티아, 노르웨이 등을 물리치고 조 1위에 올라 16강, 8강에선 다소 조별리그 상대보다 약하다고 평가받는 세르비아, 루마니아에 완승을 했고 4강에서도 독일을 만나 시종 리드를 잡은 끝에 이겼다.

끝내 13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코프리브니차에서 펼쳐진 결승에서 러시아를 34-27로 물리치고 대회 처음으로 정상까지 등극했다.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이효진(경남개발공사)이 공격을 이끌고 골키퍼 박새영(한국체대)도 골문을 안정적으로 지켜냈다.

주장 원선필(인천시청)은 몸을 아끼지 않은 수비로 힘을 보탰고 대표팀 막내로 들어온 유소정(의정부여고)도 돌파와 수비력 등에서 언니들 못지않게 활약을 펼쳤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부터 현지에서 응원한 한정규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이 결승에 오른 선수들에게 최신 휴대폰을 포상으로 내걸고 우승하면 노트북까지 교체해주겠다는 등 '통 큰' 선물을 약속한 것도 대회 막판 선수들에게 톡톡히 동기 부여가 됐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투혼으로 그간 '우생순' 신화로 주로 언급되던 한국 여자 핸드볼에 새 얼굴이 대거 등장하면서 차기, 차차기 올림픽에서 금빛 전망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