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직전. 말년휴가 나갔을때 친구들하고 밤새 술마시고 오산에 있는 집에 가서 서너시간 자고나서 자전거를 수리하러 서울로 올라갑니다. 당시 친구가 자전거기술을 배울때라 손봐준다고 해서요. 부품 교체하고 고기사주면서 같이 먹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시네요.
열차 있으니까 그거 타고 오라고. 여기서 친구는 자기가 잘 아는 길이 있으니 그길 타면 금방 간다고 꼬십니다. 어머니께서 두번 세번 말씀하시는데, 고집센 저는 그냥 타고가겠다고 우겼죠
당시 병점까지밖에 전철이 없던 때였는데, 병점역에 내렸을 무렵엔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다 깨어났네요. 그리고는 무려 잠결에 방향을 반대로 잡고 가는 짓을 하게 됩니다. 수원 비상활주로를 눈앞에 두고. 아 잘못왔구나.. 이런 하고 돌아갑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예전에 그곳은 가로등이 없었어요. 전 야간운행에 대한 준비가 없었고... 그래서 천천히 되돌아가는데
갑자기 바닥에 떨어집니다.
토개공에서 하수도공사를 위해 너비 5미터 깊이 2미터 정도의 구덩이를 파놨는데 거기에 떨어졌죠.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 라이트때문에 앞이 제대로 안보였거든요.
으악 하면서 떨어져서 쳐박히고는 어윽 어윽 하면서 일어나 고개를 들었는데
사각의 콘크리트 구조물 모서리가 10센티 앞에 있더라구요. 헬멧도 없는데 거기서 쳐박았으면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될뻔 했습니다.
그날 인중 뚫려서 열세바늘 꿰메고 한달을 절뚝거렸네요
그날 어머니께서 내려가는 도중에도 연락을 서너번은 하셨는데... 그때 말 들을껄 하는 생각 지금도 합니다.
- 그냥... 가끔 불편해도 그렇게 해야겠다..라는 촉.
어느날 아침 급하게 나가는데, 그날따라 헬멧이 눈에 거슬립니다. 규정대로면 당연 써야 하는데 머리망가지고 땀이 심하게 나서 일터 정문앞까지 그냥 달려가서 거기서 잠깐 쓰거든요
그날은 어쨋든.. 그 미묘한 느낌에 헬멧을 쓰고 출근합니다.
그리고 그날 불법주차된 승합차 옆을 지나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그 문짝 모서리에 머리부터 부딛혀서 5미터정도 날아갔어요.
머리가 밀리면서 목까지 부딪혔으니 충격이 어느정도일진..ㄷㄷ 얼굴이 옆으로 1.3배정도 부었죠. 첨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병원에서 헬멧을 보니 일자로 찍힌 자국을 보고 아.... 싶더군요
사소한 촉을 무시하지 마세요.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습니다. 약간 불편한 정도의 준비라면 그냥 조금 불편한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