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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슬픔은 완성되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98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21 08:26:5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구식그 골목길을 걸으며

 

 

 

더 솟아오를 것도

더 뻗어갈 곳도 없어

오랜만에 지나도 낯설지 않은

햇살 비껴가는 골목길

무엇을 지키려 쇠침을 저리도 박았을까

어울리지 않는 담장에

여기저기 땜질 자국

저러다 삶도 땜질해서 떠났을까

전단지만 문패 대신한 몇몇 빈집들

모퉁이 선술집에 삐뚤빼뚤 선팅한

막걸리 돼지국밥이 그들을 지탱하고

휘청거리는 발걸음들이

꽁초 같은 인생을 내던지며

침 뱉어 놓은 우라질 세상

전봇대에 찌릿한 행복이 축축하게 배어있다

바람도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거기에

철수 영희의 숨바꼭질 추억은

아직도 머리카락 뵐 듯한데

달세 몇 만 원 쪽지가 어설픈

깨진 창틈으로도 삶은 보이질 않는다

그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10차선 부산한 삶들이

바로 곁을 도망치듯 달리고

내 삶도 저 육교를 건너야만 한다

걸음이 자꾸 빨라진다







2.jpg

손택수가슴에 묻은 김칫국물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칫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인사를 하고 간다

 

김칫국물을 보고서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 보면 김칫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3.jpg

조용미소리의 사다리

 

 

 

아래층 방에 가 있을 때 들은

어딘가 다른 물소리

저 물소리가 아래층에서 듣고 올려 보낸

다른 이의 몸을 한 바퀴 돌고 온

내가 처음 듣는 새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지면서

먼저 들은 이의 귓바퀴를 쓰다듬고 나온

저 아롱다롱한 소리

 

손때 묻은 소반처럼은 아니지만

반짝이며 윤기가 도는

위층에서 듣는 개울물 소리

누군가 접어 올려 보낸 물소리

나도 접어

옥상으로 올려 보낸다

오늘 밤 은하수 건너는 뭇별이 들을

내가 어루만진

저 나선형의 물소리가 가 닿는 곳은

 

소리가 긴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는 밤







4.jpg

손순미살구나무

 

 

 

이발사 김씨가 살구나무에 목매달았다

죽은 개를 파묻었다

고양이를 파묻었다

슬픔이란 슬픔은 살구나무에 다 파묻었다

봄마다 살구나무

그 슬픔들을 추모하며

조화(弔花한 다발 피워 올렸다

살구나무 열심히 슬픔을 익혔다

어느 날 살구 사리알 주렁주렁 열렸다

슬픔은 완성되었다






5.jpg

김행숙

 

 

 

발이 미운 남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나의 무용수들나의 자랑

발끝에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나는 기도할 때 그들의 힘줄을 떠올린다

그들은 길다

쓰러질 때 손은 발에서 가장 멀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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