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지점을 공략하려면 일단 팔을 잡든, 다리를 잡든, 몸을 잡든, 어떻게 해서라도 엉겨붙어야 되는데 도무지 잡을 수가 없으니 환장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희망이 보였다.
말은 바로 하자. 정ㅇㅇ은 신사적이었다. 내가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하체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엎어지고, 자빠져 있을 땐 놔뒀지 밟거나 걷어차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정ㅇㅇ는 한참이나 어린 나와 싸운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고, 단지 깡다구 좀 있는 어린 넘을 패준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100% 힘을 실어서 팼다면 나는 바로 뻗었을 것인데, 가지고 놀다 보니 이제는 자신도 힘이 빠져 버린 것이었다.
배를 맞고 엎어지면서 다리를 잡았다. 아니, 잡을 뻔했다. 빠져나가긴 했지만 그렇게 잡을 뻔한 것도 처음이었다. 정ㅇㅇ의 발이 많이 느려진 것이었다. 어떻게든 몸체를 잡아야 했다.
또 한참이나 더 맞았다. 그러다가 맞으면서 들어가 허리를 껴안는데 용케 성공했다. 나는 찰거머리처럼 매달렸다. 정ㅇㅇ은 나를 떼어내려다 안되니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넘어가지 않고 어떻게 버티다 보니 나중에는 정ㅇㅇ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내가 헤드 록에 걸려 있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었다. 내가 꿈꾸던(?) 바로 그 자세였다. 목이 졸려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오른 팔은 자유로웠다. 나는 고통스럽다는 듯이 정ㅇㅇ의 배와 사타구니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목표지점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을 사정없이 움켜쥐었다. 물컹한 기분 거시기한 촉감이 전해져 왔다. 그건 아마 생각도 못했을 것이었다.
“으아아!”
비명을 지르며 정ㅇㅇ이 내 머리를 마구 때렸다. 그러나 이제와서 머리 좀 맞는다고 놓아줄 내가 아니었다. 왼팔로 정ㅇㅇ의 허리를 더 단단하게 조이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에 더 힘을 주었다. 승리가 코앞이었다.
“됐다! 고마하자!”
정ㅇㅇ는 쥐어짜는 소리로 흐느끼면서 내 목을 조이고 있던 오른 팔을 풀었다. 그래도 나는 그 자세를 유지하면서 오른손에 한번 더 힘을 주었다.
“내가 졌다! 인정하께!”
“행님, 남자지요?”
“그래, 내 싸나아다! 고마하자!”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손을 풀고 정ㅇㅇ 앞에 철퍼덕 무릎을 꿇었다.
“행님요, 내가 졌심더! 비겁한 방법 써가 미안합니더!”
나는 그렇게 하므로써 정ㅇㅇ의 퇴로도 열어줬다.
“니 같은 독종새끼 첨 봤다!“
“대포 행님한테 행님 안부 전하겠심더.”
정ㅇㅇ도 남자였다.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나는 두손으로 공손하게 정ㅇㅇ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안부는 개뿔, 얼굴도 모르는 박대포에게 안부를 어떻게 전한단 말인가? 말이 그렇지.
애들이 몰려오고 정ㅇㅇ은 그쪽 넘들을 모두 데리고 사라졌다.
나는 갑자기 더 아팠고, 많이 부끄러워졌고, 짜증이 왈칵 났다.
“눈 깔아라, 가시나들아! 쪽 팔린다아!”
팔선녀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제서야 그녀들은 쭈볏거리며 뒤돌아 섰다. 그러면 뭐하는가. 이미 다 봐 버린 것을. 그러나 사실 그녀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을 텐데 괜히 나 혼자 부끄러웠으리라. 남자의 알몸이라고는 해도 피칠갑을 하고 있는 끔찍한 물체였을 뿐이니까.
나는 다 뿌리치고 바다에 들어갔다. 다행히 코뼈가 내려앉은 것 같지도 않고, 이빨도 몇 개가 좀 흔들리기는 해도 부러지지는 않았다. 바닷물에 얼굴을 씻어도 특별하게 더 따가운 곳이 없는 것을 보면 찢어진 곳은 없는 듯했다. 수건을 감은 주먹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골병이야 들었거나 말거나ㅡ내가 평생 살이 안 찌고 좀 가난해 보이는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는 것은 그때 그렇게 신나게 맞아서라고 믿고 있다ㅡ 특별한 외상이 없으니 병원에 갈 필요도 없었다. 입안이 만신창이가 된 것이야 며칠이면 나을 것이고, 호박인지 튜브인지 모르게 된 얼굴도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빠질 것이었다. 다행이었다.
읍내 터미널에서 팔선녀들과 부산까지 같이 가자는 말이 나왔다. 나는 단호히 잘랐다. 그녀들이 조금만 잠을 양보했다면 내가 이꼴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
“가시나들아, 꼴도 보기 싫다! 느그들은 뒷차 탓!”
이제 나는 뽕브라더스의 막후실력자가 아니라 왕이 돼 있었다. 내 말을 거역할 넘은 아무도 없었다. 저희들끼리 석별의 정을 나누느라 난리부르스를 땡겼지만 나는 버스 뒷자리에 드러누웠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나는 끙끙 앓으면서 잠이 들었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마기방 싸부님을 몰랐다면, 정ㅇㅇ의 거시기를 잡지 않았다면 그렇게 무사히ㅡ나를 빼고는 모두가 무사했다ㅡ 무포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내가 이해하는 싸부님의 철학은 평화를 힘쓰되, 피할 수 없는 전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승리하라는 것이다. 전쟁은 승리가 곧 정의고 선이다. 정의와 선도 의지만이 아니고, 실질적인 힘이 있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좀 야비한 방법이긴 했지만 정ㅇㅇ의 거시기를 붙잡고라도 항복을 받아냈기에 평화와 무사를 얻은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 뒤로는 옷을 입은 남자의 거시기도 잡아본 적이 없었지만, 둘 다 발가벗고 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랬다면 그날, 나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징그러운 것을 못 견디는 나는 기회가 와도 거시기를 잡지 못했을 것이며, 차라리 맞아 죽는 쪽을 택했을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후엔 정ㅇㅇ도 싸울 때는 거시기를 잡히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했을 것만 같다.
뽕브라더스 시봉넘들은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의 영원한 똘마니가 되겠다는 충성서약을 했다. 봉필이가 나를 건드리는 넘은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는 선언을 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내린 명령1호(?)는 이랬다.
“시봉넘들아, 앞으로는 느그끼리 놀아라! 내 낑가 넣지 말고!”
그 여행은 내 고교시절을 사건사고에서 비켜서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ㅡ23회에 계속됩니대이. 피곤하시죠? 그래도 끝까지 읽으시면 복, 화수분으로 받으실 것을 믿으시기 바랍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