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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더는 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98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16 08:16:2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권경인낮아서 오르는 길

 

 

 

바람은 무얼 하자는 것일까

공중에 끊임없이 제 새끼를 낳아 기르면서도

어느 것도 거느리는 법이 없다

빈 들판에서 신의 정수리까지

과거에서 미래까지

그 무엇도 편을 가르지 않는다

사람은 사는 동안 죽은 자에게서 많은 것을 얻지만

생각은 늘 자신을 향해 있을 뿐이다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새는

결국 제 목숨을 지키지 못한다

사람의 길이란 지상에서 가장 낮은 길이 아닐까

낮아서 오르는 길밖에 갖지 못한

슬픈 것은 점점 사랑할 시간이 적어진다는 것

그러나 더 슬픈 건

얻고 싶은 그 무엇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것이다

더는 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침묵은 깊이를 더하고

어둠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는 건 어둠뿐

의식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

그 너머에 있다







2.jpg

김은숙잠수연습

 

 

 

장마비라고들 하지이렇게 장엄하게

쏟아지는 하늘비를 장대비라고 하지

거침없는 위력으로 온 산하를 제압하는

소서를 이틀 앞둔 여름 아침 폭우 속

잠 같은꿈 같은바다 깊은 잠수 연습

 

천구백팔십일년 그러니까 십삼년 전

그해의 끝 깊은 겨울겨울 바다에서

내게 있어 넌 아픔이었다는 세 줄 엽서 보내와

시간의 흐름 너머 무채색 정지점 된

초췌한 그리움을 그리워한다

멀어진 시간만큼 명징한 초상

바다 위에 겹쳐 눕는 그리운 그리움

가눌 수 없는 무게의 추를 달은 물 속 깊은 잠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별빛 하나쯤 안고 살아야 한다는

소설 속 이야기에서내 가슴 속 별 하나 짚어 보았지

가슴 깊이 저며 오는 그리움 하나

빛나지 않는 슬픔으로 닦아 보았지







3.jpg

고두현사랑니

 

 

 

슬픔도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

세상 너무 환하고 기다림 속절없어

이제 더는 못 참겠네

온몸 붉디붉게 애만 타다가

그리운 옷가지들 모두 다 벗고

하얗게 뼈가 되어 그대에게로 가네

생애 가장 단단한 모습으로

그대 빈 곳 비집고 서면

미나리밭 논둑길 가득

펄럭이던 봄볕 어지러워라

 

철마다 잇몸 속에서 가슴 치던 그 슬픔들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

빛나는 뼈로 솟아 한밤내 그대 안에서

꿈같은 몸살 앓다가

끝내는 뿌리째 사정없이 뽑히리라는 것

내 알지만 햇살 너무 따뜻하고

장다리꽃 저리 눈부셔 이제 더는

말문 못 참고 나 그대에게로 가네







4.jpg

김소월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당신이 하도 못잊게 그리워서

그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잊히지도 않는 그 사람은

아주나 내버린 것이 아닌데도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가뜩이나 설운 맘이

떠나지 못할 운에 떠난 것도 같아서

생각하면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5.jpg

원태연고문

 

 

 

세상 모든

고통스러운 일

다 당신께

어느 하루

쉬는 날 없이

죽지 않을 만큼

몰아쳐 주길

그래서

어느 하루

작은 시간이나마

나를 찾아 주길

죄송하지만

그렇게라도

내가 보고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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