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안 문댄서 -2-
시크릿 크러쉬는 아침 일찍 일어나 평소와 다름 없이 준비를 끝마쳤다. 일어나 간단히 씻고, 밥을 먹은 뒤 이빨을 닦으며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확인했다. 치약물을 뱉어낸 뒤 물로 입안을 헹구고는 자신의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거울속에는 검은색 머리에 옅은 갈색 털을 가지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유니콘이 보였다. 평소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감사합니다. 반납되었습니다."
그는 거울을 향하여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웃어보았다.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땐 많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꽤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어딘가 억지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 미소였다. 얼굴을 모르는 도서관 손님을 상대할 때는 충분히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는 이제 상황을 바꿔보았다. 머릿속으로 자신의 눈앞에 문댄서가 있다 상상을 하고 그녀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문댄서는 지저분한 머리를 대충 묶어올리고 평소처럼 책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것이다. 그녀 앞에는 수레를 비운 사서가 어정쩡하게 서 있을 것이다.
가정을 마치자 부자연스러웠던 미소는 굳어져버렸다. 얼굴 근육이 하나같이 마비가 온것처럼 부자연스럽게 의식되었다. 얼굴에는 조바심이 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입은 바싹 말라갔다.
시크릿은 화장실 벽면 타일을 발굽으로 쾅 치며 심각해보이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야...야! 너 내 포니해라!"
흡사 염소가 우는 소리같았다. 자신의 목소리에 시크릿은 소름이 돋았다. 해줄 수만 있다면 거울 속 포니를 향해 있는 힘껏 발굽을 날리고 싶었다. 평소에 시크릿이 말을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문댄서 앞에만 서면 처음 외국어를 배운 포니처럼 제대로 언어능력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시크릿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봐도 이건 아니었다. 어제는 술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렸는지 이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문댄서에게 말을 걸어야한다는건 변함없지만 방법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었다.
"처,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랑 사귀어... 사귀어... 사.사.."
시크릿의 입이 부르르 떨렸다. 연습일 뿐인데도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방법도 안될 것 같았다.
"저기 시간 괜찮으면 저랑 차라도 한 잔 어때요?"
이번에는 그래도 자연스러웠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미친듯이 떨고있는 동공만 빼면. 문제는 이 말을 해도 문댄서의 관심을 끌 수 없을거란 것이다. 문댄서가 쳐다보지도 않고 싸늘하게 '시간 없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한 번도 암컷과 만나 본 적이 없는 시크릿 크러쉬에겐 처음 본 이성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항상 자신감 없어보이는 그의 성격도 문제였다. 제대로 자기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항상 남이 하라는대로 휘둘리는 삶을 살아왔다. 누군가 자신에게 부탁을 해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을 공격해온다고 해도 반박도 못하고 당하기만 해왔다. 무언가를 할 때면 걱정부터 앞서서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성격이 된 것도 어느 정도 부모님의 영향이 있다고 시크릿은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자신을 억압하면서 그들의 기대를 채우려 했고 시크릿은 그들의 기대에 맞춰가며 자신의 인생을 자신은 없이 살아왔다. 유능한 유니콘이었던 그의 부모는 시크릿도 역시 마법에 재능이 있다 생각하고 그들의 뒤를 따르게 하려 했다. 그들은 항상 그에게 마법을 가르쳤고 마법책을 읽게하고 마법에 특화된 학교를 진학시키고 마법에 관련된 직종을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처음엔 시크릿도 그들의 말에 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신은 마법이 재능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그는 책읽기는 좋아했지만 마법 자체의 능력은 다른 일반적인 유니콘보다 떨어진다고 부모를 설득했다. 실제로도 그가 오랫동안 마법을 배워왔지만 할 줄 아는거라곤 물체 들어올리기 정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는 시크릿의 말은 듣지 않고 그저 자기 방식대로만 믿으며 그의 의견을 묵살했다. 자신들의 아들이 자신들보다 훌륭한 마법 유니콘이 될거라는 착각에 빠져 자신들의 눈앞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시크릿은 생각했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볼까."
시크릿이 중얼거렸다.
시크릿은 지금 문댄서의 모습이 진짜 그녀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믿고 싶었다. 그 때 따듯하게 자신의 발굽을 잡아주던 문댄서가 아직 그녀안에 남아있을것이다. 항상 무뚝뚝하게 책을 읽고있지만 어려움에 빠진 포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듯한 마음씨는 여전히 남아있을거라고 확신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크릿 크러쉬라고 합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과학실험실에서 당신과 같은 학년이었던 유니콘입니다. 사실 저는 여기 도서관에서 2년전부터 사서로 일해오면서..."
"야! 문 열어!"
문 밖의 외침에 그의 고백은 중단되었다. 무시하고 하려고 해도 거칠게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진행이 불가능했다. 그가 문을 열자 그의 여동생이 그를 쏘아올려봤다.
"뭐하고 있어? 찐따같이 혼잣말이나 하고."
여동생은 시크릿을 밀치듯 불쑥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거울 앞에 섰다.
"아니, 난 그냥 뭐..."
시크릿은 자신감없이 얼버무렸다. 그는 여동생의 뒷모습을 살펴봤다. 설마 내용을 들은건 아니겠지. 거울을 보던 여동생은 홱 고개를 돌려 시크릿을 보더니 문쪽으로 고개를 까딱했다.
"뭘 봐? 빨리 꺼져!"
시크릿은 말 없이 화장실을 나와선 문을 닫았다.
그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집을 나섰다. 오늘은 반드시 문댄서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겠다, 2년간의 기다림을 오늘에서야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거절 당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거절할지 모른다는 핑계로 제자리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어젯밤 실크의 상담은 썼지만 확실히 그에게 약이 되었다.
도서관에 도착한 그는 개관 준비를 하였다. 우선 폐관시간동안 반납대에 반납된 책들을 전부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도서관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털어주고 포니들이 책을 읽는 책상이 더러워져 있으면 깨끗히 치워놓는다. 시크릿은 문댄서가 항상 앉는 자리는 신경써서 닦아놓았다.
정확히 9시에 도서관을 열게 되는데 문을 엶과 동시에 꼭 오는 포니가 있었다. 바로 문댄서였다. 그녀는 책이 가득 담긴 커다란 책가방을 양 허리에 인 채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다. 시크릿은 문댄서가 자신의 앞을 지나가자 우뚝 멈춰섰다. 얼음에 갇혀버린 포니처럼 아무런 움직임없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문댄서는 시크릿 앞에 서더니 책가방에서 마법으로 책 세 권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반납이요."
문댄서가 짧게 말했다.
그녀는 곧바로 도서관 안쪽으로 들어가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시크릿은 문댄서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거친 숨을 쉬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포니처럼 몸을 천천히 움직여 보았다.
방금 대체 뭐가 지나간거지.
시크릿은 정신을 차리고 생각이란 것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문댄서는 대부분 도서관에서 책을 읽지만 이따금 책을 집으로 빌려갈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그녀는 '대출이요'라고 말하고 대출이 끝나면 책을 곧바로 가져가고 반납할 때는 '반납이요'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곧바로 자리를 떠버린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니 시크릿은 뭐라 할 겨를도 없었다. 사실 뭐라 할 겨를이 있다고 해도 시크릿은 문댄서 앞에서만 서면 굳어버리는게 문제였다. 항상 입에 달고 인삿말도 나올 생각을 못했고 그녀 앞에 서면 호흡마저 멈춰버렸다.
그녀에게 말을 걸 타이밍이 있다면 아마 이 때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아직 아무도 없는 조용한 독서실에 문댄서가 자신과 마주치고 있으니. 하지만 그는 허무하게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 놓쳐버린 기회는 언제 다시 돌아올 지 몰랐다.
"하아..."
그가 집을 나설 때 세웠던 다짐이 어느샌가 옅어지고 있었다. 방금 전 자신의 반응으로 그는 어제와 변한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다.
도서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포니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포니들은 책을 반납하기 사작했고 반납한 책들은 수레로 옮겨졌다. 어제는 주말이었지만 오늘은 평일이라 포니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특히 방학철인 지금은 평일 오전이 가장 한가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수레에 책이 채워지는 속도가 어제에 비해선 한없이 느렸다.
"감사합니다. 대출되었습니다."
시크릿이 멍한 얼굴로 말했다.
책을 반납하던 파란색 암컷 어스포니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전 반납한건데요."
그제서야 시크릿은 정신을 차리고 책과 포니를 번갈아 봤다.
"예? 아, 예. 죄송합니다. 반납되었습니다."
어스포니는 이상하단듯 시크릿을 쳐다보며 도서관을 나섰다.
시크릿의 머릿속엔 고민들로 가득 차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직 문댄서에게 무슨 말을 걸어야 할 지 결정조차 하지 못했다. 언제 말을 걸어야 할 지 어디에서 말을 걸어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분명 충분히 가능할만한 선택지는 머릿속에서 떠올랐지만 도저히 정할 수가 없었다. 정하게 된다면 남은 단계는 실행에 옮기는 것이기에 무의식적으로 머리가 거부하는 것이다.
고민하는 사이 수레는 어느 새 채워져 버렸다.
어떡하지. 아직 못 정했는데.
시크릿은 조바심을 내며 수레를 허리에 차고 도서관 안쪽으로 끌고 걸어갔다. 복잡한 머릿속과 다르게 책정리는 일사천리였다. 수십권의 책을 공중에 띄우고는 동시에 책장에 제 자리를 찾아가게 했다. 차라리 책정리가 늦어졌으면 좋았을걸, 너무 빨리 끝난 나머지 고민을 끝낼 틈도 없이 책장 사이를 나와 문댄서가 보이는 공간에 들어왔다.
시크릿은 떨리는 발걸음을 문댄서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책에 고개를 떨구고 있어서 그가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크릿은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검은 연기처럼 옛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발굽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문댄서가 자신의 얼굴도 보지 않고 '없어요'라고 말하는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때 느꼈던 당혹감, 수치심, 절망감이 생생하게 다시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 잊혀졌었다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나오지 못하게 산채로 묻어버린 것 뿐이었다. 자신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꺼내기만 한다면 예전 모습 그대로 신선하게 남아있었다.
그냥 말 걸지 말까.
머릿속의 외침이 타협하길 원했다.
아직 무슨 말을 할 지 결정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지금 말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듯 했다. 지금 가봤자 또 그 때처럼 어버버하다가 다시 올 가능성이 컸다. 그 때의 끔찍한 경험을 다시 느끼기는 죽어도 싫었다.
지금은 말 할 용기가 부족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아닌 완벽하게 준비된 상황이 필요했다.
시크릿 크러쉬는 결국 고민 끝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것은 자신에 대한 혐호감 뿐이었다. 마치 타당한 이유인냥 자신을 설득시키는 척 했지만 결국 다 핑계들 뿐이었다. 뻔한 변명으로 자신을 속이는 일보다 한심한 짓이 있기는 할까. 오늘 말하겠다는 다짐은 결국 내일 용기가 생기면 말하겠다며 내일로 미루고 내일이 되면 또 내일로 미루고 그 때가 되면 또 다음날로 미루고...... 그 '용기'라는 것은 영영 생겨날 일이 없을것이다. 아마 내일 당장 천년 만에 봉인에서 풀려난 사악한 괴물이 이퀘스트리아를 멸망의 위기에 빠뜨린다해도 생겨나지 않을것이다. 다음이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 하는 자기 자신이 너무 추했다.
"병신아..."
시크릿은 책상에 얼굴을 박으며 신음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사서도 밥은 먹어야 하기에 점심시간에는 자리를 비워둔다. 사서의 역할은 책 정리와 책 대출, 반납이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는 대출이 제한된다. 시크릿 크러쉬는 '식사중'이라는 팻말을 자신의 자리 위에 올려두곤 자리를 일어섰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으로 도서관에서 식사를 따로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먹을 장소는 제공해 주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와서 먹던지 도서관을 나와 근처에서 먹고올지는 자유다.
시크릿은 보통 도시락을 싸오는 쪽이다. 동료들과 같이 밥을 먹을 때도 있지만 보통은 혼자 먹는다. 동료들은 거의 도시락을 싸오지 않고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기에 시크릿 혼자 식탁에 앉아 도시락을 먹을 때가 많다.
그는 혼자 식사를 한 적이 많기에 딱히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혼자 밥을 먹는것이 익숙할 정도다. 아무래도 동료 사서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다보니 한 자리에 있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
도서관 안쪽에서 식사를 먹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도서관에 들어서기 전에 식당처럼 꾸며진 공간안에 식탁위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시크릿은 의자에 앉아 도시락 통을 열었다. 도시락 통에는 날 당근 세 개가 통 안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도시락은 그의 어머니가 싸주는 것으로 메뉴는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꽃, 건초, 사과, 샐러리, 브로콜리등 조리를 한다거나 재료를 섞는다거나 하는 번거로운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양배추를 썰지도 않고 통으로 넣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불평을 가질 수 없었다. 도시락을 싸주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
시크릿은 당근 하나를 꺼내 한 입 베어물어 씹기 시작했다. 식당에는 대부분이 빈 자리고 듬성듬성 식사를 하고 있는 포니들이 보였다. 아무 생각없이 음식을 씹고 있는 그의 맞은 편에 한 포니가 자리에 앉았다.
시크릿 크러쉬는 하마터면 당근을 뱉을 뻔 했다. 그녀의 맞은 편에 앉은 것은 다름아닌 문댄서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따지면 바로 앞은 아니고 오른쪽 대각선 자리였다. 문댄서는 종이봉투를 식탁에 올리고 얼굴 앞에 책을 띄어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책을 읽으며 종이봉투에서 오이 샌드위치를 꺼내 씹기 시작했다. 그녀는 음식에 대한 맛도 음미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씹으며 책을 넘겼다. 문댄서가 그의 앞에 앉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었다. 문댄서는 점심을 먹는동안에도 책을 읽기 때문에 자리가 어디 이던 일단 앉고 음식물을 쑤셔 넣는다. 그녀가 시크릿을 알리 만무하고 자기 앞에 포니가 있는지도 몰랐다. 물론 그 사실을 시크릿도 알고는 있었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상황이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문댄서가 책을 읽는다 해도 점심시간은 문댄서에게 휴식시간 같은 개념이다. 점심을 먹는 동안 할게 없으니 책을 읽을 뿐 책에 엄청난 집중을 쏟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렇다는것은 그녀의 관심을 끄는 것이 도서관에서보다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말을 걸 최적의 타임이은 바로 지금이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기회에 시크릿은 평정심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기뻐해야하는 상황은 맞았지만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았다. 입안에 잘게 쪼개진 당근을 삼켜도 체할 것 같았다. 시크릿은 쉼호흡을 하고 물컵에 물을 세 모금 천천히 삼켰다.
고민할 시간 같은 것은 없었다. 문댄서는 이미 샌드위치 하나를 해치우고 다음 샌드위치를 먹으려 하고 있었다.
말해라. 말해라. 말해라. 마지막 기회야. 여기서 말 못하면 끝이야. 빨리. 입을 열어, 빨리!
생각의 폭풍에 떠밀리듯 그의 입술은 떨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기......"
문댄서가 책을 내리더니 시크릿을 바라봤다. 시크릿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문댄서를 마주 봤다.
"뭐죠?"
문댄서가 말했다. 문댄서의 반응을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끝내라는 듯, 발굽을 식탁에 두드렸다.
"식사를 하고 계신건가요?"
시크릿이 말했다. 문댄서는 샌드위치를 슬쩍 들어 보여줬다.
"보시다시피요."
"좋네요. 끼니는 제 때 먹어야죠. 하하."
시크릿이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이 말하고도 무슨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머릿속이 과부하로 불 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이 입밖으로 나갔다. 마치 잠꼬대를 하며 지껄이는 의미없는 헛소리와 같았다. 문댄서는 눈을 반 바퀴 위로 굴리더니 다시 책을 들어 읽기 시작했다.
설마 이게 끝이야?
시크릿은 믿고 싶지 않았다. 2년동안 기다려온 끝에 찾아온 기회가 이렇게 끝이 나버린건가. 심지어 문댄서는 그의 얼굴까지 봤다. 문댄서가 시크릿을 모른다는 전제라면 이 대화로 그의 첫인상을 그녀에게 심어준 셈이다. 그 첫인상은 최악일것이라고 시크릿은 확신했다.
시크릿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가시방석 같은 이 자리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에서 숨을 뱉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대로 끝난다면 그는 이 일을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애매하게 끝낼 생각이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저기..."
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 뭐죠?"
문댄서가 이번엔 조금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두번이나 자신의 시간을 뺏은 포니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부 하시나봐요?"
시크릿은 이번에도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했다. 분명 오늘 아침에 말을 거는 연습을 하고 왔는데 그 많은 문장들이 지금 머릿속에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가 무슨 대답을 했을 때 어떻게 말을 이어나갈지도 계획이 없었다.
"보면 모르세요? 방학이라 공부하고 있어요."
"응, 그래요. 한창 재밌게 공부할 때죠."
시크릿이 또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표정한 포니를 억지로 입꼬리를 올린다면 나올듯한 미소였다. 문댄서는 기가 차단 듯 콧바람을 뿜고 다시 책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시크릿은 고개를 떨궜다. 눈 앞의 당근들을 보며 가슴 안쪽에서 퍼져가는 좌절감을 무기력하게 맞이했다.
세 번은 안되겠지.
아마 다시 한 번 부른다면 문댄서는 대꾸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신경질을 낼지도 모른다. 무슨 행동을 하던간에 세 번 시도는 안하느니만 못할것이다.
문댄서는 식사를 다 마쳤는지 종이 봉투를 작게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자리를 일어섰다. 그녀는 고개 숙인 시크릿을 흘끗 쳐다보더니 식당 밖으로 나갔다.
시크릿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움직임없이 가만히 있었다. 식당을 떠나고 싶지도 않았고 떠날 수 도 없었다. 점심 시간이 한 시간 이었지만 보통은 30분만에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반큼은 점심 시간을 최대한 오래 이용하고 싶었다.
시크릿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발굽에 든 당근을 마저 입에 집어넣었다. 입안이 바싹 말라 삼키기 힘들었다. 입안에서 당근을 한참동안이나 잘게 자른 후에야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었다. 미각은 제 작동을 하고 있지 않은 건지 방금 자신이 먹었던게 당근인지 돌인지 구분도 가지 않았다.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흘끗 보았다. 이토록 시간이 느리게 가길 원한 적은 없던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도서관 안 그의 자리로 돌아가기가 두려웠다. 더 두려운건 돌아가면 항상 있던 자리에 문댄서가 없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번일로 문댄서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몰랐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쓸데없이 말을 거는 사서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자리를 아예 옮겨버릴 수도 있었다. 문댄서가 자리를 옮기면 시크릿에겐 사서를 하는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 셈이다. 문댄서에게 말을 걸 기회는 물론이고 얼굴을 볼 기회도 영영 사라지게 된다.
시크릿 크러쉬는 시간이라도 되돌리고 싶었다. 이 도서관에 셀레스티아 제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구역중에 스타스월 구역도 있었다. 그 구역에 시간 주문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시크릿은 그 마법이라도 훔쳐서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곳을 지키는 가드고 뭐고 일단 들어가서 마법을 쓰고 1시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문댄서에게 말을 거는 자신을 몸을 날려서라도 막아내고 싶었다.
"그러면 뭐해. 내가 마법을 쓸 능력이 못되는데."
시크릿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책 옮기기 밖에 못하는 그가 스타스월의 주문을 발동시키는 일을 한다하면 시크릿이 키우는 개도 웃을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도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슬슬 점심시간이 끝날 때 쯤이 되서야 시크릿은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져온 당근은 반도 먹지 못했다. 아무리 대충 챙겨준다지만 그의 어머니는 밥을 굶는 일을 극도로 꺼려했다. 시크릿은 남은 당근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는 도시락 통을 잠그고는 가방에 넣었다.
그가 자신의 구역으로 돌아가자 한 일은 문댄서가 앉아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것 이었다. 다행히 문댄서는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책을 보는 모습을 보니 시크릿은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반납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도서관은 다시 한산해진다. 이 시간대엔 책을 빌리러 오는 포니들이 적기 때문에 사서에겐 가장 한가한 시간이기도 했다. 다른 일이 없는 이상 자리를 떠서는 안되는 사서들에겐 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향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멍하게 보내는 사서가 있는가하면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사서도 있었다. 배도 부르고 조용하고 따듯한 지금 시간대에 잠의 유혹을 벗어나기란 힘들었다. 동료 사서들과 조용히 잡담하는 사서도 있고 책장에서 책을 가져와 읽는 부류도 있었다.
시크릿은 책을 읽는 쪽이었다. 멍하니 있거나 잠을 자면서 시간을 낭비하긴 싫었고 그가 일하는 구역은 비교적 작아 혼자 관리하기 때문에 근처에 동료도 없었다. 그가 책을 좋아하는 것도 있었지만 달리 남아있는 선택지도 없었다.
시크릿은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책을 꾸준히 읽었다. 도서관을 갈 필요가 없던것도 그의 부모가 집에 사둔 책이 도서관 뺨치게 많고 다양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직업 탁에 꽤 전문적인 서적도 많았다. 시크릿은 책을 가리지 않고 읽었고 특히 마법학 관련 책에 흥미를 가졌다. 마법을 다루는 유니콘의 뿔에 대한 연구부터 마법이 발하는 이론과 역사, 마법을 개발하는 실험등, 마법을 발동하는 일 보단 마법 자체를 연구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 모습을 본 시크릿의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천재적인 유니콘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마법 영재 교육에 온 정성과 기대를 쏟았다. 처음에는 시크릿도 마법이론에 대한 흥미가 생기면서 마법쪽으로도 흥미를 가졌지만 마법을 쓰는 일과 공부하는 일은 다르다는 걸 깨닫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법에 재능이 없는 유니콘은 안된다는 자신의 한계를 부모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기대감에 찬 부모는 그들의 기대를 꺾지 않고 그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시크릿을 밀어붙혔다. 틈만 나면 마법을 가르치려 했고 거액을 주고 유명한 유니콘을 불러와 개인 과외를 시키기도했다. 그의 부모는 아직도 자신의 아들이 자신들의 뒤를 이를 거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우선은 대학에 가라'라는 생각을 그의 부모가 접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평생 수험생으로 살아야 될 것이다. 갑자기 마법 능력이 폭주하지 않는 이상 초등학생 수준의 마법으로는 절대 대학에 들어 갈 수 없을것이다.
덕분에 시크릿은 부모가 정해준 직업 외에 다른 장래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사서가 된 것도 문댄서 때문이지 딱히 그가 원하는 직업은 아니었다. 재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성에는 맞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바법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을 접은지는 오래다. 마법을 못쓰는 유니콘이 마법을 연구하는 학자가 된다는 건 어스포니가 원더볼츠에 들어가는 일만큼 불가능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반납받은 책들이 늘어나자 슬슬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평소같으면 책이 쌓여지는 걸 보고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조바심만 날 뿐이었다. 원래라면 수레에 책이 반 이상쯤 차면 움직여야 할 때지만 시크릿은 책이 수레 위로 차고 넘치는 것을 그냥 지켜봤다. 어디 들어갈 공간이 없나 책 사이로 책을 쑤셔넣어 책들이 삐져나왔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갖다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마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결국 더 이상 책을 놓을 자리가 없단 걸 인정하고 시크릿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수레의 안장을 허리에 차고 발굽을 내딛는 순간 그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무거워..."
이제서야 시크릿은 뒤를 돌아 자신이 한 짓을 지켜봤다. 거대한 책 뭉치 앞에 선 작은 포니는 경악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보다 수십권은 더 싣은 것 같았다. 아무리 그가 평소에 무거운 책을 자주 옮긴다지만 건장한 어스포니가 아닌 이상 이런 괴물을 끌고가긴 무리였다.
책꽂이를 미루고 미루고 민 결과는 자신에게 그대로 참담하게 돌아왔다. 마치 문댄서에게 말을 걸길 미룬 시크릿 크러쉬 자신처럼.
시크릿은 별 수 없이 몇권의 책은 다른 수레에 옮겼다. 이렇게 되면 책을 두 번 옮겨야되는 수고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다 자업자득아닌다. 시크릿은 속으로 자신을 비하하며 다시 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분명 무게는 줄었는데도 무언가 시크릿의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시크릿은 느릿한 걸음으로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십권의 책들이 공중에 흩뿌려 지더니 자석에 이끌리듯 제 자리를 찾아갔다. 어느덧 수레는 가벼워지기 시작했지만 발걸음은 여전히 느렸다.
시크릿은 마지막 책장에 책을 꽂아 넣은 뒤 책꽂이들 사이로 나왔다. 시크릿은 항상 마지막 책을 꽂는 구역을 문댄서가 보이는 쪽으로 경로를 짰다. 이번에도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 문댄서가 보이는 곳에 나오게 했다. 문댄서는 변함없는 모습을 보였다. 매일 갈아입긴 한 건지 똑같은 꼬질꼬질한 스웨터에 화장기라곤 없는 큰 안경을 쓴 얼굴과 정돈되지 않는 두꺼운 눈썹. 그리고 귀찮은 듯 손질하지 않는 푸석푸석한 머리를 대충 말아올린 모습은 2년동안 변함 없이 항상 그대로였다.
시크릿은 이번에는 다가가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말해야 겠다 말아야겠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전에는 말을 걸어야겠다는 목표하나만으로 바라봤지만 이제는 무엇을 목표로 잡아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냥 기다려서 문댄서가 자신을 잊을 때 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한번 더 말을 걸어서 이미지를 개선해야할지 아니면 이젠 정말 포기해야 할지.
시크릿은 그 이후로도 책을 정리하면서 문댄서를 볼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돌아왔다. 문댄서를 보러 갈 의미가 사라지니 모든게 무기력하게만 느껴졌다.
"반납되었습니다."
시크릿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서관 포니들은 시크릿의 평소같지 않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항상 미소와 인사로 맞이해주던 사서가 왠일로 기운 빠지는 모습을 보인건지 궁금했다. 간혹 시크릿과 얼굴을 아는 포니들이 그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만 시크릿은 그저 괜찮다고만 대꾸했다. 전혀 괜찮아보이지 않는 대답이었지만 말해줄 것 같지 않아 깊게 관여하지도 않았다.
폐관 시간이 가까워지면 도서관에선 30분전부터 방송을 한다. 사서에겐 방송 소리가 들리면 가장 바쁜 때를 알리는 알람 소리이기도 했다. 이 때 도서관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때문에 반납, 대출이 가장 몰리는 시간이었다.
시크릿은 무표정한 얼굴로 책을 확인하고 포니들에게 다시 건내거나 수레에 쌓아놓기 시작했다. 차라리 정신없이 바쁜게 그에겐 나았다. 부리전히 움직여야 쓸데없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간 폐관시간의 도서관은 아침의 도서관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생기가 모두 빠져나가버린 텅 빈 도서관은 허전함 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폐관 시간 10분전이 되면 사서도 마무리를 시작한다. 반납받은 책들을 마지막으로 꽂아두고 포니들이 읽고 책상위에 둔 책들도 정리하고 의자나 책상을 가지런히 해둔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책상을 정리해두고 도서관의 불을 모두 끄면 퇴근 준비가 끝나게 된다.
폐관 시간이 거의 다다를 쯤 되서야 마지막으로 도서관을 나서는 포니가 있었다. 문댄서는 불이 꺼지기 직전까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 폐관시간 1분전 쯤 대출할 책들을 가지고 데스크 앞으로 왔다.
"대출이요."
시크릿 크러쉬에겐 이 떄는 하루 중 문댄서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댄서 앞에서만 서면 사고가 정지 되고 몸이 얼어붙어버리기 때문에 항상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대출을 받자마자 쏜살같이 사라지는 문댄서 때문에 여유를 가질 틈도 없었다.
시크릿은 이번에도 입이 얼어붙어 입에 달고살던 그 '감사합니다' 한 마디조차 할 수 없었다.
문댄서는 책을 돌려받고 자신의 허리춤에 찬 가방에 집어 넣은 뒤 곧바로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저기."
시크릿은 자기가 말하고도 놀라서 발굽으로 입을 막았다.
지금 내가 말을 한건가?
시크릿은 믿지 못한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둘 뿐이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문댄서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문댄서는 사서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아까 전 점심시간에 자신에게 실없는 말을 했던 그 유니콘이었다. 이번에는 또 뭔가. 이 포니는 대체 뭐길래 자꾸 자신에게 말을 하는걸까. 벌써부터 질려버린 표정이었다. 또 다시 실없는 말을 했다간 바로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안녕히 가세요."
시크릿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고민하는 새 제한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그녀의 관심곡선은 뚝뚝 떨어질 것이다. 그나마 사서로써 마지막 남은 손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말을 꺼냈다. 이 정도라도 생각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점심시간에 건냈던 말보단 훨씬 정상적이었다. 하루에 세번이나 말을 건낸 덕분인지 이번에는 긴장한 기색이 그렇게 겉으로 보이진 않았다.
"네."
문댄서는 대답을 했다. 상대방의 인사에 대한 가장 최소한의 대답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녀는 곧바로 도서관을 나섰다.
시크릿은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쉬었다. 끝장이다. 문댄서의 반응으로 그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걸 느꼈다. 내일 당장 사서를 그만두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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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이상한 수컷 OC가 나와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부턴 귀여운 문댄서가 많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