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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게시물ID : lovestory_898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15 09:17:4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양성우비 온 뒤에

 

 

 

눈부셔라

그대 반짝이는 풀잎을 밟고

비 그친 강둑길 굽이돌아

오는 이

잔잔한 물 위에

긴 그림자 드리우며

나란히 선 버드나무숲을 지나

손뼉치며 오는

그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2.jpg

문정희고독

 

 

 

그대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 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3.jpg

이상국아버지의 집으로 가고 싶다

 

 

 

벌써 오래 되었다

부엌 옆에 마구간 달린 아버지의 집을 떠나

마당도 굴뚝도 없는 아파트에 와 살며

나는 그게 자랑인줄 알았다

 

이제는 그 부드러운 풀이름도 거반 잊었지만

봄 둑길에 새 풀이 무성할 때면

우리 소 생각난다

 

어떤 날 저녁에는

꼴짐 지고 돌아오는 아버지 늦는다고

동네가 떠나갈듯 우는 울음소리도 들었다

 

이제는 그 소도 아버지도 다 졸업했다고

이 도시의 시민이 되어 산지 오래인데도

우리 소 잘 먹던 풀밭 만나면

한 짐 베어지고

그만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4.jpg

윤동주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5.jpg

김은숙늦눈에게

 

 

 

입춘 지난 이월 하늘

흩뿌리는 늦눈이여

너는

내 무거운 우울을 닮았구나

 

산과 강과

마을 여는 길들까지

온 몸 정갈한 구원

하늘길로 닿을 때

 

빛 지는 그 너머

어두움 바라보며

꽃잎처럼숨결처럼

처연히 피어나서

 

아득한 세월의 몸짓

고요처럼 하강하는

빛나는 내 우울을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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