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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물론 나는 알고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9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14 08:56:2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양정자가장 쓸쓸한 일

 

 

 

아아쉬임없이 흐름으로써 우리를

고문하는

잔인한 세월이여

너를 죽여 모든 생활을 얻은들

모든 생활을 죽여 너를 얻은들

또 무엇하리







2.jpg

최영미서른잔치는 끝났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 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3.jpg

박목월사투리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나는 머루처럼 투명한

밤하늘을 사랑했다

그리고 오디가 샛까만

뽕나무를 사랑했다

혹은 울타리 섶에 피는

이슬마꽃 같은 것을

그런 것은

나무나 하늘이나 꽃이기보다

내 고장의 그 사투리라 싶었다

 

참말로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냄새가 난다

약간 이슬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에 마르는

황토흙 타는 냄새가 난다







4.jpg

김시천가끔 쉬어 가는 자리에

 

 

 

가끔 쉬어 가는 자리에

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네

 

그 그늘 아래

작은 돌 하나 놓여 있어

문득 머물고 싶은

 

늘 그러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가끔씩이라도

아주 가끔씩이라도

 

산 밑 주막에 피어오르던

구수한 저녁 연기 같은

 

그런 사람 하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5.jpg

도종환똑같은 새를 보며

 

 

 

아름다운 목소리 지닌 새도

그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나오는 부리로

필사적으로 벌레를 잡아먹는다

고고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가는 새들도

물가에 내려 비린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진흙탕에 발을 딛고

날개와 깃털에 온통 흙물 묻힌 채

먹을 것을 찾는다

 

그러나 똑같은 그 새들을

오늘 다르게 본다

 

거친 털에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벌레를 잡아먹어가면서도

저 새는 저리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구나

온몸에 흙탕칠을 하며 먹을 것을 구하던

새들도 저리 환하게 날개를 펼쳐들고

하늘 한가운데 다시 날아가는구나

제 하늘 제 소리를

저렇게 지켜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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