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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춘향의 노래
지리산은
지리산으로 천 년을 지리산이듯
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
섬진강은
또 천 년을 가도 섬진강이듯
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섬진강이 깊숙이 제 가슴에
지리산을 담아 거울처럼 비추듯이
도련님은 내 안에 서 있는 산입니다
땅이 땅이면서 하늘인 곳
하늘이 하늘이면서 땅인 자락에
엮어가는 꿈
그것이 사랑이라면
땅 낮은 섬진강 도련님과
하늘 높은 지리산 애가 엮는 꿈
너나들이 우리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입니다
오세영, 먼 그대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이별의 뒤안길에서
촉촉히 옷섶을 적시는 이슬
강물은
흰 구름을 우러르며 산다
만날 수 없는 갈림길에서
온몸으로 우는 울음
바다는 하늘을 우러르며 산다
솟구치는 목숨을 끌어안고
밤새 뒹구는 육신
세상의 모든 것은
그리움에 산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별 하나 두고
이룰 수 없는 거리에
흰 구름 하나 두고
문정희, 전보
나는 너에게
전보가 되고 싶다
어느 일몰의 시간이거나
창백한 달이 떠 있는
신새벽이어도 좋으리라
눈부신 화살처럼 날아가
지극히 짧은 일격으로
네 모든 생애를 바꾸어 버리는
축전이 되고 싶다
가만히 바라보면
아이들의 놀이처럼
싱거운 화면, 그 위에 꽂히는
한 장의 햇살이고 싶다
사랑이라든가
심지어 깊은 슬픔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전보가 되고 싶다
정진규, 겨우살이
내 사랑 겨우살이 한번 풀어보려고 겨우살이 찾아
즉효라는 그걸 찾아 눈 덮인 심산 들었다
참나무 뽕나무 오리나무에 붙어살지만
겨울날 홀로 초록 잎새 싱싱한 독야청청 겨우살이
나 좀 살려다오 내 후살이로 조심조심 들여앉혔다
네 몸 달이어 나를 깊게 뎊혔으나 아직도 여적지다
너나 나나 아직도 겨우살이다 내 사랑 겨우살이
아직도 여적지다 몰랐었구나
사랑이 본시 겨우살이인것을
후살이가 본시 겨우살이인것을
합환(合歡)이여
철든 사랑아
이선이, 반달
품으러 가는 마음도
버리고 가는 마음도
무겁구나, 당신
풋기운에 열린
속꽃모양 속내이야길랑
사내이야길랑
한 반생은 비 내리고
한 반생은 흐벅져서
한 움큼 어둠으로나
다독이려나
버거운 그리움의 능선을 닮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