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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까지만 살고싶어요
게시물ID : lovestory_898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anon
추천 : 2
조회수 : 238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4/13 00: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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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전문을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30여년전 18살쯤됐을때 처음 책을 사서 읽고 그이후 몇년후에 다시 읽어보려고 책을 찾으니 책을 찾을수없어서 헌책방을 전전해서 책을 다시사서 읽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몇페이지만 읽고 자려다가 책을 처음산날 저녁에 끝까지 다읽고나서야 잠들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민초희 양이 1988년 부터 1990년 까지 김창완씨가 진행하던
CBS의 '꿈과 음악 사이에' 보낸 편지입니다. 민초희 양이 죽고 난 다음
이 편지들은 야정출판사에서 1990년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란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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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  -민초희-

하늘이시여. 아버지시여,
여기 보잘것 없이 꺼져가는 생명하나 당신께 바칩니다.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그러나, 착하게 살려 노력했던 소녀하나가 당신께 천천히 생명을 바칩니다.
아쉽다고 말하기엔 꽉찬것 같고, 꽉찼다고 하기엔 너무 모자란듯한 내 열일곱해. 아버지시여.
그 열일곱해를 당신께 돌려 드립니다.
한번도 내것이라고 느껴보지 못한 내 삶을 주인인 당신께 드립니다.
아버지시여.
어릴적 엄마품에서 십자가에 매달리신 당신의 모습이 전 아름답다 느꼈읍니다.
나도 당신에게 속할수 있는 사람이길 원했읍니다.
그런 나의 생명을 영원히 당신에게 바칩니다.
난, 서럽지 않습니다.
단지 영원을 위해 영원을 들이마신 것뿐입니다.
아버지시여.
내 열일곱해 고스란히 당신에게 바치니,
내몫일지도 모를 남는 생이 있다면
천진한 어린 양들에게 고루뿌려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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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오늘은 기뿐이 나빠요. 아침부터 쭉 아팠거든요. 요즘은 전보다더 자주 아파요
2번째 수술을 하기전 까지는 그래도 조금 덜 아팠는데 2번째 수술을 하고나서부터 더 자주 더 많이 아파요.
아프다고 다큰 제가 투정을 부릴수도 없어서 꾹 참아 보고, 안되면 소리도 질려보지만 아픈것은 조금도 덜하지 않아요. 이럴땐 실컷울어야 되는데, 전 마음껏 울수도 없어요.
울려면 식구들중 어느 누구도 없을때 울어야 되는데 지금 자꾸 눈물이 나요
아저씨.
아침녁에 외삼촌한테 전화를 했어요.
간신히 전화박스까지 가서 전화를 했어요 저쪽에서 "여보세요" 하고 외삼촌 목소리가 들렸을때, 전 아무말도 못하고 계속 펑펑 울었어요.
외삼촌은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묵묵히 가만히 계셨어요.
아마 교회에 나오는 사람중 하나라고 생각하셨나봐요 (외삼촌은 시골 교회 목사에요) 계속 울다 겨우 "외삼촌,나 희에요. 나 아파 죽겠어요" 하고 계곳 울다가 전화가 끊어져 버렸어요. 저녁때 아빠가 오셔서 외삼촌 한테 전화 했나교 물으셔서 했다고 하니꺈, 외삼촌이 저를 위해서 기도를 많이 하신다고 하셔다면서 저보고, 얼른 나서 집에 가자고 하시는 말씀에 제가 그만 "살아서?" 하고 말실수를 해버렸어요. 아빠가 우시는것 오늘 처음봤어요.
어찌나 죄송 스럽던지 ... 아빠께 잘못했다고 몆번이나 했는데도 아빠는 아무말도 안하고 가버리셨어요.
좀전, 막내 언니가 와서 "오늘 아빠 기분이 안좋아보여" 하는데 가슴이 뜨끔했어요
내일 어떻게 아빠를 뵙죠? 어떡하면 좋아요,아저씨?

<다음날>
오늘도 역시 계속 아파요
정말로 아파 죽겠어요. 저번 수술 끝나고 최박사님이 뼈에서 썩은 부
위를 다긁어 냈다고 했는데.
왜 또 아픈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진통제를 두알이나 먹었어요.
그런데도, 또 잠을 잘수가 없어요.
너무 아파서 눈을 감고 자려면, 온몸이 다 아프고, 다리가 끊어지고, 부서지는 것 같아요. 미안해서, 소리를 지를 수가 없어요. 벌써 언니를 3번이나 깨웠어요.
언니가 약을 갔다주고 이야기도 해주고 재워주려지만, 눈물만 나고 결국 착해빠진 둘째 언니를 또 울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지금 편지를 쓰는거예요. 뭐라도 손으로 궁실거리고 있으면 조금은 덜 아픈것 같아요.
너무 아파서, 스스로 제병을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결국은 병이 더 몸에 퍼졌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처음에은 다리만 아프고, 마비 되었는데, 작년에 다시 입원할대는 허리까지 마비되고, 요즘은 한쪽팔도 자주 아파요 언니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몸에 대해서 저보다 누가 더 잘 알아요.
아저씨, 사람들은 자기 생명으로 길이를 안다죠?
지금부터 비밀을 하나 말할께요. (우리 식구중 누구라고 이말을 들으면 1m쯤 펄쩍 뛰겠지만, 식구들 어누 누구도 이렇게 늦은밤까지 깨어 있지 않을테니깐 말하는 거에요) 암만 생각해도 전 스무살까지 못살것 같아요.
이렇게 아프다가, 온몸이 뻣뻣하게 굳거나 뼈가 다 곪아 썩어서 죽을것 같아요 이상해요 . 옛날에는 죽는다는 것만 생각하면 눈물이 펑펑났지만, 지금은 조금밖에 안나요 외삼촌이 제게 자주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요.
"하늘에 께신분은 어려운 사랑을 더 자주 보고 계신단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을 더욱더 사랑하신단다 희야. 희야는 그분께 버림받은것이 아니고, 사랑을 더 받고 있는거야. 그리고 너무 사랑은 받아 이렇게 아픈거야"
저는 말을 듣는것은 좋아하지만 무슨말인지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사랑받아서 이렇게 아프다면 주님께 사랑을못 받더라고 아프지 말았음 좋겠어요.
아저씨, 이제 잠이 올것 같아요 잠이 올려고 할떼 얼른 자야 겠어요.
지금 벌써 새벽 4시가 넘었어요. 아저씨, 몸조심 하시고 안녕 !
"노래 신청 합니다" 12월 7일 김창완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아저씨 노래라고 안틀어 주시면 일주일 내내 울어버릴거예요.!
      (그리고, 형부한테 일러 버릴 거에요 !
        무섭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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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아저씨는 어리다는 기준을 몇살로 생각하세요?
저는 15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우리집 식구들은 20살이라고들 생각하나 봐요.
저만 보면 어린애 니, 꼬마 니, 아동이니 하면서 제가 하는 것을 또, 하고 싶은것을 못하게 해요.
저는 저보고 왜 어리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열살하고 다섯살 더하기 두살이나 되는데 특히 식구중 제가 어리다고 강조하는 사람은 막내 언니에요.
무슨말을 하다가 대답을 못하면 "어린애는 몰라도 돼" "쪼그만게 별걸 다물어" 하면서, 꿀밤만 때려요.
(아마 태어나서 지금까지 막내언니 한테 꿀밤 먹은 수를 세어보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올거에요) 신경질나 죽겠어요.
막내언니는 겨우 21살밖에 안됬으면서, 말이에요.
차라리 큰언니, 아니 셋째 언니가 저보고 어리다고 하면 저는 그냥 아무말 없이 받아 들었을 꺼에요. 근데 큰언니보다 9살이 적고, 셋째언니 보다도 3살이나 적은 막내 언니가 왜 저보고 어린애 라고 해요.
(그리고 셋째 언니 한테는 막내언니랑 나랑은 항상 같은 세대로 취급 받으면서 ...)
아저씨, 오늘 막내 언니 흉보는 김에 더 흉볼래요
제 담당 의사선생님은 최과장님이시거요.
그런데 제병실에 오실댄 쫄병의사 선생님이 한분 더 들어오세요.(레지 던트라고 부르는 것 같았는데....)
그 아저씨는 참 재미있어요. 저한테 오목두는 것도 가르쳐 주셨고, 전자오락 하는것도 가르쳐 주셨어요.
근데요, 막내언니 가요, 그 아저씨만 보면 이상해져요.
가만히 있다가, 또는 저랑 투닥거리고 싸우다가도 그 아저씨만 들어오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소리도 얌전해지고, 저랑 금방 싸우면서 무섭게 노려 보던 눈은 어느새 엄마 보다더 더 고와저요. 저랑 있을때랑 그렇게 다를수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미 언니, 왜그래?" 하면 "뭐?" 하고 시치미를 뚝! 떼요.얼마나 얄미운데요. 정말 아저씨가 막내언니를 못보는것이 안타 까울뿐이에요. 아저씨, 제가 생각을하기에는 막내언니가 그아저씨를 좋아하는것 같아요.그래서 언니들한테 물어 봤거든요.
근데, 둘째 언니는 웃기만 하고, 셋째 언니는 들은 척도 안하고, 큰언니는,
"희가 참견할 일이 아닌거 같은데?" 라고 해요.
이번에는 형부한테 물어볼 참이에요.
온집안 식구들 한테 다 말한다고, 나중에 막내언니가 알면 펄적펄적 뛰고,
저랑 또 한바탕 싸우겠지만, 저는 막내언니가 왜그런지 식구들 한테 다 물어보고,
결론을 내리고 싶은걸 어떡해요.
약간 심술 맞은 것 같죠? 제가 생각해도 쬐금, 심술 궂은것 같거든요.
이래서, 식구들이 저보고 심술 맞다고들 하나봐요.
아저씨, 안녕!

P.S 1.오늘 옆병실에 환자가 바뀌었어요.
     있던 환자는 퇴원하고, 아래층에서 새 환자가 올라왔어요.
     조그만 남자아인데, 교통사고로 입원했데요.
     그런데, 그 꼬마가 저는 맘에 들었어요. 왜냐하면 저보고
     "누나, 참 이쁘다" 라고 했거든요. 저는 대체로 예브다는 말에 약해요.
     그래서, 그 꼬마랑 초컬릿을 주고 받으면서 친구가 되기로 했어요.
     얼마 안있으면 그 꼬마도 퇴원하겠지만 말이에요.
   2.아저씨,저 병원에서 도망갈거에요.
     그래서, 요즘 계획을 세우는 중이에요. 답답해서 도저히 견디지를
     못하겠어요.
   3.편지를 부치려다가 형부한테 막내 언니 얘기 물어본것을 말해
     드릴려고 다시 편지봉투를 열었어요.
     형부는 제말을 듣고서는 " 셋째 처제가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되었구나~." 하잖아요
     무슨뜻인지 모르겠어요. 무슨말이 냐고 물어볼려다가 막내언니처럼
     "어린애는 몰라도 돼!" 할것 같아서 그만 두었는데 지금 무슨뜻인지 궁금
     해요. 지금 형부가 물뜨러 갔거든요.
     형부가 물떠서 갖고 오면 무슨뜻인지 물어볼까요,
     아니면 물어보지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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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안녕하셨어요?
전 지금 너무 너무 너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왜냐하면 지금 집에 와있어요. 퇴원은 아니지만 저도 신정 휴가를 얻은 거에요.
일주일 가량을 집에 있어도 별일 없을거라는 최박사님 말씀이 계셨거든요.
정말 오랫만에 집에 왔어요. 얼마만이냐 하면요. 1년하고 3개월이 좀 넘었지요.
재작년 9월달초에 입원했으니까요. 집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막내 언니랑 같이 쓰는 방의 이불도 그대로, 배개도 그대로, 그리고 내 소중한  곰인형도 그대로 있어요
변한건 우리 심술이가 새기 강아지를 낳은것 뿐이에요.
우리 심술인 순종은 아니지만 제가 정말 이뻐하는 강아지.(아니, 새끼 강아지가 있으니깐, 이제는 그냥 개)에요
처음 아주 조그만 강아지 일때 저희 집에 가지고 왔어요.
심술이로 제가 이름을 지으니깐 식구들 모두가 이름을 바뀌야 한다고 했지만, 제가 절대로 바뀌면 안된다고 우겨서 여태꼇 심술이란 이름이 온전한거에요.
심술이란 이름이 어때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귀엽잖아요.(그렇다고 생각 하지 않으세요, 아저씨?)
어쨋든 집에 오니깐 좋아요 옛날 병원에 가기전과 같은 생활을 할수 있어서 더욱더 좋구요.
밥먹으면서 식탁밑에선 막내 언니랑 발싸움하고, 밤에 자면서 서로 영토를 많이, 넓게 하려고 베개로 금그려 놓고, 군것질 실컷하고, 그리고 저를 가장 즐겁게 해주는 것은 수간호원 언니의 히스테리성 잔소리를 듣지 않는거에요.
벌써 집에 온지 5일이나 지났어요. 병원에는 가지가 싫어졌어요.
언제 퇴원하는지는 잘모르지만, 빨리 병이 나서 이렇게 매일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저씨.
이제 1989 년이에요.(새해 인사가 늦은것 같지만, 아저씨. 새해에 복을 무진장 많이 받으세요)
올한해에 무슨일이 일어날까 언니들이 얘기 하는걸 들었어요.
큰언닌, 형부가 고3담임을 맡지 않을것 같다고 하고.
둘째 언니는, 작년과 같을거라고 하고, 셋째언니는 애인이 생길것 같다고 하고.
막내언니는 모르겠다고 했어요.

언니들이 저한데도 물어 보길래 "몰라!" 해버렸죠, 뭐.
하지만, 저는 새해 첫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인가를 생각했어요.
올해엔 병원에서 꼭 퇴원할거라고, 병은 마음가짐이 제일로 중요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서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몰라요.
어쨌든, 그간 병원비를 대느라고 애쓰신 아빠를 봐서라고 어서 병이 나서 퇴원해야 겠어요.
제가 거진 6년을 아프면서 쓴돈을 적어보면 어마어마 할거에요.
만약 제가 언니들이랑 나이차이가 적었다면, 언니중 두명은 공부를 대학까지 못했었을 거에요.
아니면 제병은 아예 포기 했던지, 이런 생각을 하면 엄마,아빠께 너무 죄송해요.
그래서, 이제는 어른 말씀 잘듣고, 짜증도 안내고, 약도 안버리고 잘 먹을 거에요.
그렇게 하면, 병도 나을거고, 몸도 튼튼해질것 아니에요?
그러면, 효도도 하는거구요.(전 태어나서 효도를 못한것 같아요,안했을지도 모르고요)아저씨, 무리한 생각 같지는 않죠?
안녕, 아저씨.

P.S : 잊어 먹을번 했어요.
      저번 연말에 제게 병이 빨리 나으라고 해주신 어느 언니(이름을 정확히 몰라서
      죄송해요)
      께 고맙다는 말 꼭좀 전해주세요.
      그리고 빨리 나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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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안녕하셨어요?
몆칠만에 아저씨께 편지를 드려요.
저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여태껏 시골에 있는 외삼촌 댁에 가있었어요.
이곳에서 저는 여태껏 느끼지 못한 여러가지를 알고 왔어요.
아저씨.
그곳은 C.B.S가 잘 안나와서 "꿈과음악사이에"를 듣지못했어요.
편지를 붙이려고 해도 읍내까지 나가야 했어요.
(우체부 아저씨가 3일에 한번씩 오긴 하지만...)
어쩜 저는 얼마 안있으면 퇴원을 할지 몰라요.
병이 다 나서 퇴원을 하면 좋겠지만, 그럴수가 없을것 같아요.
시골 아이들을 보면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주님의
축복인가를 새삼 진하게 느껐어요.
꾸밈없는 웃음과 우습기 까지 한 사투리를 들으며 이런곳에서
남은 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저씨, 요즘은 하루 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살고 있다는 것이 요즘 처럼 감사하게 느껴진적은 없었어요.
모든것이 사랑스럽고, 곱게 보여요.
하다 못해 굳어버린 내 두다리까지 이뻐 보였어요.
이젠 어쩐지 내가 어른이 된것 같아요.
아저씨, 도시엔 십자가를 너무 흔하게 볼수 있죠?
그래서 사람들은 너무 흔히 보는 십자가에 별 느낌을 받지 못
할거에요.

하지만 그곳 시골엔 교회가 한마을에 하나뿐이에요.
전 그 교회의 십자가 가 도시에서 본 십자가 보다
더 성스럽고, 아름답게 보였어요. 그런 말을 하니깐
외삼촌께서 웃으시며 "넌 내가 왜 이런 시골 교회의
목사를 하는지를 이해 하는구나." 하셨어요.
아저씨.
시간이 있으시면 도시를 나와 시골로 가보세요.
그리고, 작은 마을에 알맞게 작은 교회를 찾아 보세요.
그럼,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실거에요.
오늘 편지가 좀 이상하죠?
다음엔 이렇게 횡설수설 하지 않고, 잘써서 보낼께요.
그리고, 이젠 열심히 C.B.S의 "꿈과..." 를 들을
거에요. 편지도 아저씨가 지겨워 하실말큼 많이
보낼거에요. 아저씨, 안녕.
                   -- 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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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저. 기억나세요? 잊어먹으셨을 거에요, 아저씬!
병원에서 편지하던 초희에요.
1분간의 시간을 드릴께요...(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그동안 괘 오랜 시간을 편지 못하고 지냈어요.
그간 제가 왜 아저씨한테 편지를 하지 않을줄 아세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요.
그리고, 이제야 pen을 들어도 된다는 허락이 내려 졌고요.
그동안 상당히 아펐어요. 수술도 했고..
지금 이곳은 집이에요. 퇴원했어요, 아주.
수술한뒤 일시적인 마비증상이 와서 고개만 까딱까닥 움직일뿐, 수술한뒤 꼬박 1주일하고 열흘을 누워만 있었어요.
팔이 마비증상에서 풀린지는 오늘이 5일째에요.
편지를 보내고 싶어지만, 사실 요즘 제 기분이 아주 엉망이었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제 마음을 정리를 했어요, 여러가지 일들을 말이에요.
아저씨. 사람은 꼭 오래 살아야 좋은것은 아니지요?
오래살진 못해도 착하게, 곱게 짧게 살아도 그렇게 서운한건 아니지요.
아저씨, 수술을 한다음 아빠가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번 수술은. 얼마없는 희망을 잡아보기 위해서였고, 수술을 해도 내가 건강해질수는 없고, 단지 조금더 아프지 않게 얼마 안남은 내 생활을 보낼수 있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저는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내가 죽어간다는 것을.
차츰차츰 조여오듯 마비되는 내몸을 보며, 그리고, 요즘들어 부쩍 늘은 기침과 밤에 오는 통증들.
이모든것을 나아닌 어떤 사람이 알수 있겠어요.
아저씨. 전 그렇게 슬프지 않아요, 그저 단지 서운할 뿐이에요.
처음 얼마는 밥도 안먹고, 울기만 했지만 이젠 안그래요.
왜냐하면, 더이상 식구들을 괴롭혀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이제 더이상 나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겠어요.
이렇게 내가 떠나고 나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차마 못한짓을 하는 것이라는것 전 알아요.
아저씨. 내가 아픈건 참을수 있어요.
하지만, 식구들이 슬퍼하는건 정말로 참을수가 없어요.
전울수가 없단 말에요. 제가 울면 정말로 온집안 식구다 다 울어요.
요즘 엄마는 제곁에서 잠시도 떨어져 있기 않으세요.
제곁에서 감각도 없는 다리를 주물러 주시고, 얼마전 부터 받기 시작한 치료때문에 하나,둘씩 빠지는 머리칼을 묶어주시고, 이것 저것 먹을것을 가져다가 먹여주시고...
엄마를 보고 있으면, "난 죽어선 안되는데..." 하고 생각이 들어요.
늦게 얻은 막내딸이라 엄만 우유로 절 키운것이 젤 맘이 아프데요.
하지만, 전 막내로 태어나 이렇게 엄마속을 태워서 맘이 아파요.
아저씨.
살고 싶다는 말은 안하겠어요. 단지 조금만, 조금만더 오래 있구 싶어요.
스무살이 될때까지만 살고 싶어요.
아직 난 너무 어리잖아요, 이렇게 어린데, 조금만 더 이세상에서 섞여 있고 싶어요.
막내 언니가 날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을 해요.
"희야, 넌 살거야. 왜냐하면 우리 식구 모두 주님께 빌고 있으니깐,
 나도, 희야 위해 하루에 몇번이나 기도를 하고 있어"
막내언니도 요즘은 미팅도 안하고 일찍일찍 집에 와요.


그리곤, 저랑 놀아줘요.
매일 같이 싸우면서 컸고, 얼마전 내가 퇴원하게 전가지 하루에 적어도 한번은 꼭 싸우던 언니가, 요즘은 너무 잘해줘요. 미안할 정도로 말이에요.
아저씨.
이제 팔의 마비도 풀렸으니, 이제 편지 쓸수 있을때까지 쓸 생각이에요.
이것이 유일한 제 일이 될테니까요.
밤이 괘 깊었나봐요.
안녕, 아저씨.
                               1989 4.17.희
       +---------+
       | 신청일.       |   4月25日 이상은 "사랑해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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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름으로 가고 있어요.
어쪄면 마지막으로 보는 여름일지도 몰라요.
오늘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 날이에요.
가기는 싫지만, 차마 엄마에게 가기 싫다는 말은 못하고, 나가기 싫은 대문밖을 나갔어요. 그 많은 사람들의 눈.
난 싫어요. 내다리를, 휠체어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이 싫단 말이에요.
내가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솔직히 가장 커다란 이유가) 대문밖의 성한 사람들 속에 끼이고 싶지 않아서에요.
굳어버린 내다리를 보는 사람들의 성한 다리가 왠지 미워요.
아저씨, 엄마께 죄송하고, 미안해요.
엄만 내가 밤마다 거실에서 엄마 우는 소리에 어쩔줄 몰라 하는걸 모르실거에요.
주무시기 전에 내방에 오셔서 감각도 없는 다리를 만지면서, 기도를 하세요.
울먹거리시는 엄마 앞에서 난 입을 꼭 다물고 소리 내 울지도 못해요.
(엄만, 내가 자는줄 아시거든요. 제앞에선 울지 않으시려고 애 쓰세요.!
               난 그게 더 엄마께 죄송스럽구,슬퍼요.)
엄만 내 다리가 안나도 좋으니 살려만 달라고 기도를 하세요.
하지만, 가끔씩 주님도 어쩔수 없는 일이 있을 거라고 전 생각해요.
그래서 제병이 안나서 혹시 제가 이세상에서 없어진데도( 왠지 죽는다는 말을 쓰기가 싫어요)
전 주님을 미워하지 않을거에요.
아니, 어쩝 식구들 맘을 이렇게 아프게 하니 차라리 빨리 주님께 가는것이 좋을것 같아요.
그러면 나도 덜 괴롭고, 아품도 덜 느낄 테니까.
(지금 막내언니가 들어왔다 나갔어요. 그리고 오늘이 성년의 날이래요,
근데. 성년의 날이 뭐에요?)
아저씨. 머리카락이 요즘 술술 빠져버려요.
주사 때문인가 봐요.
자고 나면 온통 이불에다 배개에 머리카락 투성이에요.
제발로 그주사 좀 안맞았음 좋겠어요.
맞을땐 별로 안 아푼데, 약이 퍼질때 너무 힘들어요.
이러다간 병때문이 아니라 주사에 시달려서 죽겠어요.
아저씨, 지금은 오후 4시 20분. 바람이 무지 많이 불어요.
그래서 아저씨는 빼빼니깐 아저씨가 방송국까지 날아가지 않고 무사히 가길 빌께요.
안녕 ~ . 참, 우리 둘재 언니 시집간대요.
신청일: 5월 19일. 신청곡 : 이선희 "친구에게"      1989.5.15.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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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께서는 밤에 잠을 자는 시간이 아갑다고 생각해 보신적이 있으세요.
요즘에 전 밤이고, 낮이고 잠을 잘수가 없어요.
아니.잠을 자고 싶지 않아요.
내가 깨어 있을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잘수가 없어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그리고. 눈을 감고 자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이 안떨어질까봐 겁이나 잠을 잘수가 없어요.
오늘밤 역시 잠들지 않을려고 커피를 국 그릇에 가득 타서 마시고.
휠체어를 방구석으로 밀고가서 벽에 머리를 기대고, 멍하니 한참을 있었어요.
머리가 좀 아프고, 커피가 너무 진해서인지 속도 조금 쓰려요.
그리고, 별로 슬픈 일도 없는데 괸스레 눈물이 나요.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외삼촌한데 편지를 썼어요. 하나님께도 섰구요, 아저씨 한테도 섰어요.
(지금 이 편지가 아니고, 다른 편지 였어요.)
오늘밤 아저씨께 처음쓴 편지는 부칠수가 없어요.
내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보내지 않기로 했어요.
아저씨. 엄마가 다시 외삼촌이 계시는 시골에 내려가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싫다고 했어요. 그냥 꼼작 않고 집에만 있고 싶어요.
써놓은 편지를 지금 읽어보니 내가 너무 약해 있는것 같아요.
왠지 요즘은 하루하루 무언지 모를 끈이 제목을 졸라오는것 같이 답답해요.
거울을 봐도 나 아닌 딴 사람이 서있어요.
난 그 애가 누군지 몰라요.
나는 아는것 같은데, 내가 하는 몸짓을 따라 해요.
소름이 끼쳐요.
그 거울속의 모습이 바로 저였어요.
하얗다 못해 파란 얼굴. 퀭하니 큰 두눈, 붏은색이 거의 없는 하얗게 부르튼 입술.
깡 마른 몸. 빗질만 해도 한줌씩 빠지는 머리카락
난 싫어요.
이런 모습이 내가 정말로 싫어요.
거울을 깨버리고 싶었어요. 온집안의 거울을 모조리 다 깨버리고 싶었어요.
아니. 차라리 내눈이 안보였음 좋겠어요.
아저씨. 미칠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번씩 다치고 싶어요.
난 죽어 가고 있는게 싫어요.
지금 난 피어나야 하는 나이라는데...
난 100살까지 살고 싶단 말이에요.
불공평해요.
난 처음부터 엉망이었어요.
그리고, 끝도 이렇게 엉망이 되어가고 있어요.
난 착했다고는 할수 없어도, 나쁘지도 않았어요.
아저씨.
미안해요, 아저씨 한데 짜증아닌 짜증을 낸거 같아요.
하지만 아저씨. 나 이런 얘기를 아저씨 한테 밖에 할수가 없어요.
식구들 한테는 정말로 할수 없어요.
내가 이런걸 알면 엄만 또 우실거에요.
왜 내가 이런지 모르겠어요.
신경이 날카로워 있어서 그런가 봐요.
이러면 안된다는것 희야도 잘 알아요.
다신 안 그럴거에요.
피곤해요 예전보다 더 쉽게 피곤해져요.
힘이 드는 생활이지만.

너무 오래 병에 끌려다녀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지만.
아저씨.
그래도 난 날 미워하지 말아야 겠죠?
                                     1989.5.18.희
신청일 : 편지 도착하는 날.
신청곡 : 산울림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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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편지 보내고 혼자 많이 후회 했어요.
제가 너무 맥빠지고 불쌍해 보였죠?
사실 그날 기분이 안좋았어요. 울적하고, 짜증나고, 답답했어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 화가 났었던 거에요.
하지만 약속해요. 아저씨.
이제 다신 그런 기운빠지는 편지를 안쓸거에요.
그리고, 기분좋은 일만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갔기로 했어요.
하루에 두개씩만 기분좋은 일을 생각해도, 일주이면 열네개나 되는 많은 좋은일을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일년이면 2*365 니깐 720개나 되잖아요.
지금 생각한 이일도 오늘의 기분좋을일 두개중 한개가 되어도 손색없을 만큼 기분좋은 일이죠?
아저씨.
745-3592. 어디선간 많이 들어본 전화번호 같지 않으세요?
아저씨 방송中 전화테이트 할때의 전화번호에요.
어제 이번호로 전화를 했어요.
아저씨랑 얘기가 하고 싶었거들랑요.
근데 신호가 '따르릉' 하고 울리자마자 전 놀래서 그냥 끊어 버렸어요.
용기가 없었어요.
번호가 틀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아저씨가 없으면 어떻하지.
그리고, 아저씨가 안받으면 하는 생각들이 한꺼번에 머리속에서 썩여 버렸기
때문이었어요.
아저씨.저 바보같죠?
                               1989.6.1. 아침 9시 10분이 쬐금 지남.
                                       희.
P.S : 아직 둘째 언니한테 편지를 부쳐달라고, 주지 않았어요.


     오늘은 6월2일 아니, 아저씨 방송이 지금 끝이 났으니깐 6월3일이에요.
     오늘 아저씨 방송을 듣다가 울어버렸어요.
     이세상에 저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걸 또 알아버렷기 때문이에요.
     '희진'이란 그꼬마는 저보다 더 아프고 힘들거에요.
     저는 아프면, 소리도 지르고, 웃고, 또 이렇게 아저씨 한데 편지도 쓰는데
     희진이는 할수가 없잖아요.
제발 이 세상에 저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음 좋겠어요.
희진이를 위해 제가 할수 있을때까지 기도를 하겠어요.
세상에 있는 기적을 모두 가져다가 희진이에게 주고 싶어요.
희진이는 세살이라고 했죠?
아직 세상에 어떤것이 있는지 모르는, 정말로 주님의 천사 모습 그대로이겠어요.
약에 지쳐 있을 만큼, 어림몸에 약을 먹었다는 말듣고 놀랐어요.
약에 지친다는건 정말로 힘들로, 괴로운데....
아저씬 모르실거에요. 아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모를거에요.
약을 먹다, 먹다, 그 약때문에 또 다른 약을 먹고, 또 먹고.
링게르를 하도 맞아 맞을곳이 없어 나중에 발등까지 맞고....
며칠전, T.V를 보는데 드라마에서 꼬마가 수술을 받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수술직전 꼬마가 수간호원의 목을 안으며 "수술 안받았음 좋겠어" 라고 울먹일때,저도 울었어요.
그 기분 전 알아요. 전 수술실에 3번이나 들어갔으니까요.
아저씨.
전 인제 17살이에요. 11살부터 아프게 시작했지요.
희진인 3년 전 7년째 병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네요.
오늘밤 별이 있나 모르겠네요.
별이 있다면, 어딘가 어린 왕자가 사는 별도 있겠죠?
어린왕자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희진이가 힘든병과 줄다리기를 하는 지금, 희진이의 편이 되어 달라구요.
아저씨.
아저씨도 희진이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저도. 희진이가 스무살이 될수 있도록 기도 하겠어요.
세상에 있는 주님의 모든 사랑을 희진이에게 주고 싶어요.
오늘밤은 희진이나 저나 편안한 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안녕, 아저씨.
                               1989.6.3. 새벽 1시 35분.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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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원짜리 동전 일곱개.
       라디오 한개
       볼펜 두개
       연필하나.
       지우개 쬐그만거 한개.
       시계 한개.
       십자가 하나, 성경책 둘.
     이상은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거에요.
     이렇게 조금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
     난 내가 이세상에서 젤로 부자인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너무 행복해요.

     신청일 : 아저씨 맘 내키는 날.
     신청곡 : 동물원, "흐린 가을 하늘엔 편지를 써."
     P.S : 저번에 제가 전화한건 낯에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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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김창완씨.
제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고 느껴지셨을 겁니다.
저는 김창완씨 방송에 자주 편지를 보내는 민초희의 둘째 언니입니다.
맨처음 희야가 편지를 부쳐 달라고 했을때 전 몇번하고 말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꽤 오래 지속되는 걸 보고 저도 이방송을 듣게 되었습니다.
방송을 들으며 희야가 얼마나 괴로와하고 지쳐있는지를 알게 되었읍니다.
식구들 앞에선 좀처럼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정도로 병에 지쳐있는줄 몰랐읍니다.
김창완씨. 희야는 정말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입니다. 어려서 부터 쭉 집과 병원을 떠나본적이 거의 없기때문에 세상의 거친면을 잘모르는 순진하고,깨끗한 영혼을 가진 열일곱의 소녀입니다.
희야는 어제다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읍니다. 갑작스런 발작이 또 일어나 온몸이 뻣뻣이 굳어 실려갔읍니다.
괴로워 얼굴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 희야의 작은 얼굴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얼마나 더살진 아무도 모릅니다 아니 대강은 알지만 식구중 어느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주님은 결코 희야를 버려두진 않을 거라고 우리식구는 믿고 있읍니다.
초봄 아니, 늦겨울에 지난 희야 생일날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열일곱개의 초를 보고 희야는 "내가 벌써 열일곱살이야. 나도 이제 얼마안있으면 어른이네."
웃으며 말하던 희야가 왠지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어머니는 마지막 생일 일지도 모른다며 정성을 다 쏟으시며 음식을 하시더니 결국 울어 버리쎴읍니다.
김창완씨, 방송을 듣다보면 희야를 위로해주는 여러분들의 편지를 듣게 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희야의 주소를 묻는 편지도 종종 듣게 됩니다.
희야는 편지를 받으면 꼭답장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그러기엔 지금 희야가 너무 약해 있읍니다.
제가 보기엔  희야 는 김창완씨께 보내는 편지도 벅차보일 정도로 병이 약화 되어 있읍니다.(그래서 아마 주소를 쓰지 않나 봅니다.)
참, 김창완씨께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읍니다.
희야가 친구가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김창완씨 입장에서 볼땐, 얼굴도 모르는 아이의 친구라는 것이 조금 이상하실 지도 므르지만, 희야의 친구가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희야는 친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침이 거진 다 밝았읍니다.
아까부터, 네째가 꼐속 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온집안 식구가 밤잠을 다 설친것 같습니다.
지금쯤 희야가 정신을 찾았을까 모르겠군요.
네째나 세째를 병원에 보내봐야 겠읍니다. 저는 도저희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을 희야를 볼 자신이 없기때문 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김창완씨.
                                       1989년 6월 13일. 민초연 씀.
신청곡 : 신윤식 "흔적"
신청일 : 6월 16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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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편지를 써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아저씨 방송을 못듣은지 이주일이 넘었어요.
몸이 좀 안좋아서 병원에 있었거든요.
나는 잠을 좀오래 잔것 같은데, 깨어나보니, 하얀벽, 하얀침대, 하얀옷을 입은 사람들.
또 하얀색에 갇혀 버려 있더군요.
지금, 아저씨 목소리를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가물가물해요.
지금 이곳은 큰언니네에요.
집은 둘재 언니 결혼준비 때문에 굉장히 바쁘거든요.
그래서 전 큰언니네로 왔어요.
가득이나 이쁜 둘째 언니가 요즘 들어 더 이뻐보여요.
아저씨.
지금 라디오에서 '상행시 짓기'를 하고 있어요.
듣고 있자니, 재미 있는것 같지만, 글자 세개는 너무 짫으니깐 "꿈과 음악사이에서 행복한 김창완 아저씨" 로 해보겠어요.

꿈 => 꿈에서 날개 달린 천사를 만났음 좋겠어요.
과 => 과일 냄새가 조금씩 날것이고.
음 => 음악소리가 날개짓 할때마다 들리는
악 => 악한것은 모르는 순진한 꼬마겠죠.
사 =>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이 => 이 천사의 얼굴을 보면 사랑을 알만큼 좋은 얼굴을 하고 있겠죠.
에 => 에덴 : 천사가 살고 있는 곳은 에덴이겠죠.
서 => 서로 사랑하고 살겠죠.
행 => 행복에 빠져 헤엄친 만큼 행복의 홍수가 났을지도 모르는곳.
복 =>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별로 없을 거에요.
한 => 한번이라도 천사를 만난다면
김 => 김빠지는 일이 생길때마다
창 => 창가에 앉아 천사에게 편지를 쓸거에요.
완 => 완전하지 못한 저지만 친구하고 싶어요.

아 => 아! 물론 천사는 남자니깐 더 좋구요.
저 => 저의 생각이 너무 터무니 없나봐요.
씨 => 씨 ~ 익 하고 달님이 웃고 있거든요.
날시가 흐려지고 있어요.
비가 올려나 봐요.
힘이 들어서 더 못쓰겠어요.
안녕, 아저씨. 오늘밤 고운 꿈 구세요
                                                6月26日 2시 14분 희.
(공책 찢어써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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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는 비가오고 어제는 흐렸는데 오늘은 햇볕이 쟁쟁, 모래알이 반짝이에요.
오늘 하루종일 선풍기를 안고 살아서 지금 머리가 아프지만. 옆에선 여전히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어요.
지금은 7월 14일 금요일 10시 5분전이에요.
저는 지금 이따가 아저씨계 전화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전화를 하지 말라는 생각이 80%가 넘는것 같아요.
아저씨.
처음 "꿈과..."에 편지를 보낼때는 아무 부답없이 그냥 답답한 나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한다는 기분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요즘 제주소를 묻는 편지가 방송에 나올때마다 가슴이 뜨끔하도록 놀래요.
왠지 부답스러울때가 있어요.
어쨌든, 오늘 전화를 할지 안할지 시간이 지나면 명확해 지겠죠.
아저씨.
오늘 책한권을 다 읽었어요. "생의 한가운데"라는 책인데, 일주일 전쯤에 은이 언니(셋째언니)가 사다쥤어요. 재미없을것 같아서 읽지 않고 있다가 사흘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그책 내용에 폭 빠져 버렸어요.
그책을 다 읽고나서 느끼는건데 사랑은 역시 받는쪽보단 주는 쪽이 더 아름답고, 마음이 가득찬 행복을 느낄는것 같아요 가끔식은 힘들겠지만.

P.S : 아저씨 한데 전화 걸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역시 전화를  하지 말아야 했는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해요.
     숨이 차서 얘기도 제대로 못하고 또 끝엔 조카가 깨서 자꾸 누구냐고 물어보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저씨. 이젠 전화 안할것같아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좀 곤란해요.
     8~9시 정도면 제가 언제든지 전화를 할수 있는데, 사실 저도 아저씨랑 얘기
     하고 싶어요.
     숨이 차서 손이 흔들려요.
     아저씨. 요즘 먹는 이약이 이상해요.
     먹으면 숨이 차고 정신도 오락가락해요.
     어디 아무도 모르는곳에 약을 숨겨버려야 겠어요.
     그럼 약을 안먹어도 될테니까.
     아저씨. 만약 제가 세상의 사랑을 반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세모난 유리병에 꼭꽉 눌러 담아서 아저씨계 보내고 싶어요.
     색칠을 해서 보내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지금 사랑은 조금밖엔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아저씨계 보낼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조금밖에 없는 사랑을 아저
     씨께 보내고 나면 전 사랑이 없는 사람이 되잖아요.
     아저씨.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아저씨께도 제가 가진 사랑을
     나눠드릴께요.
     지금 열심히 사랑을 저금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저씨 사랑이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색깔일까요?
     물방울처럼 무색일것도 같고, 무지개 보다더 더 많은 색을 가지고 있을
     것도 같아요.
     어쨌든 사랑이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에서 제일 고운 색은 사랑빛
     이겠죠?
     아저씨는 사랑의 색깔이 어떤것 같아요?
     아침녁에 조카랑 T.V를 보다가 제가 약을 먹으니깐
     조카가 "이모야 쪼금만 기다려 식이가 얼른 커서 이모병 고쳐줄깨"
     하고 말하지 뭐에요.
     쪼그만 조카눈에도 제가 아퍼보였나봐요.
     하지만 아저씨.
     식이는 인제 겨우 다섯살인데...            1989년 7월 14일 금,
         신청곡 : 배따라기 "은지"                 민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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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손톱이 빠져 버렸읍니다.
자고 일어나면 한줌씩 빠지는 머리카락 처럼 손톱이 스르르 빠져버렸읍니다.
빠진 손톱을 보니 '이렇게 죽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몇달전 "초희는 자신이 죽는다는걸 느끼지?"
하고 말씀해 주시던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귓가에서 뱅뱅 돌았읍니다.
빠진 소톱은 하얀 가제 손수건에 잘싸서 일기장의 껍질에 넣었읍니다.
약병의 약을 모두 쏟아 다른 가제 손수건에 싸서 역시 같은 곳에 넣어 두었읍니다.
빠진 손톱이 왠지.
내 생명의 한토막 같아 무심히 휴지통에 버릴수가 없었읍니다.
아저씨.
오늘은 비가 오고 있어요. 저는 혼자서 훌쩍거리며 울고 있구요.
제가 사라져 가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 슬퍼요.
비를 맞고 싶은데, 지금 제몸엔 면역체라는것이 없대요.
그래서 비를 맞고 감기라도 들면 큰일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들어
현관문을 열고 나갈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아, 아저씨께 이렇게 편지를 써요.
오늘은 제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네요.
별로 할말도 없지만 말이에요.
얼마전에야 나는 제 병이 무언지 알았어요.
암 이래요. 뼈속에 생긴.
그런데 그 나쁜 세포가 벌써 제몸의 반정도는 차지 했대요.
손을 댈수가 없대요. 그래도. 내게
암이라고 다죽는건 아니라고, 눈믈을 글썽거리시던 엄마의 얼굴이 지금 자꾸만 생각이나요. 어릴적 저는 암이라는 병은
소설이나 드라마속의 이쁜 여주인공이나 걸리는 병인줄 알았는데....
아저씨
이렇게 기분이 한없이 우울해 질땐 어떡해야 해요?
                                               7.20.초희.
      신청곡 : 시인과 촌장 "가시나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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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 할땐      (민초희)
     우울할땐 노래를 해요.
     가사가 틀려도 괜찮고, 음이 틀려도 괜찮아요.
     목이 쉬도록 노래를 해도 기분이 우울할땐
     그림을 그려요.
     아기 공룡 둘리. 꼬마 강시. 쫄고 있는 스누피.
     스케치북 하나에 가득차도록 그림을 그려도 우울할땐
     그 땐
     울어버려요
     울고, 울고 또 울고 나면 조금은 우울한게 없어지지요.
     그다음은 잠을 자요
     잠을 자면 꿈을 꾸고
     꿈을 꾸면 나는 걸울수도 있고, 머리가 많이 빠지지도 않은
     평평한 열일곱살의 여자아이에요.
     꿈에서 깨면,
     잠에서 깨어나면,
     현실.
     다리는 굳어져 있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켤코 평범하지 않은 여자아이에요.
     다시 우울해져요.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종이 비행기             (민초희)
     날고 싶어서 날고 싶어서
     방안에 가득차도록 종이 비행기를 날립니다.
     기분이 울적 할땐 노란 비행기,
     웃고 싶을땐 빨간 비행기,
     햇볕이 눈부실땐 연두색 비행기,
     별총총 달님뜬 밤엔 밤색 비행기.
     비행기 가득찬 방에
     반듯이 누워있으면 웃음이 나옵니다
     어릴적
     꽃무늬 원피스 입고,
     옥상에서 날리던 종이 비행기가 생각나
     혼자 소리나게 웃어봅니다.
          (지금 그 비행긴 어디까지 날아 갔을까.)

     7월 27일은 우리집 맏딸인 영이 언니가 서른세번째
     생일을 맞는 날입니다.
     화낼줄 모르는 큰언니를 희야는 너무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아저씨가 "민초영씨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말하면
     언니가 기절 할지도 몰라요
     노래는 언니가 설것이 하면서 잘부르는
     둘 다섯의 "긴머리 소녀"
     녹음해서 큰언니 줄거에요.
     안녕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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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모습이 들어있는 사진을 모조리 없애 버렸어요.
많지는 않지만 내앞에 어지러히 흩어져 있는 사진을 하나씩 찢어서 태워버렸어요.
나중 나중에 내가 없어진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잊혀지는건 슬프지만
아픈 기억으로 남는건 싫거든요.
아저씨도 언젠가는 저를 잊으시겠죠.
참, 제가 아저씨께 '꿈과 음악 사이에' 때문에 생긴 친구얘기 했나요?
주소 한번 안쓰고 이렇게 꼭꼭 숨었는데.
언제부턴가 집에 편지가 와요.
그친구가 며칠후 우리집에 와요.
아직 누군가를 만난다는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두려움 마저 들어요.
다음엔 편지에 그친구 얘기해 드릴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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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둘째 언니가 시집을 갔어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연이 언니가 너무나 이뼜어요.
언니한테 "정말 연이 언니야?" 하고 말할정도로 딴사람 같았어요.
결혼식을 하는도중 엄마가 한숨을 쉬시면서 "벌써 저것이 시집을 가는구나" 하고
서운해 하셨어요.
엄마한테 "엄마 서운해" 했더니 엄마는 웃으시며 "아니, 속 시원하다."
라고 하셨지만 분명 서운하셨을거에요.
결혼식 끝나고 사진 찍을때 큰형부가 저를 안아주셨어요.
전 너무 고마웠어요. 휄체어를 타고 사진 찍긴 싫었거든요.
오늘 아침에 사실 망설였어요.
결혼식장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하고 걱정했어요.
근데, 작은형부가 될 민구 아저씨가 하얀 모자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왜냐하면 저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거든요.
사진까지 다찍고 나서, 연이 언니한테 "언니, 옷이 구겨지지 않으면 나 한번만 안아줄래? " 하니까, 언니가 정말로 꼭 안아 주면서, "희야 네가 정말 좋아." 정말 멀리가는 사람같이 말하잖아요.
순간 울고 싶었어요
그때만 잠깐 아주 잠깐 민구아저씨가 미웠어요
연이 언니를 뱄어 가는것 같았어요.
언니 넷중 제일 날 이뻐하고, 착한언니였는데 너무 서운해요.
지금 아까 낯의 일을 생각하니, 너무 먼 이야기 같아요.
둘재언니 시집간다는 말이 나왔을때 , 셋째언닌 방을 혼자 쓰게 되었다고, 제일 좋아하더니 지금은 제일 속상해 하지 뭐에요.
괜히 신경질을 부려요. 그리고 허전한가봐요 아까부터 베개를 들고, 이방저방 돌아다니더니 결국 나랑 막내언니가 같이 쓰는 방까지 침입했어요.
혼자 허전해서 못자겠대요.
저는 지금 거실에 나와 있거든요.
그런데 역시 은이 언니랑 이희 언니랑 투탁거리고 있어요.
아무래도 전 엄마한테 가서 자야겠어요.
세째, 네째 언니가 싸움을 시작하면 식구중 누구도 못말리거든요.
오늘은 굉장히 피곤한 날이었어요.
안녕.
P.S : 연이 언니가 시집을 갔으니, 누구에게 편지를 부쳐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믿을 만한 언니 둘은 시집갔고.
     이제 잔소리 꾼인 세째언니랑, 샘많은 막내 언니 밖에 없으니.걱정이에요.
     차라리 엄마한테 부탁을 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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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사람이 커버린다는게 왠지, 조금은 슬픈것 같아요
오늘 셋째언니가 절 업어줬어요.
정말 언니는 어른이 되어버렸더군요
어릴적 몇살때인지 모르겠지만,
큰언니가 그린 그림에 물감칠을 해서 언니한테 굉장히 혼이 난적이 있었어요
그때, 훌쩍 거리는 저를 셋째언니가 업어준 기억이 있어요.
어릴때 업힌 언니 등은 작았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언니 등에 업혀서 언니 머리를 입으로 잘근잘근 씹었던 일이요. 그런데, 오늘 언니의 등은 작지 않더군요.
짧은 파마 머리는 손질이 잘돼있어서 , 만지기 조차 미안했구요.
등에 업혀서 어릴적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가 언니가 커버린게 더 싫은거 있죠.
아저씨.
방송을 듣다보면 문든문득 '아. 아저씨도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슬픈지.
                                        신청곡 : 사랑의 소곡 "강은철"
P.S : 큰언니 집에 다시 가고 싶어요.
     오늘 식이가 와서 자꾸 같이 가자고 졸랐어요.
     식이한테, "이모 편지 우체통에 잘 넣으면 갈께" 했어요.
     이편지가 방송에 나오면 다음날 언니네로 갈지도 몰라요.

그림 설명 : 조카 식이가 비졌을대 모습이에요. 귀엽게 심술맞죠 !
     월요일의 아이는 이쁘구요
     화요일의 아이는 의젓하구요.
     수요일의 아이는 수심이 많아
     목욕일의 아이는 길을 떠나고
     금요일의 아이는 사랑스럽고
     토요일의 아이는 고생이 많아
     일요일의 태어난 꼬마아이는
     귀엽고, 명량하고, 싹싹하지요.
     아저씬?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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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었어요.
가족들이 달래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펑펑 울어버렸어요.
울다울다 나중엔 소리만이 나오고 눈물은 나오지 않은 만큼 울었어요.
아저씨.
전 제앞에 놓인 세째 언니의 등록금을 보고 울수 밖에 없었어요.
스물다섯의 나이에 아직도 대학교 3학년인 언니가 애써서 번 등록금을 또 내 약값으로 내놓았어요.
3년전 막내언니가 내 수술비가 모자라서 대학을 안가고 회사에 취직해서 애태껏 약값을 대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난, 너누나 미안한데, 세째 언니가 나로인해 벌써 3번째 휴학을 했어요.
아저씨. 언니들애게 미안해서 어쩌면 좋아요!.
언니들이 이렇게 애써주는데, 병은 자꾸 나빠져만 가니 속상해요.
만약에 이대로 죽는다면 어떡하죠.
난, 이대로는 억울해서도 죽을수가 없는데, 죽어가고 있으니 어찌해야 하는건지.
지금,비가 천둥까지 치며 소리내어 내리고 있는데,내귀엔 왜 이렇게 서렇게 들릴까요
1년전쯤에 수술실에 들거가기전 큰언니가 해줄말이 기억나요.
"하나님은 공평하셔, 그래서 조금씩은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시련을 주시지.
 그러나 중요한건 결코 이겨낼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으신다는 거야."
언니들에게 난 아무것도 줄것이 없는데, 내게 주기만 하는 언니들이 고마웠요.
아저씨. 이세상에 우리 언니들만큼 착한 사람들은 없을 거에요.
"고마워 언니 "하고.
                                       1989.8.29. 희.
추신 : 우리집이 부자였음 좋겠어요.
      아직도 눈물이 나와요
      온몸에 있는 물이 오늘, 전부다 눈물로 변해 버렸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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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방 기운에 놀라 잠에서 깨었어요.
언제 잠들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10시가 넘었어요.
아저씨 가을이 와버렸나봐요.
왠지 눈이 보고 싶네요(볼수 있을까요?)
오늘 제가 가진 것들을 가족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얼마 안되는 것이지만 그래두 나누어 주려니가 망설여지더군요.
식구들 모두가 쓸데없는짓을 한다고 화를 내지만 결굴 다 나눠어줬어요.
큰언니 한테는 곰인형을 주었고, 아직 집에 오지는 않았지만 둘째언니한텐 스케치북을 줄거구.
세째 언니는 장갑, 막내언닌 얼마 안들어 있지만 저금통을 줬어요.
큰형부께는 말린 장미꽃 한소쿠리를.
작은 형부는 한귀뒹이가 쬐금 부서 졌지만 그래도 온전한 연필꽃이를.
우리 이쁜 식이한테는 볼때마다 달라던 로보트 인형을 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일기장 4권은 막내언니한테 나중에 없애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빠, 엄마한테도 제가 걸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드렸어요.
그리고 나니까 어저씨께 줄것이 없지 뭐에요.
무언가 드리고 싶은데.
그래서 온방을 다 살펴서 찾았어요.
정말, 옛날에 하고 있던 머리핀이에요.
머리카락이 몇가닥 안남은 지금은 쓸데가 없지만, 좋은 기억만이 담긴 핀이에요.
드릴깨요 아저씨께. 잃어버리시면 ..... 할수 없죠 뭐.
요즘들어 마음이 편안해요, 안녕.
                         오랜만에 노래 부탁할께요.
                         아저씨의 "안녕" 이노래를 들을때마다
                         눈물이 나올려고 해요. 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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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편지를 쓰지 않으려 했는데
초희가 자신이 써줄테니 말하라고 해서 이렇게 제가 말하고 초희가 써요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한테 글을 쓰게 하는게 미안해요.
하지만 이렇게 자신이 쓰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하는수가 없어요.
아저씨.
이것이 방송에 나올지는 모를 편지라고 생각을 하니 할말이 없어요.
그저 감기 들지 마시라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어요.
(여기서부터는 경숙이가 씀)
그리고, 중요한 부탁을 하나 할께요.
초희의 편지는 안단테로 읽어 주세요.
아저씨께서 1.2분 안에 읽는 편지는 초희가 몇시간이 걸려서 쓰는 편지에요.
초희는 기운이 없어서 한번에 다 쓸수가 없기때문에
한두줄 쓰다, 쉬었다 하거든요.
아저씨. 초희는 현재 몸이 너무나 안좋아요.
병마가 목까지 올라와서 말도 잘 못하고, 팔도 불편해요.
초희는 죽음을 준비하고, 초희의 식구들은 초희의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는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는 그아이생명과는 반대로 초희의 눈동자는 갓난아이의
눈동자 보다더 더 맑어요.
아저씨. 초희가 마지막 날까지 편안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참, 초희가 제 이야기한 편지를 저는 못들었어요.
사실 편지보낸 초희도 못들었어요.
그래서 아저씨가 편지운운 하실때 무슨 소린가 했어요.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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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순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하고 살았는데
오늘에서야 제가 얼마나 순수하지 않은가를 알았어요.
식이가 오늘 저에게 이런말을 해주고 갔어요.
"이모. 인어공주 얘기 듣고, 나어저께 막울었다. 나중에 공주님이 물방울 되서 죽었
 데, 이모도 슬프지."
난 하나도 안슬펐어요.
반대로 울었다는 식이를 보고 웃었어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다 우는 저를 보고 막내언니가 웃었을때랑 마찬가지로.
저도 지금 식이만할때 인어공주얘기를 분명히 듣고, 슬퍼했을텐데....
식이가 간다음 한참 인어공주 얘기를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가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도저히 슬프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이제 전 인어공주 때문에 울수있는 마음을 잃어 버렸나봐요.
그래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다시 읽어봤어요.
그책은 슬펐어요.
전번과 마찬가지로 제제가 매를 맞을때, 자기는 사랑하지 않고 살겠다고 말할때,
마음의 새를 날려버릴때, 뽀르뚜가 아저씨가 죽었을때, 나무를 잘랐을때.
제제는 울었을거고 저도 울었어요.
아이들은 왜 철이 들어야만 하냐고 묻던 제제의 말이
가슴이 아품만큼 느껴져요.
아까. 식이가, 슬프냐고 물었을때 제가 웃으니가 "이모는 바보야" 하고 가버렸는데.
아저씨 안녕.
       신청곡 : 김현주 "라임 오렌지 나무에게"
       신청일 : 아무때나.
P.S : 심현영 언니가 따다준 밤.
     꿈에서 많이 많이 먹었어요.
     같이 넣어서 보낸 그림 심현영 언니에게 보내주실래요.
     그언니에게 나도 무언가 주고 싶어 하루도 더거려서 그린거에요.
     연이 언니가 가까이 산다면 그밤을 가져다 줄데데 언니는 멀리서 살고 있어요
     시집간 연이 언니 대신 언니가 한명 더 생긴 기분이에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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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 큰형부랑 어느곳에 다녀왔는데
     그일 때문인지 몸이 무척이나 힘드네요.
     찬바람 때문인지.
     목이 터무니 없을 만큼 부어올랐어요.
     하지만 지금 방안은 그곳에서 가져온 코스모스로 가득해요.
     사이다병, 콜라병, 간장병까지 모조리 물을 담아 코스모스를
     넣어 두었어요.
     그래서 인지, 그제본 가을들판에 누어있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날 걱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난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다구요.
     그분들의 마음이 하나둘씩 내 어둠 가슴속에 별이 되어
     박혀 있으니까요.
     아저씨.
     저때문에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세요.
     그저께 본 형부의 눈물과,
     아저씨에 눈물소리가,
     날 더욱더 슬프고 아프게 하니까요.
     오늘은 힘이 들어 이만 쓰겠어요.
     아저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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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기분이 안좋아요.
손에다 붕대를 감고 쓰려니, 더 힘들군요.
오늘 거울을 깼어요.
내가 너무 낯설게 보여서 싫었거든요.
딴사람 같아서 내가 아닌것 같아서 고개를 흔들어도 보고 찡그려도 보고 했는데 역시저였어요.
순간 너무나 싫었어요. 그래서 두손으로 거울을 힘껏 때렸어요.
거울 깨지는 소리가 그렇게 기분 좋을수가 없었어요.
오래전 집의 거울은 모조리 깨고 다닌적이 있엇는데 그때랑 같은 기분이에요.
아저씨
어젯밤에 달이 보고 싶어서 몸을 움직여 창가로 가려 했어요.
그런데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어요.
몇달점만 해도 내몸을 옮길 정도의 기운은 있었는데 어제는 전혀.
너무나도 슬퍼서 엉엉 울었어요
막내언니가 자다 놀라서 일어났는데 이유도 모르는 언니한데 안겨서 울었어요.
내가 사그러져가는 느낌이 들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것들이 날 더 슬프게 헸어요.
머리카락이 없다는것.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것
몇개 안남은 손톱도.
해가 지고 있어요 아저씨.
뜨는해 만큼이나 지는 해도 고운 색깔로 하늘을 칠하고 있어요.
해가 질때 하늘은 엷은 남색과 노랑, 그리고 주홍이랑 갈색이 섞여 있어요.
어렸을적부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해와 별을 아주 잘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세째 언니한데 붕대를 풀어 달댔더니 더 꽁꽁 매어 놓았어요.
편지가 너무 기운 없죠?
내편진

왜 항상 우울한지 모르겠어요.
나도 이런 내가 또 미워지려고 해요.
안녕 아저씨.
               추신 : 기운이 나면 하늘을 아저씨께 그려 드릴께요
                      참, 전번에 제가 선물한 머리핀의 행방이 궁금해요.
                      인어공주 그림 행방도 궁금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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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날씨가 추어지고 있어요.
 날씨가 우울해서 그런지, 하루도 기분좋은날 없이 슬픈날만 이어지고 있어요.
 아저씨.
 식이가 누구한테 들었는지 울면서 집엘 왔어요.
 그리곤. "이모,죽지마."
 가슴속에서 뭔가가 소리를 내며 내려 않았어요.
 식이는 나한테 매다리며 계속 죽지마 죽지마 이모,하고 울고.
 나도 울고.
2.멍하니 천정을 보고 누워있다가 정신이 번적들었어요.
 기경오빠 고마워요.
 오빠가 만든 노래를 듣다 생각난건데 왠지, 기경오빠가 지우개를 반잘라서 주던
 국민학교때 짝을 닮았을것 같아요.
 난 오빠에게 고맙다는 말밖엔 할수가 없어요.
 남들처럼 제대로 학교를 다녔다면 오빠께 멋진 감사편지를 보낼텐데,
 초희는 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웃으면서 눈물을 흐려봐요.
 하루하루 나빠지는 병에 내몸은 벌써 내것이 아닌데, 지금 너무나 살고 싶네요.
3.오랜만에 아빠가 술에 취하셔서 오셨어요.
 아빤 내앞에 붕어빵을 내려놓으셨어요.
 그리고는, "희야 이거 한개만이라도 먹을수 없니?" 하며 울먹거리셨어요.
 한개를 집고 베어물었지만, 넘길수가 없었어요.
 오늘따라 아빠가 더 기운없어 보였어요.
 가슴이 아파요. 아저씨.
4.연이 언니한테 엽서를 보냈는데, 언니가 왔어요.
 부산에서 여기까지 굉장히 먼데.
5.너무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더니 목에서 피가 나왔어요.


 은이 언니가 멍하니 쳐다보기래 그냥 웃어버렸어요.
6.아저씨. 감기 조심하세요.
 영이 언니가 그러는데 이불 꼭꼭 덥고자면 감기 안걸린데요.
7.이편지를 시작할땐 10월이 얼마 안남았는데 오늘은 11월 6일이에요.
 안녕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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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야.
언니야.
분명 어제는 해가 눈부셨는데.
지금, 오늘은 비가 내려.
길개만 느껴지던 가을 하나가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봐.
언니야.
언제나 예정된 일처럼,
늘 같은 시간이면 오늘 이 겨울이
희야는 너무도 서먹해 쳐다볼수가 없어.
언니야
나는 유리창에 김이 서리면 떠오르는 이름이 너무 많아
네명 언니, 형부, 친구들.
그래 언니야, 날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래서 행복하구
언니야
이젠 슬퍼하지 않을테니 울지마.
우리 같이 웃어
하늘이 파래서 웃고 땅이 검어서 웃고
새가 나니 웃고, 달이 뜨니가 웃어
그래 언니야
세상은 분명 좋은 곳이야
그치?

지금 꿈과 음악 사이에를 듣다고 씩 ~ 웃었어요.
저랑 프로듀서 아저씨랑 느낌이 통했거든요
오늘 꿈과 음악사이에를 만드는 사람은 어떤분일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아저씨 얼굴이랑 닮았은것 같다는 생각도 했구요.
근데, 프로듀서 아저씨 꿈에 제가 짠 ! 하고 나왔잖아요.
자, 프로듀서 아저씨 눈감으세요.
지금 제가 또하나의 느낌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아저씨
감기 걸리지 마세요. 그리고 이쁜 크리스마스 카드 보낼께요.
아저씨 안녕.

추신 : 1.하고 싶었던 말은 또 빽먹었어요.
        꿈과음악사이에 친구들 모두를 희야는 너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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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심하게 아프면, 차라리 죽고 싶을때가 있어요.
머리가 쪼개 질듯 아프고 쥐가 나서 이틀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으면 전 소리치며
울어요. 그럴때 누가 위로를 해주면 전 이렇게 말해버리고 싶어요.
아무도 나일순 없어 내가 아닌데 내가 얼마나 아픈지 어떻게 알아
하지만 전 목소리가 없어요
그래서 울음으로 대신해 버려요.
아저씨.
그때, 마지막 편지를 하고나서 굉장이 아팠어요.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만큼 아프면 정신이 이상해 질때가 있어요
그러면 정말로 죽고 싶어요.
안먹고 숨겨놓은, 함줌이 더되는 약을 먹을까 생각도 해보게 되요
요즘은 하루도 편한날 없이, 정말 사는게 힘들만큼 아파요.
병원에서 돌아온지는 일주일이 되어가지만 이제야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며칠을 눈한번 안뜨고 잠만 잤데요
혈압도 맥박도 오르락 내리락 해서 식구 모두 이제 가나보다 했다는데 이렇게
다시 살아 났어요.
집에 오면서 엄마는 돈 없는게 한이라며 우셨어요
난 엄마 마음 알아요
병원에서 고통없이 지내다가 가게 하고 싶은 엄마 맘 잘 알아요
아저씨
이번 크리스 마스때엔 교회엘 가봐야 겠어요
사람들이 쳐바보는게 싫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가고 싶네요
전에도 말했듯이 전 변덕장이 거든요.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으면 아저씨가 제 앞에 앉아 있는것 같아요.
얘기를 주고 받는 기분이 거든요. 그래서 편안해요
아저씨 안녕.

  추신 : 사실 오늘같이 편지가 쓰기 힘든적이 없었어요.
         섰다. 지웠다 아마 10번은 그랬을 거에요.
         오랜만에 방송을 들으니 괜히 웃음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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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제가 가족의 밤에 갈수 있다면 이렇게 마음이 무겁진 않을거에요
 가고 싶지만 몸도 엄마도 허락을 안해주세요.
 아저씨 , 제자리는 남겨 놓지 마세요
 비어있는 자리는 보기 흉하잖아요
 약속하세요 남겨놓지 않는다고
2.경숙이가 제게 화나서 집엘 안와요
 몇주전에 제가 못난 짓을 해서 경숙이가 화났거든요
 이젠 나도 그때 하지 말아야 할일을 한걸 알았어요.
3.엄마 빨래 한는걸 보다가 햐안 거품이 이뻐서 하루종일 비누거품을 갖고 놀았어요
 어떤건 생기자 마자 터지는데 어떤건 멀리멀리 날아가 버려요.
4.연필 잡은 손에 흉터가 보여요.
 거울을 깰때 생긴 상처가 흉터로 남았거든요.
 내가 죽으면 난 가족들 마음에 흉터로 남겠죠.
5.듣지 않아도 알수 있어요 보지 않아도 느낄순 있어요
 우리의 꿈이 익어가는 소리를 우리의 사랑이 쌓이는것을
 사랑은 나누어 행복하고 행복을 느낌으로써 사랑만드니
 우리 사랑, 행복 키워요 여기 꿈과 음악사이에서
6.병원에 가자는 엄마, 아빠말을 안듣는다고 은이 언니한테 혼났어요
 아무도 내 맘을 몰라요
7.큰형부 생일이 얼마 안남았어요.
 큰형부 등은 따뜻해서 업혀 있으면 잠이 솔솔와요
 희야가 큰형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형부는 알까?
8.하루종일 천정만 보고 누워있으려니까 천정이 내려 앉는것 같아 무서워요.
9,지금 제 편지가 나오네요. 정확히 일주일 걸렸어요
 제게 보낸다는 선물들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내이름 기억해주는것만으로도 난 너무 기뻐요
10."이모 한테선 약냄새나" 라는 식이말이 왠지 슬프네요.
11.지금 새벽 3신데 아저씨한데 전화가 걸고 싶어요.
 가끔식 아저씨가 전혀 생각을 못할때 전화를 걸고 싶어요
12.아저씨 한데선 과수원 냄새가 나요.
  안녕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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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꿈과 음악사이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난 아저씨나 친구들 앞에 나타나기가 겁나요.
나는 착하진 않은데 모두 날 착한줄 아니 미안하기도 남을 속이는
기분도 들고 그래요
언니가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을 갔다와서 내가 그린 그림이  엉터
리라고 놀린적이 있었어요
아저씨, 내가 그린 그림이 아저씨랑 닮지는 않았지만 내속에 있는 아저씨
는 그래요 그리고 난 내속에 있는 아저씨가 깨질까봐 아저씨 사진
보기가 무서워요
똑같아요
아저씨 머릿속에 있는 희야나 친구들 마음속에 잇는 희야는 참으로
이쁜 소녀일거에요.
화낼줄 모르고 착하기만 한 아일거에요.
나는 내속의 아저씨를 깨뜨리고 싶지 않듯, 아저씨나 친구들 속의 나를
깨뜨리고 싶지 않아요
아저씨 이런 내맘이해 하시죠?
아저씨 안녕
P.S : 글씨가 낯설지요. 전희야가 아니에요.희야의 막내 언니
     입니다.희야가 힘들어 하길래 제가 대신 받아 썼읍니다
     편지를 받아 쓰면서 울뻔했읍니다.
막내가 많이 큰것 같아 대련하기도 하고, 안쓰러워서 울뻔했읍니다.
희야에게서 라디오를 뺏은지도 여러날이 지났읍니다
돌려달라고는 하지만 희야를 재워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꿈.음을 녹화해서 낯에 듣게 합니다
희야의 친구들을 뺏앗을 권리가 제겐 없으니까요.
12月초에 희야가 엉청난 짓을 저질렀읍니다.
계단에서 휄체어와 함께 굴러 떨어진것입니다.
이유를 알고 더 놀랐읍니다 죽고 싶었답니다. 더이상 아품을 참을수가
없었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 여린아이
가 죽으려고 했을까 우리는 모두 울었읍니다.
식구걱정한다고. 이빨을 꼭 물고 신음소리를 안내는 그아인
가끔식 이렇게 식구들 마음 조이게 합니다.
의사선생님께 얼마 못산다는 얘기를 듣고는 옆사람에게 아줌나 나죽는
데 하며 희야는 웃었읍니다.
그 웃음이 통곡소리보다 더 아프게 저에게 들렸읍니다.
그때부터 아이가 커갔읍니다.
생각도 말하는 것도 하루가 다르게 커갔읍니다.
사진을 태우고, 거울을 깨고, 약을 버리고, 주사를 빼던지고 속도 많이 쎡혔
읍니다. 하지만 희야를 미워할수도 야단 칠수도 없었읍니다,
어린나이에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수 없어 그러는걸 어떻게 미워
하고 야단칠수가 있겠읍니다.
울면 안된다고 하루에 열두번도 더 마음을 먹지만, 저는 곧잘 어린동생을
껴안고 소리내어 웁니다.
희야에겐 더이상 빠질 손톱도 머리카락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김창완씨.
시간을 꺼꾸로 돌리고 싶습니다.
그 옛날 처음 희야가 다리를 절며 들어왔을때로 가고 싶습니다.
처음 병원가던 날로 가고 싶습니다.
돈없어서 아파 우는 아일 다시 업고 나오던 그때로 라던 가고 싶습니다.
식구모두 가슴에 옹이가 맿였습니다.
희야는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제가 고3때 희야는 수술을 받아야 했읍니다.
저는 망설임없이 대학을 포기할수 있었읍니다.
그게 희야 가슴에 생채기를 만들었나 봅니다
희야는 그림을 잘그립니다.
어렸을때 희야는 화가, 저는 시인이 되자고 약속했었읍니다.
이젠 정말 꿈이 되어 버렸읍니다.
이제 길어야 3개월 남았답니다.
그동안 어찌해야 작은 동생이 편안할수 있을지 내가 어떻게 말을해야
그아이가 웃을수 있는지 누군가 내게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읍니다
너무 약해져 있어 하루 하루가 불안합니다
그래서 큰언니 내외는 아예 집에 와 있읍니다.
부산의 작은 언니와 형부는 번갈아 전화를 해서 희야을 웃게 만들어
줍니다.
김창완씨
벌써 밤이 깊었읍니다.
이 편지가 나오는날 방송은 희야에게 들려주지 않을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신윤식 -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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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 감히 부르고 싶은 친구야
보라빛 제비꽃 네게 주고 싶은데
바보라 말하고 가버린 넌 왜 오지 않니
사박이는 발소리만 들어도 너일까 기뻐서 눈물 솟는데.
내눈에 보이는걸 그때 네 눈물 뿐.
넌 왜 보이지 않니
바보라 불러주고 오지 않는 바보야
네가 좋아 죽지 못한 나를 네가 떠나려 하니
그럼 이번에 내가 널 바보라 불러야 겠구나.
늘 하듯. 이번역시 네 사랑으로 내잘못을 깨닫게 해주는구나
너무 이기적인 나때문에 울어야 했던 너. 내친구야
내 서툰 잘못으로 널 잃긴 싫어
난 항상 잘못을 한 뒤에야 잘못이란걸 알잖니
내 친구야
내가 오지 않는 널 미워하지 못하는 것처럼
너도 가려했던 날 미워하지 않아줄래
친구라 감히 불러보고 싶은 친구야.
난 너의
넌 나의 친구야.
그렇지? 그래!

오랜만에 노래를 부탁드려요. 산울림의 "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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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랜만에 소리내서 웃어 봤어요.
 꿈과 음악사이에 가족들 모두 밝은 사람들이라서 마음이 즐거워요.
 노래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웃음소리도 높아서 꿈과 음악사이에 가족들을 더 사랑
 해요.
 신상언 선생님께서 생각보다 젊은신데 놀랐구, 방송도중 들리던 꼬마애 목소리
 가 시끄럽지 않았어요
 어린아이 목소리 만큼 정신을 맑게 해주는게 없다는걸 새삼느껴거든요.
 한참 소리에 웃다가 깜작 놀랐어요.
 나도 그렇게 웃고, 노래 하는 나이라느게 생각나 노랬어요.
 잊고 살았거든요. 그 웃음소리들이 부러웠어요 (1월3일).
2.식이는 당근을 좋아해요.
 다른 아이들처럼 초컬릿이나 과자,사탕을 주는것 보단 감색의 당근을 주는걸 더 좋
 아해요. 짤막한 당근을 잘씻어 사각사각 베어 먹는데 어찌나 이쁜지 말도 못해요.
 (1월 4일).
3.방안에 피아노 소리가 꽉찼어요.
 언니가 출근하며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피아노 소리가 시원하네요.
 오늘 같이 추운날 듣는 피아노 소리는 얼음깨먹는 맛이나 좋아요.(1월 6일)
4.저는 꿈과 음악사이에를 들으며 사랑을 배워요.(1월 6일).
5.아저씨가 한밤중 제일 슬펐던 말은 제편질 읽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거였어요
 지금도 그렇진 안겠죠 아저씨.(1월 7일).
6.하루의 방송이 끝나면 사람들의 모습이 느껴져요.
 비록 나중에 가선 모두 하얀 얼굴에 까만 눈동자를 가진 쌍둥이가 되어 버리긴 하진
 만요.

(1월 8일).
7.언제부턴가 이상한 버릇이 생겼어요
 로고에서 초희도 안녕 하면 나도 모르게 오빠도 안녕 하며 말을 받아요
 얼떨결에 말을 하고 나서는 쑥스러워서 혼자 웃어요.(1월 9일)
8.큰형부는 방학을 했는데도 계속 학교애 나가요.
 보충수업때문이에요. 학교선생님이 세상에서 젤로 힘든것 같아요.
 형부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졸면 슬프세요.여러분 수업시간에 졸지 마세요
 (1월 9일)
 아저씨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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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볓이 만져질것 같이 반짝이네요
밤사이 눈이 왔어요
이런 겨울중 제일 많이 온것 같아요.
쌓인 눈을 보니, 커피를 마시진 않지만, 향기를 좋아하신다던
신상언 선생님 글이 생각나네요
아저씨.
아저씨가 계신 곳에도 이중 창문이 있나요
제방엔 이중창이 있어요.
오늘처럼 추운날엔 그 두창문이 서로 다른 얼굴로 마주봐요.
안쪽 창문은 뿌옇게 김서린 모습으로
바깥 창문은 꽃무늬, 별무늬의 서에낀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어요.
성에낀 창은 거칠은 남자같고
김서린 창은 얼굴뽀얀 여자같아요.

여기까지 써놓고, 잠이 들었어요.
누가 얼굴을 만지는것 같아 눈을 뜨니
큰언니 였어요
언니는 그림 그만두고 소설쓰기로 했니
하며 창문이 사람같다는 말이
재밌대요
하지만 난 별로 재밌지 않아요.
그건 심각한 제 생각이거든요
아저씨.
사람들은 요즘 바다에 많이 가나봐요.
방송에 자주 여행을 갔다왔다는 내용과
간다는 글이 나와요.
바다랑 하늘이 닮았다는 글에 바다가 보고 싶어 졌어요
정말 바다도 하늘처럼 여러색인가요.
바다도 저녁엔 주홍색에서 군청색으로 바뀌나요.
새벽 바다도 하늘처럼 연 보라색인가요
어떡해요 아저씨. 바다가 정말 보고 싶어 졌어요.
성에는 저절로 생겨나는데 어쩌면 그렇게 이쁜 무늬만 골라 가질까요.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기하지 않으세요.

링게를 주사바늘이 드디어 발등까지 침입했어요.
이러다 머리까지 쳐들어 오면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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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도 그늘져 보이던 그아이 미소를
어젯꿈에 봤읍니다.
훌훌 털고 떠난뒤
3번의 겨울이 지났고
벚꽂이 두번 떨어졌는데.
아직 열다섯 그애 미소앤
쉰한개 아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읍니다.
하늘 좋은 가을날
회빛재로 날아가 오지않던 그앨
3년 지난 어제꿈에 봤읍니다.
그미소 그대로
어젯밤
내게 돌아왔읍니다.

어젯밤 꿈때문에 하루종일 울쩍거리고 울었어요.
그애가 너무 보고 싶어요.
처음 그앨 봤을때 전 숨이 멎는줄 알았어요.
너무 이뻤거든요. 저렇게 생긴애도 말을 할까 싶을 만큼 이쁜 얼굴을 가진 그앤
나보다 더 빼죽이 말라 있었어요.
한병실에 있고, 같은 나이에 비슷한 병을 앓던 우린 금새 친해졌어요
어쩌다 같이 병실에서 나오면 주체 할수 없을 만큼 많은 햇살에
눈을 뜰수가 없었어요.
아저씨 이렇게 슬플땐 우는게 제일 좋은 방벙이겠죠.
제가 더 많이 울수 있게 굉장히 슬픈노래를 들려주세요.
아저씨 안녕.

1.글씨가 삐뚤삐둘하죠. 미안해요 아저씨.
그리고, 지금 아저씨 말이 갑자기 빨라졌어요. 숨좀 쉬고 말하세요.
2.습관은 참 무서운 거에요. 오늘도 첫인사를 잊어 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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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눈물을 받아 먹고 사는 아이에요.
엄마 눈물 한방울로 오늘을 살고 아빠눈물 두방울로 내일을 살 그런 아이에요
언니들의 눈물로 숨을 쉬고, 형부들의 눈물로 앞을 보는 아이에요.
울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울면 식구들이 마음 아파하기 때문에 핑계를 만드어야
했어요. 그래서 슬픈책을 펴서 앞에 놓고 울쩍거리면 울었어요.
엄마가 희야 아프니 하며 들어오셨어요. 아니 책이 너무 슬퍼하곤 엉엉 울어 버렸지요
엄마는 얘도 여리긴 하시며 부어오른 목에 찬 수건을 대 주셨어요.
근데, 엄마가 한참 날 보시더니 희야 그페이지가 그렇게 슬프니 하시며 책을 덮어버리고 나가셨어요. 바보같이 우느라고 채장 넘기는걸 잊어 먹은 거에요.
난 왜이리 멍청한지, 속상하게 난또 엄마를 울려 버렸어요.
아저씨, 신이 제일 먼저 만든꽃이 코스모스란걸 아세요.
핼쓱히 키만 크고 바람도 못이겨 이리저리 넘어지는 그꽃이 신에게 제일먼저 선택될 꽃이래요 경숙이가 언젠가 날보고 코스모스를 닮았다고 한적이 있엇어요.
손닿으면 떨어져 버릴것 같은 꽃잎은 내가 닮았데요
하지만 난 코스모스가 아니에요 나는 병든 나무잎뿐 코스모스는 아니에요
참 경숙이가 왔어요. 날 울적하게 해던 병원에서의 경숙이 눈이 이젠 잊혀
질것 같아요 경숙이 고집도 나못지 않은가 봐요 며칠만 더있으면 경숙이가 안온지 한달이 되거든요.
밤이 되었어요. 국민학교 미술시간에 여러색의 크레용을 칠하고 까만색으로 덮은후 뾰쪽한 것으로 그림 그리는거 생각나시죠.
밤엔 항상 그 미술시간이 떠올라요. 모두들 밤이 까만색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밤은 까만색이 아니에요 감

색이에요. 짙은 감색.
아저씨. 내일은 부치지 못한 편지를 정리할거에요.
정화히 몰라도 스무통은 넘을거에요. 스무개중 반이상이 마지막 편지를 쓴후 꿈과 음악사이에 친구들이 보내준 편질 들으며 답장을 쓴거에요.
보내지 못한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 에요.
난참 바보같죠, 아저씨
우수은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제가 이제 18살이 되거든요. 근데 식구들이 제걱정중 제일 큰걱정이 뭔지 아세요
혈압이에요. 저혈압니 고혈압보다 무섭다면서 그림도 안된다, 편지도 안된다, 밤늦게 라디오도 들으면 안된다 우습죠 아저씨.

생각해 보니 아저씨게 크리스 마스 카드를 잊어먹었네요.
글쎄 제가 이렇다니까요. 미안해요 아저씨.
팔에 쥐가 날것 같이 뻐근하네요 아저씨 안녕.

하얀 머리 성성한 우리아빠
날업어 굽어진 허리
갈수록 야위어가는 아빠 얼굴에서
난 슬품조차 느낄수 없는 아품을 본다.
부모는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부모가슴에 묻는다는
아빠의 술주정이 한없이 가슴을 때리는 이밤.
난 울수도 눈뜰수도 없어 이불 속에서 속으로만 파고든다.
이젠 눈물이 마를때도 되었건만
몸이 모두 물로만 되어있는지
식구들 눈은 아빠 말한마디 한마디에 연신 붉어진다.
떠나는 사람 가슴이 이리도 시린데
남는 사람 가슴이 얼마나 애릴까.
가더라도 긴 아품은 가지고 가야 할텐데
무거워진 마음에
몸은 땅속으로 자꾸 꺼져 간다.
이젠 눈물조차 말라버린 내눈에
또다시 물이 고여 아빠 얼굴에 떨어지면
아빠 눈에선 피가 흘러
내가슴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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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국민학교 다니는 아이가있어요. 난그애가 싫어요. 아니 솔직 하자면 그대가 날 싫어해요.
허연 얼굴에 모자를 쓰고 휠체어 타고 다니는 내가 무섭대요.
제방 창문 가까이에 있으면 옆집 거실에서 제 얼굴이 보이는데, 그앤 내가 보이면 방으로 들어가요.
지금보다 어렸을땐 울었구요. 내가 그렇게 무섭데요.
아저씨, 아저씬 편지 쓸때 한번에 쓰세요 아니면 미리 써본뒤 편지지에 옭기세요.
저는 번호쓰며 쓸때를 빼고는, 생각나는 대로 마구 써내려 간다음 읽어 보지도 않고, 봉해 버릴대가 많아요.
그래서 아저씨가 읽는걸 들으며 왜 저렇게 썼을까 하고 후회를 해요.
아저씨도 종종 이어지지 않는 엉뚱한 말을 보신적이 있죠.
머릿속에 헝클어져 있는 생각을 정리해서 써야하는데 그냥 연필가는대로 ,먼저 튀어나오는 대로 써내려가서 그래요. 이렇게 말하는 이편지도 다쓴뒤 읽어보지 않고 봉투에 넣을지도 몰라요.
내가 쓴걸 다시 보는게 쑥스럽거든요.
아저씨.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묘해요.
기쁠것 보단 쓸쓸해요 아저씨 안녕.
아직도 먼길이 남았네.
거기까지 가기엔
조금만 내 심장이 기다려 주지 않으려 하네.
너무먼 스무살
넘어야 할 고갯길은 삼백육십 다섯개
거긴 지금도 눈에 뵈지 않네.
멀다 멀다 오밸리 길도
쉬어가면 간다는데
저기 먼끝 스무살은
가도 가도 쉬어가도
뵈지 않네 눈물나네.
아직도 먼길이 남았네.
할딱이는 가슴안고 작은발로

나선 내겐
저 스무살이 한없이 머네.
너무 먼 스무살이네.

    보태기
       하나.위그림은 꿈과 음악사이에서 사는 아기 천사에요.
       둘.편지 다쓴뒤 읽어 봤는데.
            난 참 버릇없는 애에요.
            항상 첫인사를 빼먹거든요.
            다음부던 꼭 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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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행복한 날인데, 식구들도 나도 웃지 않았어요.
언제나 오늘이 되면 슬퍼해요
웃고, 노래하고, 소란해야만 오늘 우리집은 조용했어요.
매년 그래요
값이 너무 비싸 다시 가질수 없을것 같던 휠체어에
다시 앉은 기분은 고마움보단 슬품이었어요.
부서진 흴체어때문에 어쩜
아빠와 형부는 담배를 끊었을지도
언니들은 걸어 다녔을지도 몰라요.
아저씨. 모두들 내가 안타까운가 봐요
열두살때인가. 첫번째 수술 받은뒤 길어야 5년이라던 의사선생님 말이
남의 일같았는데, 나이를 먹어서 인지 지금은 사실 무서워요.
하루하루 희미하게 사는 내가 나이를 먹는게 식구들 에겐 슬픈가봐요
엄마는 매번 오늘이 마지막이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인지
부엌에서 나오지 않으세요.
소리죽여 우세요.
저녁대 빨간 엄마 눈주의가 참 슬퍼요.
아저씨
오늘 생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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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시간이 안가요
이렇게 한밤자고 깨면 아침이겠지 하고 자도 자도 해가 쨍쨍해요.
아저씨
행복하시죠.
이런 날씨 좋은 봄날 마음대로 다닐수 있으니 행복하시죠
전 오늘도 치료를 받았어요.
속이 메스꺼워 먹은걸 다 내놓고 한참을 누워 있다 집으로 왔어요.
오늘길에 하늘을 보니 파랗다 못해 하얗게 보이더라구요
나도 걸어다니고 싶어요
아저씨.
방금. 아니 이 편지 시작하기 바로전에
큰어니가 죽을 가지고 들어와 한술이라도 먹자 라는 말에
나는 참 어이없을 만큼 버릇없는 행동을 했어요.
죽그릇을 던져버리고 긂어죽으나 병들어 죽으나 마찬가지 잖아하고 소리 질렀어요.
나도 몰래 불쑥 이런 말이 튀어 나온걸 보면 난 불안해 하고 있나봐요
내 인내도 드디어 끝까지 왔나봐요
언니가 지금 얼마나 속상해 할까요
아저씨. 내속에 있는것들이 자꾸자꾸 죽어 나가나봐요
큰언니 난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언니가 미워그런게 아니고 내가 미워 그런거야.
아저씨. 언니도 지금 내가 미안해 아는거 알까요.
안녕.
참.  연필로 쓰지 않았으면 하셨죠
다쓰고나니 생간나네요
다음번에 볼펜으로 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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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엔
라디오나 TV에 묻혀 살아요.
(안써봐서 그런지 볼펜이 너무 힘들어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이쁘고 좋은 얘기만 하고
TV에 나오는 뉴스는 나쁘고 험한 얘기뿐이라.
좀 혼란스러워요.
세상이 노랫말 같은순 없는건가봐요
아저씨
막내언니는 무엇을 부탁하면 잘잊어요
편지를 부쳐달라고 하면 가방에 며칠씩 넣고 다녀요
그러다 다음 편지를 부쳐달라고 주면
그제서야 먼전번 편지를 부쳐요.
결국 오늘 나온 편지와 저번주에 나온 편지의 순서가
바뀌어 버렸어요.
그리고, 이제서야 말하는건데요.
도중에서 사라진 편지도 몇개 있어요
아저씨
우리 막내언니 너무 너무 엉뚱하죠.
안녕 !
         추신 : 작은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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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 나오는 망가라비치 기차는 이렇게 생겼데요.

다시는 파란잎이 안필것 같던 나무에 새순이 연두빛으로 봉우리져 있는걸 봤어요.
참 신기하더라구요. 여전히 바람은 차고  사람들 옷도 무거워 봄이라는게 말뿐인것만 같았는데, 이제야 정말 봄이가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저씨. 열여덟번째 봄이에요. 이렇게 계절이 바뀔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뭐든 주고 싶고, 그게 무엇이든지 시작을 하고 싶어요.
사실 꿈과 음악사이에 편지를 시작한것도 바로 2년전 이맘때였어요.
처음 내편지가 라디오에 나오던날 신기하고, 무안했었는데....
정말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네요. 시간이 흐르지 말고 내옆에 차곡차곡 쌓였으면 좋겠어요
저는요. 첫번째 편지를 아직까지 기억해요. 이경 아저씨 에게는.
남색과 흰색으로 된 커다란 종이에 보냈고, 아저시께 보낸 첫번은 흰색에 연두색 꽃그림이 있던 엽서였어요.
처음 편지에 이경 아저씨는 제게 안타깝다고 했고 아저씨는 껄껄 하고 웃으셨어요.
아저씨. 아저씨는 콘서트 안하세요.
기계로만 듣던 노래를 사람끼리 마주보며 들을수 있다는데 좋다고 생각들어요.
봄에 하는 콘서트는 금방 눈뜬 강아지 만큼이나 부드러울 거에요.
봄은 시작이죠. 오늘 편지부터 번호를 매겨야 겠어요.
저도 뭐든 시작을 하고 싶거든요.
아저씨 안녕.

                       1.연필로 썼다가 모조리 지웠어요.
                         아저씨 눈더나빠지면 안될것 같아서.
                       2.이글씨 누구 글씬지 맞춰보세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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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민초희양의 편지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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