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 눈물
아직도 가슴에 거짓을
숨기고 있습니다
늘상 진실을 생각하는 척하며
바로 사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만은 그 거짓을 알고 있습니다
나조차 싫어지는 나의 얼굴
아니 어쩌면
싫어하는 척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내 속에 있는 인간적
인간적이라는 말로써
인간적이지 못한 것까지 용납하려는
알량한 <나>가 보입니다
자신도 속이지 못하고
얼굴 붉히며 들키는 바보가
꽃을, 나무를
하늘을 속이려고 합니다
그들은 나를 보며 웃습니다
비웃음이 아닌 그냥 웃음이기에
더욱 아픕니다
언제쯤이면 나도 가슴 다 보여주며
웃을 수 있을지요
눈물 나는 것이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허영자, 여름 소묘
견디는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불벼락 뙤약볕 속에
눈도 깜짝 않는
고요가 깃들거니
외로운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저토록 황홀하고 당당한 유록도
밤 되면 고개 숙여
어둔 물이 들거니
박재삼, 사랑의 노래
사랑하는 한 사람을 찾는 그 일보다
크고 소중한 일이 있을까 보냐
그것은
하도 아물아물해서
아지랑이 너머에 있고
산 너머 구름 너머에 있어
늘 애태우고 안타까운 마음으로만
찾아 헤메는 것뿐
그러다가 불시에
소낙비와 같이
또는 번개와 같이
닥치는 것이어서
주체할 수 없고
언제나 놓치고 말아
아득하게 아득하게 느끼노니
김소연, 행복하여
허전하여 경망스러워진 청춘을
일회용 용기에 남은 짜장면처럼
대문 바깥에 내다놓고 돌아서니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진다 행복하여
어쩔 줄을 모르던 골목길에선
껌을 뱉듯 나를 뱉고 돌아서다가
철 지난 외투의 구멍 난 주머니에서 도르르르
떨어져 구르는 토큰 같은
옛사람도 만났다 오늘은
행복하여 밥이 먹고 싶어진다
인간은 정말 밥만으로 살 수 있다는 게
하도 감격스러워 밥그릇을 모시고 콸콸
눈물을 쏟는다
김현성, 별
멀어서 아름다운 꿈이여
내 희망도 그러한지
손 내어도 닿을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
꿈이 꿈꾸는 밤
어제 배운 별의 노래를
나 잃어버리고
닿지 않는 얼굴 하나가
유성이 되어 가슴에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