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27살 여징어에요. 대학 졸업 후 5월에 바로 취직. 원래 꿈이였던 항해사로 3년 간 일했네요. 이렇게 말하면 나 아는 사람은 알아체려나. 뭐 별로 상관없어요.
3년 간 정말 치열하게 일했어요. 모든 구성원이 남자인 그곳에서 여자가 아닌 항해사로서 인정받기 위해 남자 항해사들보다 덜 자고 더 열심히 일했구요. 더 심하게는 일부러 궂은 일들 맡아서 하고 그랬어요. 단순히 여자로 보이는게 너무 싫어서. 그래서 윗분들께 인정도 많이 받았구요. 운좋게도 진급도 남들보다 빨리 했어요.
제일 처음 배탈때는 1등항해사가 목표였지만, 녹록치 않은 배생활과 올 초에 배에서 큰 사고를 겪으면서 (인사사고였고 사고 수습때문에 힘들었던 것, 그런 큰 사고는 처음 겪어봤던 것,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 등등 ) 결국 3년만에 포기했어요 항해사라는거. 나름대로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살아 왔는데 멘탈은 멘탈대로 다 무너지고 끝났어요.
그러고 집에 돌아오니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도 욕심도 없어지더군요. 어쨋든 직장은 가져야하고 해양수산부 경력채용에 지원해 보기로 했습니다. 근데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게 아니라서 그런가요 마음은 붕 떠있는 느낌이고 공부도 손에 안잡혀 막상 시험이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공부된 게 전혀 없습니다. 이번 시험에 떨어지면 1년을 기다려야 하구요.
솔직한 제 심정은 내년까지 공부를 하면서 재정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에요. 근데 아빠가 갑자기 올해 꼭 붙어야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하시네요. 아빠는 3년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지금 1년정도를 쉰다해도 내 앞으로 남은 긴 인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알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빠 생각은 그게 아니였다는거. 내 생각과 같지 않다는거. 그게 너무 속상하네요.
남과 비교하는거 무지하게 싫어하지만, 친구들 중에는 제가 일했던 3년간 취업 준비만 한 친구도 있구요 아직도 취업준비생인 친구도 있구요. 그에 비하면 저는 절대 결코 늦지 않은거 아닌가요? 아니면 치열하게 공부해도 모자랄 판에 혼자 배부른 소리 하고 있는건가요?
모든 걸 그만두고 처음 집에 돌아 왔을땐 집이 정말 편했어요.
지금은 아빠의 말이 제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꽃혀 집에 있는게 너무 불편하네요. 답답할 정도로. 평소 제일 믿고 따르고 저와 잘 맞다고 생각했던 아빠라서 더더욱 그런것 같아요.
넌 아직 젊다고, 그동안 일한것만해도 대견하다고, 지금부터 몇 년을 니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쓴다면 그 몇 년은 결코 아까운게 아니라고, 갑자기 재빵사가 된다해도 (제가 빵을 좋아해요ㅎㅎ 만드는건 못함....) 이상하지 않다고. 그냥 이런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요. 마음이 착찹하네요.
잠이 안와서 주절주절 해봤어요. 모바일로 쓰는거라 띄어쓰기, 맞춤법 안맞는거 이해해주세요. 아 횡설수설한 것도 이해해주세요. 머릿 속에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잘 안되네요.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 있다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