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빠는 어쨌든 미안해.”
현석은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고 그걸로 경자는 됐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실컷 때려 놓고도 미안하단 말도 없이 다음날이면 또 술 퍼마시고 들어와 폭행만 일삼지 않든가. 그래도 현석 오빠는 미안하다며 진심 어린 마음으로 안아주어 그것으로 자신의 소중한 것을 준 것에 억울하다거나 속상하거나 하지 않았다.
불우한 환경의 자신을 그래도 밥 챙겨주고 가르쳐주고 따뜻한 말로 위로해주는 세상에 그녀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한 명의 오빠가 아닌가? 그런데 오빠는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공부를 가르쳐주는 시간보다는 섹스하는 시간을 늘려만 가서 그게 다만 조금 불만이긴 했다.
그러나 세상에 단 한 사람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은 현석 오빠뿐이었다.
그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스스로 현석 오빠에게 달려가는 경자였다. 현석이 꼭 와야된다는 말로 강제하진 않았지만, 일요일에 눈을 뜨면 경자는 자동으로 현석 오빠에게 가는 것 외에 딱히 갈 곳도 없었다.
가난은 그렇게 사람을 길들여갔다.
현석은 이제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트위터 일탈 계에 들어가 어린 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보며 자위를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플 중에서는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끼리 하룻밤 번개도 있었지만, 번개는 주로 사진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현석은 아무리 사진을 잘생기게 나오는 어플을 깔아서 찍어도 원판 불변의 법칙 때문에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지 않던가?’
현석은 나름의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먼저 글로 사람의 마음을 사고 그다음 통화를 하고 친해진 다음에 만나곤 하였다.
현석은 경자를 통해 그런 방법이 통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경자는 이제 제 발로 자신에게 걸어들어오기까지 하지 않은가? 마음을 먼저 사고 그리고 몸을 들이미는 방법은 외모가 딸리던 현석에게는 생각보다 그럭저럭 먹혀들어 갔다. 여학생들이 알고 보니 정에 굶주려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 또한 현석에게는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글로 정성을 들이느라 시간은 좀 투자해야만 했다.
‘일탈 계’ 그곳은 정말 다른 세계였다. 깜짝 놀랄 정도로 과감한 사진과 기괴한 것을 판매도 하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널려 있었다. 디지털 성매매의 온상지였다. 남학생들도 자신을 판매하고 있었고 게이들도 많았다. 유부녀들도 자신들의 신체 일부를 드러내놓고 즉석만남을 유도했고 일탈계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일탈의 세계였다.
현석은 처음엔 중학생들이 몸을 팔아 돈을 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엄연한 현실 세계에서 충공이었다. (충격과 공포!)
현석은 이제 적나라한 글들을 자주 보다 보니 어느덧 일탈 계정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현석은 이곳을 알기 전에는 잘생긴 사람들은 다 자신감 넘치며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였었다. 자신은 못난 외모 때문에 콤플렉스가 많았는데 채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의외로 잘난 여자들도 다 나름의 힘듦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세상은 자신만 억울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이상한 세계에 점점 빠져들어갔다. 늪인 줄도 모르고 조금씩 그냥 젖어 들어갔다.
언뜻 스쳐 지나다 수연의 가슴과 비슷한 사진이 있어 놀라는 마음에 눈길이 머물렀고, 그리고 쪽지를 보내고 채팅을 시작하였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성은)
[지금 부모님은 주무시니?]
[아니, 아빠는 해외 출장 중이고 엄마는 밖에 나가서 아직도 안 들어왔어.]
[그럼 집에 혼자 있니?]
[응. 오빠는?]
[나도 혼자 있어.]
[오빠네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지. 난 혼자 학교 다니느라 자취하고 있어.]
[학교 어디 다녀?]
[S대 법대]
[우와, 대박!]
[우리 글로 대화하는 것보다 답답한데 전화로 하는 건 어때? 나도 지금 심심하던 찬데.]
[그럴까?]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늦은 밤에 엄마 아빠가 없으니 성은은 쉽게 마음이 열렸다. 그리고 법대생이 나쁜 짓을 할리도 없잖은가?
“성은이니? 오빠야.”
“우와, 오빠 목소리 좋은데? 왠지 잘생겼을 것 같아.”
“왜? 잘생긴 남자 좋아하니?”
“아무래도 잘생긴 게 좋은 거 아냐? 호호호”
“오빤 그냥 뭐...”
현석이 얼버무리자 성은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만날 것도 아닌데 오빠 정말 솔직하네? 오빠 완전 귀요미다.”
“후후, 그러게. 채팅을 하다가 처음 전화 통화를 하는 거라서 좀 쑥스럽다.”
“완전 개 순진. 호호호.”
성은은 통화를 통해 현석 오빠라는 사람이 공부만 하는 순진한 학생으로 여겨졌다. 어느정도 경계하던 마음이 순진한 오빠의 태도에 허물어졌다.
“아빠는 무슨 일 하셔?”
“응, 드론 만드는 중소기업 사장.”
“와, 바쁘시겠다.”
“응, 맨날 바쁘니까 집엔 일 년에 반도 안 들어와. 지방에 연구실이 있거든. 해외에도 지사가 있고...”
“엄마는?”
“몰라, 아빠가 출장 가시는 날은 엄마는 밤마다 예쁘게 꾸미고 친구들 만나러 나가.”
“아하, 그래?”
“엄마는 예쁘시니?”
“미스 춘천에 나갔을 정도니 뭐 예쁘다고 봐야지. 내 눈엔 뭐 잘 모르겠어.”
“그 정도면 대단하신 미인인 거지. 너도 엄마 닮았으면 예쁘겠다. 몸은 이미 너무 예쁜 거 확인했고...”
“나? 모르겠어. 남들이 예쁘다는데 난 내 얼굴이 진짜 맘에 안 들어. 그리고 가슴 사진은 카메라발이야. 사진 찍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실제보다 더 크게 나와.”
“그건 광각렌즈의 사진 왜곡 현상이라 그래. 사진은 일정 거리 이상에서 찍었을 때 제대로 나오는 거지.”
“맞아, 호호호. 셀카 찍을 때 보통 여자들이 얼굴을 약간 수그리고 찍으면 눈이 크게 나오는 이유네.”
“맞아. 그리고는 그게 자신의 얼굴이라고 착각하는 거지. 남자들이 하는 말이 있어. 사진발에 속지 말자! 화장발에도 속지 말자!”
“호호, 오빠랑 얘기하니 재밌다.”
“성은이 넌 그래도 기본이 되니까 그 정도라도 되는 거지. 남자들도 이젠 사진 볼 때 그 정도는 감안하고 볼 걸?”
“하긴 뭐 친구들보단 좀 큰 편이지.”
“그리고 원래 사람은 남들이 보기엔 좋아도 자신은 어딘가 불만이 있는 거야. 그냥 남들이 예쁘다면 예쁜 거야.”
“글쎄, 그래도 난 거울 보면서 언제나 생각해.”
“뭘?”
“학교 졸업하면 성형할 곳.”
“으이구, 그러지 마. 자연스러운 게 제일 예쁜 거야.”
“호호, 오빠는 선생님 같은 말만 하네.”
“그래? 내가 좀 어른스럽긴 하지. 재미없겠다.”
“아냐, 특이하고 새로워. 좋은데?”
“그건 그렇고, 너 남자랑 혹시 섹스는 해봤니?”
“왜? 그게 궁금해?”
“음, 궁금해.”
“당근 해봤지. 요즘 고딩들 경험 없는 대들이 어딨어?”
다음 회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