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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회. 섹스는 위반하는 재미! (창작소설, 19금!)
게시물ID : lovestory_897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작가♥이묘영
추천 : 3
조회수 : 7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03 10: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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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무리 서 있어도 정말 남편은 문을 따주지 않았다.
더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이어야 하는데...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 미영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옥이 이럴까? 싶었다. 이건 완전히 블랙 코메디가 아닐 수 없었다. 울다가 웃다가 미영은 자신이 미친 여자 같았다.
저 정도로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남자니까 결혼하고 책임감도 없이 가족과 좋은 시간 한 번 갖지 않고 저 좋다는 도박장이나 매일 다니는 남자구나, 생각하니 땅속으로 꺼져 드는 암울한 기분에 눈물이 소리 없이 흘렀다.
 

평소에도 슈퍼가서 물건을 사와도 조금만 늦으면 뭐라고 하며 싫은 소리를 해서 슈퍼를 갈 때도 막 달려서 다녀오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고 노예처럼 살았었다. 남편의 꼭두각시로! 남편이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가며 무던히도 애를 썼다. 어떻게 하면 남편이 가정 안에서 행복을 느끼게 할까? 오직 남편을 행복하게 정상인으로 살게 하려고 몰두했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오늘 정말 어쩌다 하루 나갔다가 된통 당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생활비를 안 내놓는 것뿐이 아니라 도박하다 마이너스 일억이나 있다고 하는 남자와 평생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세 시간을 문을 두드려도 문을 따주지 않아 교회 가서 하나님께 따지려다 그냥 친정으로 갔다.
하나님께 따진들 들어줄 기도가 아니지 않은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라면 굳이 기도를 하지 않아도 억울하게 고통받는 이 땅의 모든 영혼들을 미리 알아서 굽어살펴 주셔야 하지 않는가?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많은가? 가해자들은 희희락락 하는데 피해자들만이 고통을 감내하는 이런 비현실적인 세상을 가만 놔두는 하나님이 믿음직 스럽지가 않았다.
거기다 세 시간을 남편과 실강이를 하다 보니 피곤해서 쓰러지듯 눕고 싶었다. 미영에겐 친정집이 천국이고 하나님의 교회였다.
 

소리는 엄마를 보자 왜 이렇게 늦었냐며 땡깡을 했다.
미안, 엄마가 미안!”
미영은 소리를 꼬옥 안았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데 참으려니 목울대가 뻣뻣하니 아팠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소리와 친정 부모님에게 눈물을 보이기가 미안했기 때문이다.
 

친구들하고 이 시간까지 있었니?”
엄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 오랜만에 만난데다 친구가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해서 늦었어. 엄마, 미안...”
아니다. 네가 이렇게 오래토록 밖에 있을 애가 아닌데 왜 이렇게 연락도 없이 늦나 걱정했었는데 됐다, 들어왔으니.”
엄마 오늘 소리 아빠가 웬일로 하루 여기서 자고 오라네.”
그래? 그럼 얼른 피곤할 텐데 씻고 자라.”
엄마는 막내딸이 무슨 이유가 있으려니 싶었지만, 딸이 직접 무슨 말인가 할 때까지 다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눈치만 보았다.
 

미영은 언제나 남에게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야 하는 신세가 처량해서 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많은 것을 바라고 결혼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식구끼리 밥상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밥을 먹으며 저녁 뉴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부모님 같은 삶이 결혼인줄 알았었다.
미영은 부모님의 삶과 완전히 다른 자신의 삶이 처절하도록 싫었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이 험한 세상에서 이혼녀란 주홍글씨를 가슴에 붙이고 산단 말인가?
이것도 저것도 답이 없는 자신의 앞날이 아득했다. 침대에 소리랑 꼭 끌어안고 있는 이 시간이 미영을 위로했다. 지옥 속에서 잠시 천국을 느꼈다.
 

남편이 없이 이렇게 둘이 살 수 있을까? 이혼녀란 주홍글씨를 달고 이 험한 세상을 버텨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은 저만치 달아나고 희뿌연 달빛만이 창문을 더듬어 소리와 꼭 끌어안고 누워 있는 침대 위로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편안하고 행복했다. 이대로 그냥 자면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눈을 뜨고 새로운 아침이 온다 한들 미영에게는 희망이란 없었다. 친구들의 대화를 다시 되돌려 봐도 남편들에게 억눌려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절망스러웠다. 사람은 어차피 행복도 불행도 다 상대적인 거니까.
 

내 삶이 어느 정도의 척도인지 애매할 때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평가하게 되는 거니까, 미영은 친구들을 만나고 올 때마다 더 많이 힘든 자신을 발견했다.
소리의 이마에 입술을 갔다 댔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을 놔두고 죽을 수도 없었다.
 

예전에 척박한 환경의 결혼 생활을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미영은 단순히 다른 세계의 사람들의 삶이라고 생각했고 자신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여자가 어느 정도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살겠지, 깊이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이혼녀들 또한 그렇게 쉽게 치부해 버리고 그들의 아픔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었다. 그냥 단순하게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왜 저렇게 살아? 이혼하면 되지.’
 

그런데 그런 삶의 주인공이 된 미영은 지금 머리가 아팠고, 그리고 많이 뉘우치고 있었다.
 

삶은 그렇게 이분법으로 딱 나뉠 수 없다는 것. 그렇게 단순명료하지 않다는 것!’
 

그런 사람들이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 문제가 없는 착한 여성들일수록 더 그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머리가 아팠다. 아니 행복과 불행은 자신들이 선택한 게 아니고 랜덤처럼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는 것!
 

조용히 이혼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이혼이란 생각보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얽히고설켜 말이 쉽지 그렇게 무 자르듯 딱 둘로 나누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살던 내 집을 놔두고 집에서 나온다는 게 또 다른 엄청난 공포였다. 그렇다고 남편보고 나가란들 순순히 나가지도 않을 사람이란 것을 오늘의 행동을 보고 답이 나왔지 않은가?’
 

이혼을 해 주지 않는다면 그냥 집을 나오면 된다지만 집 문제도 그렇고 아이 문제도 소송으로 가야하고 그런 생각에 미치자 그만 고개를 저었다. 매번 이혼소송을 생각할 때마다 답답했다.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다. 소리를 살짝 떼어놓고 일어나 창문을 열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음이 고통으로 미어졌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지금처럼 깜깜한 밤길을,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암흑의 세계를 걸어가야 하는 신세가 처량했다.
 
 
 
 
 
헨델의오페라 Rinaldo 울게하소서 [ Lascia Ch'io Pianga, 소프라노 아리아]
 
https://www.youtube.com/watch?v=s73gLrnH3Bs
 
 
 
다음 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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