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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 돌멩이로 말하기
한 낮을 뜨겁게 태우던 저녁 강이
해에게 말하듯
불이 물에게, 물이 불에게 작별 인사할 때는
물같이도 불같이도 말하지 말기
꼭 돌멩이처럼만 말하기
바람을 버리고 떠나는 쓸쓸한 계절을 향해
작별인사 하는 법을 몰라 눈물이 날 때
말하지 않아도 단단한 말
듣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말
꼭 돌멩이처럼 말하기
돌멩이는 몸 전체가 입이라서
하루 종일 떠들어댈 것 같지만
입 하나 있는 것이, 그것도 벙어리라서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하고 다만
무겁게 안으로만 말을 한다는데
사랑아, 네가 나에게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그립고 보고 싶어
자꾸만 목이 메여와도
꼭
돌멩이처럼만 말하기
아니, 아니
왈칵, 눈물이 나도
그냥
돌멩이로 말하기
구재기, 부레
허공에는
무게가 없다
살아있는 물고기는
몸 속에 허공을 만들어
제 몸을 가볍게 한다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아
붉은 살점만을 남긴 채
허공을 발라내지만
물고기는
죽어 허공을 따라
산 속 산사에 들어와서는
두 눈조차 감지 않고
세상을 울어댄다
박정대, 새들은 목포에 가서 죽다
그곳에 가면 네가 있을 것만 같다
바람에 부서지는 섬들과 모래톱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물방울들, 그곳에 꼭 네가 있을 것만 같다
어젯밤에는 바람 속으로 망명하는 꿈을 꾸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잎들이 밤새도록 내려
서럽도록 그리운 너의 안부를 덮어주었다
오세영, 소
이 세상의
생을 영위하는 것들 가운데서
황소만큼 든든히 대지에
발을 딛고 우뚝 선 자는 없다
든든하다는 것은 곧
믿음직스럽다는 것
모든 믿음직한 존재는 말보다
실천을 앞세운다
등에 햇빛을 지고
온몸으로 대지를 갈아엎어
싱그럽게 생명을 키우는
짐승
그의 노역은 정녕
운명을 사랑하는 행위일지니
네 처연한 눈동자에 스치는 흰 구름이
문득
하늘의 무게를 말해준다
강성은, 구빈원
아이들이 버려진다
노인들도 버려진다
청년들도 버려졌다
중년들도 버려졌다
개들도 새들도 물고기도
실은 모두가 버려지고 있다
너무 먼 곳에 버려져 잊었을 뿐이다
이 행성이 우주의 거대한 쓰레기장이라는 걸
우리는 모른다
기억하지 못한다
버린 자들이 가끔 떠올리는
악몽이라는 이름의 푸른 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