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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곳에 꼭 네가 있을 것만 같다
게시물ID : lovestory_897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02 08:58:0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DRrTVgCUc4M






1.jpg

박남희돌멩이로 말하기

 

 

 

한 낮을 뜨겁게 태우던 저녁 강이

해에게 말하듯

불이 물에게물이 불에게 작별 인사할 때는

물같이도 불같이도 말하지 말기

꼭 돌멩이처럼만 말하기

 

바람을 버리고 떠나는 쓸쓸한 계절을 향해

작별인사 하는 법을 몰라 눈물이 날 때

말하지 않아도 단단한 말

듣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말

꼭 돌멩이처럼 말하기

 

돌멩이는 몸 전체가 입이라서

하루 종일 떠들어댈 것 같지만

입 하나 있는 것이그것도 벙어리라서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하고 다만

무겁게 안으로만 말을 한다는데

 

사랑아네가 나에게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그립고 보고 싶어

자꾸만 목이 메여와도

돌멩이처럼만 말하기

 

아니아니

왈칵눈물이 나도

그냥

돌멩이로 말하기







2.jpg

구재기부레

 

 

 

허공에는

무게가 없다

살아있는 물고기는

몸 속에 허공을 만들어

제 몸을 가볍게 한다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아

붉은 살점만을 남긴 채

허공을 발라내지만

 

물고기는

죽어 허공을 따라

산 속 산사에 들어와서는

두 눈조차 감지 않고

세상을 울어댄다







3.jpg

박정대새들은 목포에 가서 죽다

 

 

 

그곳에 가면 네가 있을 것만 같다

바람에 부서지는 섬들과 모래톱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물방울들그곳에 꼭 네가 있을 것만 같다

어젯밤에는 바람 속으로 망명하는 꿈을 꾸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잎들이 밤새도록 내려

서럽도록 그리운 너의 안부를 덮어주었다







4.jpg

오세영

 

 

 

이 세상의

생을 영위하는 것들 가운데서

황소만큼 든든히 대지에

발을 딛고 우뚝 선 자는 없다

든든하다는 것은 곧

믿음직스럽다는 것

모든 믿음직한 존재는 말보다

실천을 앞세운다

등에 햇빛을 지고

온몸으로 대지를 갈아엎어

싱그럽게 생명을 키우는

짐승

그의 노역은 정녕

운명을 사랑하는 행위일지니

네 처연한 눈동자에 스치는 흰 구름이

문득

하늘의 무게를 말해준다







5.jpg

강성은구빈원

 

 

 

아이들이 버려진다

노인들도 버려진다

청년들도 버려졌다

중년들도 버려졌다

개들도 새들도 물고기도

실은 모두가 버려지고 있다

너무 먼 곳에 버려져 잊었을 뿐이다

이 행성이 우주의 거대한 쓰레기장이라는 걸

우리는 모른다

기억하지 못한다

버린 자들이 가끔 떠올리는

악몽이라는 이름의 푸른 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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