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회
현석은 평생 한 번도 예쁜 여자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죽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걸려드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현석은 그날 질리도록 수연을 물고 빨고 여자 냄새를 미치도록 맡았다. 아직도 수연의 살 내음이 주변 어디에선가 나는 것 같았다.
향기로운 꽃보다 아름다운, 치명적인 쾌감을 주는 것이 여자의 몸이란 것을 알게 된 현석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런 맛을 평생 느끼고 싶어!’
수연 한 사람으로 호기심이 끝나지 않았다. 현석은 약속대로 돈을 줬고 네 번을 만났고 더 만날 수가 없게 되자 미칠 것 같았다. 더 만나고 싶어졌다.
수연과 몰래 찍은 동영상을 밤새 보느라 잠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울 때도 있었다.
미칠 것 같았다.
영상을 가지고 협박을 해볼까 하다가도 그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휴대 폰을 들었다 놨다 안절부절 하면서 혼자 영상을 보며 자위로 달래며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처음 마음이 아니었다.
삼백만 원을 주고라도 여자를 안아보고 죽고 싶었던 처음 마음은 이제 생각이 달라졌다. 돈 안 들이고 여자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한 번 여자 맛을 보니 앞으로 여자를 안지 않고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말랑말랑하고 탄력 넘치는 수연의 가슴을 떠올리면 그만 갑자기 숨이 멎었다. 그 풍만한 가슴을 양손으로 잡았을 때의 손의 그 물큰한 따뜻한 살아있는 체온의 감촉과 가슴 사이에 코를 묻고 냄새를 들이킬 때의 상상을 하면 미칠 것 같았다.
숨이 멎도록 아름다운 가슴을 떠올리면 다음으로 자동으로 수연의 은밀한 그곳의 뜨거움과 촉촉함과 자신의 것을 꼭 감싸주던 조임이 생각나며 미칠 것 같은 폭발적인 성욕을 느꼈다. 수연과의 섹스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다. 현석은 수연을 더 만나고 싶다는 충동을 이겨내느라 죽을 만큼 참아야 했다. 현석은 여자를 차라리 몰랐어야 했다.
현석은 자존심은 있어서 아무리 급해도 죽으면 죽었지 불특정 다수에게 몸을 파는 여성과는 관계하고 싶지 않았다.
섹스를 생각하면 할수록 현석은 여자들에게 불만이 시작됐다.
다른 놈들에게는 쉽게 허락하면서 자신에게는 허락은커녕 똥 씹은 얼굴을 하며 가까이 오는 것도 무서워 도망가는 여자들에게 치욕적인 모욕을 받으며 살아온 지난날을 어떻게든 보상받고 싶어졌다.
같은 과 친구 중에 제 잘난 멋으로 수시로 여자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친구의 말이 지금 옆에서 들려오듯 선명하게 생각났다.
“여자들은 내가 눈빛만 건네면 바로 팬티를 내린다니까! 후후후.”
그러면서 요즘 여자들은 정조 관념이 하나도 없다며 얼마나 쉬운 세상이냐고 떠들어대며 호기롭게 웃던 친구를 떠올리자 더 미칠 것 같았다.
“여자들이 한 번 같이 자주면 떨어질 줄을 몰라요. 아주 귀찮아 죽겠다니까! 여자들은 한 번 같이 자주면 저랑 결혼이라도 할 줄 아는지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어 짜증이 날 정도라니까!”
친구들 앉혀놓고 늘 떠들던 잘생긴 그놈을 죽여버리고 싶도록 화가 났다.
그 친구처럼 내 마음대로 여자를 골라가며 취할 수가 없는 자신의 외모 컴플렉스 때문에 자신의 어느 깊은 곳에서부터, 어느 시궁창에서부터, 어느 똥창에서 끌어오르는 분노인지 모를 화가 불쑥불쑥 치밀어 올랐다.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토록 원하던 여자 냄새를 돈 안 들이고 맡을 수, 있는 방법을 골몰히 몰두하기 시작했다.
트위터를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다 일탈 계를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각자 저마다의 자신의 억눌린 욕구를 비정상적으로 표현하는 방이었다.
그곳에는 어린 여고생이나 여중생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분 중 부위별로 얼굴을 가린 채 올려 놓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가슴이 특별히 예쁘게 모아져 올라온 사진을 들여다보니 만지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적나라한 성기가 올라오기도 해서 자극적이고 흥분되어 미칠 것 같았다.
한 여학생이 걸려들었다. 그 여학생이 스트레스가 많아 죽고 싶다는 말에 현석은 눈빛을 반짝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아, 짱나! 죽고 싶어.]
[어린 학생이 죽고 싶다니, 그러면 안 돼. 아무리 힘든 일도 다 지나가는 거야.]
[오빠는 내 입장을 몰라서 그래!]
[네 입장이 어떤데?]
[난 지금 아빠한테 맞아서 온몸이 멍이 들어있다고.]
[아빠가 때리니?]
[이혼하고 다른 놈하고 사는 엄마를 내가 딱 닮았다나? 내가 커 갈수록 엄마를 닮아간다며 술만 먹으면 닥치는 대로 때려서 죽고 싶을 뿐이야. 학교에 가기도 싫어.]
[너도 그러니? 사실 나도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어.]
[아, 정말? 오빠도?]
[그래, 그래도 나는 꿋꿋이 이겨내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S대 법대를 들어왔지.]
[우와! 대박! 그런데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할 수가 있었어? 오빠 대박이다! 우와!]
경자는 몇 번을 대박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럴수록, 그런 환경일수록 공부를 해야지. 세상에 믿을 게 하나도 없는 흙수저들이 죽지 않고 버티려면 공부해서 성공해야 하는 거야.]
[근데 난 머리도 나빠서 공부도 재미없어.]
[공부도 하다 보면 늘어. 오빠가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수학하고 영어 가르쳐줄까?]
[진짜? 오빠 학교 공부하기도 바쁠텐데...]
다음 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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