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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는 왜 문재인에 열광할까? (장문)
게시물ID : sisa_8971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블루펜
추천 : 68
조회수 : 1860회
댓글수 : 51개
등록시간 : 2017/04/18 20: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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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몇 분이나 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동안의 생각도 좀 정리를 하고, 좀 토하고 싶던 감정을 토해버리고 싶어서 장문의 글을 씁니다.

때가 때이다 보니 베오베는 시사게가 점령하다시피 했습니다. 여긴 유머가 대표 컨텐츠인 커뮤니티인데 골치아픈 정치 얘기로 도배되어 버렸습니다. 뭐 그것까지는 이해되실 겁니다.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변할까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대선이 코 앞이니 이런 난장판 정도야 고개 끄덕일 만하죠. 5월 9일이 끝나고 며칠 더 지나면 이 현상은 수그러들 겁니다.

그래도 오유 시게에서는 왜 이렇게 문재인을 물고 빠는 걸까? 왜 문재인만 나왔다 하면 이렇게 광신도처럼 되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이런 점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싶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누구 한사람 나서서 이런 열광에 다다른 과정이나 이유를 딱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다 조금씩 다르고, 어떤 경우에는 크게 다르니까요.

그래도 몇가지 역사적 사건과 커다란 변화를 연관지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것은 있을 겁니다.

이 열광의 가장 거대한 발단은 2009년 5월에 있었던 사건일겁니다. 그 때 우리는 정말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아니, 잃고 나서 그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 절망, 분노, 회환, 죄책감 같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우리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런 감정들은 어떤 대상에게는 분노로 표출됐고, 우리 자신들에게는 그를 죽게 내 버려두었다는 자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와중에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그리고 그를 파헤치기 시작하죠.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권력의 자리에 있을 때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 와중에 그는 우리들 사이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걸 희망이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그러나, 2012년 우리가 바랬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민주당 꼬라지 생각하면 지금도 열불이 터집니다. 자기네 당 대선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 생각은 있는 건지, 아니면 방해를 하자는 건지. 하 진짜 ㅅㅂ.

대선이 끝나고 당이 통합되고, 안철수와 김한길이 공동대표를 하면서 참 별의별 짓을 다합니다.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역사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비극이 현 정권하에서 일어났는데도, 당 지지율은 추락, 보궐선거는 참패하고. 나눠먹기 막장 정치의 끝판왕을 보여줬더랬죠. 그 놈의 실체도 모호한 친노패권은 아주 입에 달라 붙이고 살았고, 한나라당 2중대가 별명인지 본명인지 헷갈리던 시기였습니다.

결국 얘네 둘이 대표 사퇴하고, 정치 9단 박지원과 대표 자리를 놓고 맞 붙었습니다. 그 때 박지원이 나와서 씨부린 막말 생각하니 또 뒷골이 땡기네요. 그렇게 경선을 통해 그는 당대표에 취임합니다. 그리고 부르짖은 당의 혁신. 그로 인해 당 안팎에서 저것들이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그를 뒤흔들어 댑니다. 끝도 없이. 그래도 원칙을 말하면서 묵묵히 참아내면서 당은 바뀌어 갔지만, 당은 분열됩니다. 2015년 12월 안철수와 많은 의원들이 탈당을 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죠. 애초에 지 밥그릇 밖에 관심없던 인간들이 다 나가서 깨끗해 지긴 했지만 타격은 컸습니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새 인물로 채웁니다. 온갖 미담과 함께. 저 사람들이 지금 여길 왜 와? 미쳤나? 왜 저러지? 싶은 인물들이 당으로 들어오더군요.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무슨 자리를 약속한 것도 아니고, 공천권을 약속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가 도와달라는 말에. 지금까지도 제게는 불가사의에요. 이뤄 놓은 거 다 팽개치고, 왜 여길 올까?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과거를 돌아 보게 됩니다. 2009년의 기억을요. 다시 잃을 수는 없다는 절박함을 되새깁니다. 그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 당원 가입러시가 일어나고 10만의 새로운 당원이 생겼죠. 저도 그 때 가입해서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대의원입니다. 그 덕에 달님 폰번호도 갖고 있지만 아직 연락은 한 번도 안해 봤네요.

그리고 김종인... 말 안 할랍니다, 짜증나니까. 아무튼 그렇게 20대 총선을 치르고 민주당은 원내 제1당이 됩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문재인, 그가 있었습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가 없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변화였습니다.

시게에서 일어나는 문재인 덕질은 이렇게 2009년 부터 쌓고 허물어지고 또 쌓아온 우리의 기대와 희망에 대한 덕질입니다. 그리고 이 덕질을 허구헌날 정권교체, 정치공학 같은 얘기나 하고 있으면 지치고 짜증나니까, 얼굴 드립, 30년 경력자 드립, 총검술 드립 하면서 즐겁게 희망을 얘기하는 겁니다.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평안한 노년을 보낼 수도 있었던 사람을 이렇게 불러낸 것에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희망을 기댈 다른 사람이 없어요. 있을 지도 모릅니다만, 우리에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만 쳐다 볼 밖에요.

그렇다고 마냥 희망적이냐? 아닙니다. 불안합니다. 우리가 상대하는 인간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그 동안 봐 왔기 때문에, 지들의 이익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꺼리낌없이 저지를 인간들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덕질하는 것 같아 보여도 전혀 아닙니다.

이 8년의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시간동안 누적된 절박함, 분노, 후회로 뒤섞인 감정이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삶과 인간됨에 대한 믿음으로 표출되는 것이 시게의 문재인 덕질이 아닐까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비판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에게 지금 안철수나 홍준표나 박근혜의 모습이 보였다면 우리는 애초에 문재인을 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게의 덕질과 팬질을 바라봐 줬으면 합니다.
출처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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