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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오랑캐꽃
산 아래 핀 꽃을 꺾었을 때
하얀 피가 흘러 내렸다
나는 깜짝 놀라 꽃을 보았다
그는,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몰라주었던 이름, 오랑캐꽃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문정희, 과일의 사랑
사랑은 잘 익은 과일 같은 것인가
그 향기와 빛깔
잠시 입 안에 군침으로 돌고 나면
아아
우리들의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입술로 포옹하고
그 향기와 빛깔
오직 나 홀로의 비밀로
아주 잠시 입 안에 머물고 나면
아아
우리들의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천양희, 마음의 뿌리
나무는 다리가 하나라서 뿌리 내리지만
나는 다리가 둘이라서 떠도는 것이다
떠돈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서운 건 떠도는 내 마음이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은 여러 갈래
나무만한 생이 흔들린다
바람아 불어라
내가 뿌리처럼 강해지겠다
김선화, 사랑
널 보면
금이 간다
가슴에 실금이 간다
사는 건
서로서로 어깨를 내어주는 것
키 작은
너의 어깨 위로
날아든 젖은 눈빛
염창권, 고인돌
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 두었다
그의 귀가 너무 밝아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 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