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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구슬
게시물ID : mystery_89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0
조회수 : 313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8/03 10: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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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눈에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은 현대의 SF 영화나 만화 같은 예술 작품들이 즐겨 다루는 소재입니다. 그런데 이 투명 인간은 현대에 들어와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옛날부터 전해져 오고 있던 이야기였습니다. 투명 인간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민담이 충청남도 서산군에 전해져 오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옛날 서산군 지역에 착한 마음을 가진 소금 장사꾼 한 명이 살았습니다. 그는 소금을 팔기 위해 등에 소금이 잔뜩 든 짐을 지고 가던 도중에 그만 피곤해서, 어느 오래된 나무 밑에서 자고 난 다음에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한참 잤던 소금 장사꾼은 해가 뜬 아침이 되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눈을 뜨고 무심결에 나무 위를 쳐다보니, 거기에는 아직 용이 되지 못한 뱀인 커다란 이무기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무기가 자신을 해치려 드는 건 아닌지, 하고 소금장수는 겁을 먹었지만 다행히도 이무기는 소금장수를 전혀 해치려 들지 않았고 다만 땅에 어떤 물체를 떨어뜨렸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 소금 장사꾼은 이무기가 떨어뜨린 물체를 주워서 보니, 파란 색으로 빛나는 구슬이었습니다.


‘이게 대체 뭐하는 물건일까? 구슬이기는 한데, 무엇에 쓰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파랗게 빛이 나는 걸 보면, 신기한 물건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이무기가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혹시 이 구슬을 가지고 있다가 시장에 내다 팔면 비싼 값을 받을 지도 모르니, 잘 가지고 있자.’


그렇게 생각한 소금 장사꾼은 파란 구슬을 옷 속에 넣고서 소금을 팔기 위해 시장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도착하고 나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히 자신은 시장을 둘러보며 사람들한테 “여기 와서 내 소금을 보시고, 사가시오!”라고 계속 외치는데 아무도 자기한테 가까이 오거나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하고 괘씸한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천천히 관찰해보니 다들 정말로 자기가 마치 눈에 보이지 않아서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궁금한 소금장수는 평소의 자신과 지금이 어떤 면에서 다른지 한 번 고민을 해보다가, 문득 이무기가 떨어뜨린 파란 구슬을 옷에 넣은 다음부터 이런 일이 생긴다고 결론을 내리고는 한 번 옷에서 파란 구슬을 꺼내 보았습니다. 그러자 주변의 사람들은 곧바로 소금장수를 알아보고는 “당신이 파는 소금의 값이 얼마입니까?”라고 하나둘씩 다가와서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소금장수는 ‘내가 주운 파란 구슬이 사람의 모습을 안 보이게 해주는 신비한 보물이구나!’하고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소금장수는 파란 구슬을 옷 속에 넣으면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어 남들의 눈과 귀에 걸리지 않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두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지 고민하다가, 파란 구슬의 투명한 기능을 이용하여 일확천금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침 인근 마을에 부잣집이 있는데, 그 부자에 얽힌 소문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소금장수는 파란 구슬을 옷 속에 넣고 투명인간이 된 상태로 그 부잣집으로 가서는 금은보화가 가득 든 상자를 자기 옷 속에 슬쩍 넣었습니다. 그러자 그 상자도 투명인간이 된 상태에서는 마찬가지로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소금장수는 부잣집에서 훔친 금은보화를 자기 집으로 가져와서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보물의 효능에 무척 기뻐한 소금장수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술을 같이 마셨다가 그만 술기운에 비밀을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자기도 소금장수처럼 투명인간이 되는 파란 구슬을 가지러 그 오래된 나무 밑으로 달려갔는데, 마침 이무기가 뭔가를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파란 구슬이라고 생각해서 한참 주위에 있는 모래와 돌과 풀과 흙을 자루에 넣고 집으로 가져간 다음, 자루에 넣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 옷 속에 넣고 아내한테 “이제 내가 보이냐?”라고 계속 물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보인다고 대답을 하던 아내도 계속 똑같은 말만 하니 지겨워져서 “안 보인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소금장수의 친구는 자기가 정말로 안 보이는 줄 알고서, 부잣집으로 달려가서 상자를 훔치려다가 그만 먼젓번의 절도로 큰 손해를 보고 바싹 긴장해있던 부잣집 사람들한테 들켜 몰매만 실컷 맞고 말았습니다.


이 민담에서 등장하는 파란 구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용이 되지 못한 뱀인 이무기가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아마도 여의주가 아니었을까요? 용이 가진 신비한 구슬인 여의주는 비를 내리는 기능 이외에도 가진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해주었던 것이었겠죠.

출처 http://blog.daum.net/timur122556/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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