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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싱어송라이터 김거지!
게시물ID : music_1004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언더캣
추천 : 8
조회수 : 5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16 10:59:15
그리고 웰컴 싱어송라이터 김정균!
 
오늘 새벽에 악몽을 꾸고 깼다가(어제 회사에서 빡치는 일이 있었...ㅈ과장개객끼) 몇신가 하고 폰을 봤더니 카톡이 와있더군요.
초절정 장문의 카톡.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거지입니다.
오늘 길고 거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마음을 추스르려 작년 앨범낼때처럼 연안부두에 와서 덜덜 떨고 있습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네요.
오늘부터 저는 김거지를 떠나 김정균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매니저와 방송국에 들어갈때 다른 가수들과 달리 경비아저씨와 아주 긴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가수이름이 뭐에요?
김거지요.
네?
김. 거. 지. 요
항상 전화를 걸어 "안녕하세요 김거지씨 매니저인데요" 할때면 미안했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진짜 거지를 보면 이상하게 나는 가짜 거지인것 같아서 미안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이 가수라고 자랑하다가(마음은 분명히 불안하고 초조하실텐데) 쑥스럽게 '김거지' 라는 이름을 말할때면 많이 미안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거지같이라는 말을 쓰곤 저를 쳐다보며 민망해하던 사람들에게도 미안했습니다.
저를 처음보고 '거지..씨 라고 불러도 되나요?' 라고 묻던 분들께도 미안했습니다.
이상하게 이 이름은 미안한 일들을 계속 만들어 왔습니다. 오해가 많지요.
 
음악을 할수만 있다면 거지처럼 살아도 좋다고 마음먹던 어제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용현동의 작은시인 김거지라고 놀리던 친구의 말이 왠지 기분이 좋기까지 했었지요.
(사람일은 참 이상한게 오늘 싱가폴에 가있는 그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오랜만에)
그때 저는 김거지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기대를 받지 않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무도 노래를 듣지 않아도 제 인생이 드라마같다고 뿌듯해하기도 했었구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오히려 '김거지' 라는 정체성을 찾아서 꼬박 2년이 넘는 시간동안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왜 이름이 김거지에요?"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이젠 답안지를 잃어버린것 같아요.
 
이목을 끌기위해 특이한 이름을 쓰고싶었던게 아니었는데 이젠 그런 가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도 사실 듭니다.
그런 이유들로 저는 본명인 김정균으로 1집을 발매하려해요.
김정균이란 본명이 김거지가 잃어버린 소울의 조각이 아니라 어느 부족한 음악인의 음악안에서의 자유에 대한 이름으로 보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월세낼돈이 충분해져서 월셋날이 다가옵니다를 쉬고 있는건 아닙니다. 부지런히 앨범작업을 해야했으니까요. 이제는 추워진 날씨를 걱정하며 한겨울의 찬바람을 피할 월셋날이 다가옵니다를 준비해보고 있어요.
아마 내일부터 시디로 제작될 정규앨범엔 김정균이란 이름이 인쇄될것 같아요. 김거지이기때문에 가능했던 재밌던 일들보다 더 많은 일들을 꿈꿔볼께요.
 
흔적의 최상언군이 저를 항상 '거지행님'이라고 불러왔습니다. 한번도 정균이형이라 부르지 않았어요. 짜식. 오늘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저는 거지행님이라고 불러도 되요?" 라 묻더군요. 그래서 그래도 좋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김거지라 부른다면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하던 이름을 버리는것 같아서 또 미안해지는군요.
 
김거지가 되던 마음. 더 잃지 않으려고 또 기타를 샀습니다. 음악에 돈을 아끼는 구두쇠는 되지 않으려구요.
음악은 분명히 저를 놓아주지 않을겁니다. 저도 그럴거구요.
이렇게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앨범으로 10월안에 찾아뵙겠습니다.
아듀! 김거지
 
ㅡ김정균 올림.
 
 
 
 
 
 
 
 
회사일에 부들부들하며 선잠을 자다 깨서 이런 카톡을 읽으니까 자신의 꿈을 찾아서 노력하고 있는 녀석이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더군요.
비주얼상 김거지란 이름이 참 잘 어울리긴 했는데! 음악으로 부자될거 같지 않은 이름이라 좀 그렇기도 했죠. 물론 본인은 딱히 음악으로 부자 될 생각도 없어보이긴 합니다만ㅋㅋ
 
어차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수였기에(지하철 편하게 잘 타고다녔었음) 김거지라는 이름을 포기한것이 별 큰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본인에게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큰 변화일거라 생각됩니다.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김정균이라는 싱어송라이터,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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