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10시쯤해서 버스를 타면
내리는 시간은 열한시 반이 훌쩍 넘은 시간이죠.
저희 집으로 가는 길은 공원길과 일반적인 2차선 도로를 따라 가는길의 두가지로 나뉩니다.
그 중 공원길은 도로길 보다 훨씬 어둡고 풀숲도 있고 해서 항상 무섭지만, 엊그제 도로로 가다가 웬 차가 자꾸 따라와서
정말 엄청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어제는 공원길로 갔어요.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나게 된겁니다.
그 남자와 저는 동시에 서로의 존재를 눈치챘어요.
땅만 보며 걷던 제가 잠깐 고개를 들었을 때. 저 만치 멀리서 가던 남자를 발견했고 그 남자도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봤거든요.
이미 1/3 정도는 지나온 길이었기에 다시 돌아가기는 애매했어요.
그런데 그 남자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거예요.
혹시 나 말고 누가 있나 싶어 둘러봤지만 이 길에는 그와 저 뿐이었어요.
별일 없을꺼야 별일없을꺼야.
'너는 담장 너머로 뻗은 나무 가지에 푸른 열매처럼...'
쿵쿵쿵쿵!
살짝 눈을 감고 작게 찬송가를 부르던 제게 엄청난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남자가 저에게 달려오고 있었어요.
도망쳐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가 저에게 오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물론 저에게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지만요.
심지어 남자가 일반적으로 달려서 오는 느낌이 아니라, 무슨 타조가 뛰는 것 처럼 한번에 길게길게 뛰어서 오고있었습니다.
쿵쿵 소리도 그래서 나는거였구요.
제 앞에 도착한 그가 저에게 꺼낸 말은.
"귀신 아니죠?"
?!
"아 엄청 무서워서요... 뒤에 왠 여자분이 계속 따라오시는데 혹시 귀신이면 어쩌나 싶어서 확인하러 왔어요. 놀라셨겠다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허리를 푹 숙이시더라구요.
어 음. 결론적으로는 서로 화해(?)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 잘 왔답니다.
ps. 그렇게 뛴 이유는 귀신이면 겁을 주려고 그랬다나...
출처 |
사실 저 남자가 접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여자분께 정말 죄송스럽네요 ㅠㅠ
그땐 너무 무서워서 제정신이 아니었던듯...
그리고 대체 진짜 귀신이었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던 거지 난...
다시한번 그 여자분께 죄송하단 말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