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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오늘은 골목이 그립다
게시물ID : lovestory_896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13 20:53:3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x8UeArqYtc






1.jpg

고미경봄비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간이역에 와 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이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어린순들의 연초록 발바닥까지

스며드는 따스함으로 그렇게

천천히세상은 부드러워져갔네

 

숨가쁘게 달려만 가는 이들은

이런 사랑을 알지 못하리

가슴 안쪽에 간이역 하나

세우지 못한 사람은

그 누군가의 봄비가 되지 못하리







2.jpg

이병률나그네 새

 

 

 

늘 쫓기고는 했네

가슴의 발 내릴 곳 없었지

고향은 춥고

조는 듯 깨는 듯

날다 보면 아득한 하늘 물소리

머물 수 없어 사랑도 참았네

허공 어지럽힌 발자국

바람이 쓸어갈 걸

텃새들의 땅 빌려 쓴 허물

울음까지 뿌리라 말게

커서 쓸 눈물 어릴 때 바닥났으니






3.jpg

이원규낙화

 

 

 

별똥별

저 우주적인 돌팔매질이

나의 왼쪽 눈썹을 스치는 순간

 

그 여자 사뿐

지구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4.jpg

심재휘그리운 골목

 

 

 

한 넓은 곳에서

또 다른 넓은 곳으로 건너가는

오늘은 골목이 그립다

 

좁은 밤길 하나를 돌면

전봇대의 흐린 전등하나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곳

 

끝없이 갈라지는 골목길 이리 저리

곧장 갔으나 지나간 길에 다시 와 설 때

문득 담벼락에 비밀의 문이 열려

나를 아주 멀리 데려가 줄 것만 같은 그 곳

 

뒷골목에 버려진 자전거처럼

하루쯤 메마르게 쉬고 싶은 오늘은

길인 줄 알고 들어갔던 막다른 골목에서

나 한없이 막막해지고 싶다







5.jpg

홍윤숙길을 걷다가

 

 

 

길을 걷다가

잠깐씩 발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잎 떨군 나뭇가지들이

기하학적 선으로 아름다운 문양을 그리고 있는

그 모양이 처음 본 세상처럼 신선하다

묘연한 길 끝 어딘가에

젊은 날의 초상화 한 폭 떠오를 것도 같은

나는 다시 걷는다

가다가 다시 돌아본다돌아보는 일이 조금씩

즐거워진다

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던

무수한 시간의 조각들이 끝도 없이 나르는 길을

오선지에 사분음표 도레미파 파미레도

오르내리는 악보처럼 찍으며 걸어간다

언제까지 이렇게 걸을 수 있을까

이 길에 머지않아 겨울 깊어지고 얼음 깔리면

다시 구석진 골방 흰 벽에 갇혀서

공허한 허기를 삭은 등뼈로 버티겠지

오늘 아직은 남은 길에 햇살 따스하니

하루를 천 년처럼 누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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