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아버지가 근무하던 회사의 지방이전으로 인해 아버지가 홀로 지방으로 단신부임하신지 한 7년쯤 되는.. 그런 가족입니다.
(집은 안양쪽인데 아버지는 군산에 회사가 있으셔서 군산에 가서 전세 얻어 혼자 살고 계세요.. 군산에 아빠혼자, 저는 원래 집에서 엄마랑 둘이 삽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아버지는 집을 잘 못 올라오셔서 한달에 한번정도? 집을 올라오시곤 했습니다.
그러던 몇년 전 어느 날..아빠가 집에 오시더니 엄마보고 대뜸 하시는 말씀이 나도 이제 취미생활을 가져야 겠으니 약 700만원 정도는 써야겠다. 돈을 달라 하시더라구요..
엄마는 당시에 샤우팅을 좀 하셨지만.. 그래.. 몇십년 일한 남편 취미생활 하겠다는데.. 하시면서 돈을 주셨고 얼마 뒤 아빠는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뭐.. 당시야 저도 20대 중반쯤이었고 카메라는 관심도 없어서 '드디어 저 배볼뚝이 아저씨가 사고를 쳤구나.. 사진기야 아무거나 사면 되지 저 비싼걸 뭐하러 사왔데.. '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빠 돈으로 필요한거 사셨다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었습니다.
그러다 퇴근길에 요새 푹 빠져버린 오유를 보면서 버스에서 내리는데 문득 스르륵 아재분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아버지한테 카톡을 보냈었는데.. ㅋㅋㅋ 역시나네요.
혹시 주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을까봐 약 15일분 아빠와 카톡내역 올려드립니다. ㅋㅋ
라고 보내셔서.. 아닌가.. 싶었는데
집에 와보니 아빠가 와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평일인데 어떻게 지금 군산에서 집에 올라와 있느냐, 정말 slr이란 사이트를 안했느냐, 안했는데 어떻게 알고있냐 등등 해서 꼬치꼬치 캐물으니
나중엔 다 얘기해주시더라구요..
사실 카메라 산다음 이런저런 사이트 뒤적거려보다가 slr에 눈팅을 몇년하게 됐는데..
일이 바쁘고 혼자사느라 살림등도 하다보니 마음은 있는데 짬이 안나서 카메라를 많이 못썼다면서..
"거기 사진 올리는 사람들은 거의 준프로야.. 같은 카메라에, 같은 렌즈를 써도 사이트에 올라오는 사진만큼 안찍히더라구.." 라고 말씀하시며,
제가 slr에 대해 물어보니까 갑자기 당황해가지고 안한다고 카톡보냈다고 얘기하시더라구요. ㅋㅋㅋ
저 얘기 듣는데.. 뭔가 아빠가 귀여우면서도 짠하기도 하고.. 혼자 지방에서 고생하시는데 카메라 비싼거 들고 막상 출사를 나가보면 사진은 잘 안혀서 혼자 실망하셨을걸 생각하니.. 괜히 제가 너무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야 지금 제 일에 만족하고 있긴 하지만.. 벌이가 그리 크지 않은데, 왠지 제가 부모님을 부양하지 못해서 60년생인 아빠가 엄마랑 생이별해서 아직도 타지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참.. 먹먹해졌습니다.
사실 저와 아빠는 사이가 그리 좋지 못했어요..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사람이었고, 전 그런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대학시절 무렵까지 저에게 아빠란
언제나 무뚝뚝한 사람..
엄마에겐 그저 잔소리와 밥달라는 소리만 하는 사람..
휴일에 하루종일 같이 있어도 10마디 이상 얘기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
어쩌면 남보다 못한.. 그냥 같이 있으면 어색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그런 존재가 바로 아버지였거든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아빠를 보니.. 아빠가 대단하시고,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솔직히 아버지와 둘이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때문에.. 7년동안 한번도 스스로 군산에 내려가지 않은 못난 아들이 저거든요.. (엄마가 내려갈 때만 몇번 따라서 내려가고.. 혼자서 군산에 내려가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진짜 불효자가 따로 없죠? ㅠ)
그런데 오늘 아빠와 톡을 하고.. 카메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보니..
'아.. 아빠도 사람이구나... 내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스르륵 아재가 바로 아빠같은 사람들이었구나.. 아빠는 그렇지 않은데 내 스스로가 아빠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내가 그동안 아빠를.. 너무 외롭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방에 들어와서 혼자 울다가 추스리고 약속이 있어 나갔다 들어와서 이글을 쓰고 있는데요..
글을 쓰고보니 또 눈물이 나네요.. ㅋㅋ
후.. 앞으로 제 마음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쉬는날 되면.. 자주는 아니라도.. 혼자 군산 내려가서 아버지 뵙고.. 같이 카메라 들고 사진찍으러 다녀야 겠어요..
29년동안 어려웠던 아버지와.. 이제야 좀 가까워 진거 같아 뿌듯합니다..
지금 쓰면서도 제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두서없죠? 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오유.. 그리고 slr 아재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 아빠.. 왠지 부끄러워서 나도 아빠 오유하는지는 차마 못물어봤는데.. 혹시 이거 보고 있다면 걍 모른척 해주라. 부끄러우니까.
그리고.. 아빠 올라올 때마다 안방문 잠겨있던데.. Dc에서 아재.. x요? 라는 질문은 안해도 될 거 같아서 뿌듯해..
보기 좋으니까 앞으로도 그랬음 좋겠어.. 아빠 화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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