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자동차 바퀴 구르는 것만큼 빠르게 다가왔다. 진우 역시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운지 최대한 천천히, 운전을 했다. 시내에서 교외로 빠져나갈 때는 파란 신호에서 노랑 신호등으로 바뀔 찰나에는 재빠르게 지나가더니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신호에서는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노란 신호로 바뀌려고 하면 멀찌감치서부터 미리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비교를 느끼며 미영은 속으로 웃었다.
‘나와 같은 마음...’
신호 대기에서 차창 문을 열어놓은 사이로 노래가 들려왔다.
“네가 좋아, 너무 좋아, 내 모든 걸 주고 싶어. 너에게만은 내 마음 난 꾸미고 싶지 않아.”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를 작은 목소리로 따라 했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면서 진우도 노래를 부르며 자동차를 살그머니 출발시켰다.
“처음 널 만나는 날 노란 세송이 장미를 들고, 룰루랄라 신촌을 향하는 내 가슴은 마냥 두근두근. 생머리 휘날리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너.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를 사로잡네 이야에로~”
둘은 서로 쳐다보며 가볍게 웃었다.
“미국에서 공부했다며 어떻게 이 노래를 알아요?”
“미국은 대학 졸업 후에 갔으니까요. 이 노래는 예전에 나왔잖아요.”
“아, 맞다, 맞아!”
미영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둘은 섹스도 잘 맞았지만, 첫눈에 서로 강한 끌림이 있었다는 특별함에다, 대화도 잘 맞았고 위트나 웃음 코드도 잘 맞았다.
둘이 있지만 한 사람인 듯 어느 곳 한군데 모난 데가 없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는 점점 미영의 집을 향해 미끄러져 갔다.
“전화번호 알고 싶은데...”
진우는 머뭇대다 용기 내어 말했다. 미영은 잠시 가만있다가 진우를 바라보며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는데...”
“내 전화번호를?”
진우는 깜짝 놀라며 미영을 바라봤다.
“네... 그때 한 살림 그만두면서 혹시나 하고 적어놨었어요.”
“아, 그런데 왜 전화를 하지 않았어요?”
“전화하려고 적어놓은 건 아니고... 그냥 번호라도 내 핸드폰에 적어놓고 싶었었어요.”
“그런 게 어딨어요. 난 다시는 못 보는 줄 알고 얼마나 속을 태웠는데... 진짜 나쁘다.”
진우는 미영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놨다는 말에 입으로는 나쁘다고 하면서 표정은 좋아서 입을 귀에 걸었다.
“풋, 결국 만났잖아요. 그런데 아까 말한 꿈에서 나를 봤다는 거 정말이에요?”
미영은 아무래도 꿈에서 만났다는 말이 장난 같아 다시 물었다.
“내가 꿈에서 보지 않았다면 우리가 오늘 거기서 어떻게 만났겠어요?”
“아니, 그러니까요. 그게 말이 되냐고요?”
“난 사람이 간절히 바라면 우주의 어떤 기운들이 도와준다고 생각합니다.”
“에이, 말도 안 돼.”
“왜요? 피그말리온 효과 있잖아요.”
“풋, 그리스신화의 조각가 피그말리온?”
“네.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그 여인상에다 이름을 지어주죠. 조각상 이름이 있는데...”
“갈라테리아!”
미영이 얼른 조각상의 이름을 말했다.
“오, 맞아요. 그 여인상은 세상의 살아있는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고 피그말리온은 진심으로 갈라테리아를 사랑하게 되었죠.”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하여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미영은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호~하며 진우를 향해 불었다.
진우는 미영의 귀여운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눈에 꿀을 뚝뚝 떨어트리며 바라봤다. 둘은 마치 한 사람이 이야기하듯 아귀가 딱딱 들어맞았다.
둘이 이야기하는데 혼자 말하는 것처럼, 말이 척척 이어지자 둘은 이야기하면서 서로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하하, 웃었다.
“그럼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그 정도로 간절했단 말인가요?”
미영은 자신이 진우를 처음 보고 느낀 좋은 감정을 진우도 똑같이 느꼈다는 게 신기해서 어린아이처럼 자꾸만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렇다니까요. 우리가 살면서 보는 순간 피지컬한 어떤 강한 끌림의 상대를 몇 명이나 만나고 살겠어요?”
“음... 그야, 한두 명?”
“그렇죠. 운명적 만남은 딱 한 번 이거나, 정말 운이 기막히게 좋은 사람 같으면 두 번 정도이지 않을까요?”
“그럼 우리는 그 정도로 운명적인 만남인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모든 면에서...”
진우는 섹스 또한 그렇다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함축해서 말했다.
미영의 집에 거의 다가오자 진우는 다시 물었다.
“아까 물어봤던 전화번호는 정말 안 가르쳐 주고 헤어질 거에요?”
“내가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음, 왠지 불안한데...”
진우는 전화번호를 자신이 알고 있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지 부탁하다가 자꾸 조르기가 그래서 그런지 그냥 믿겠다고 하였다.
“걱정하지 말아요. 전화할 테니까요.”
“알았어요.”
다음 회에서 만나요.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국민이 침울한 가운데 있습니다. 제 글로 잠시라도 우울함에서 벗어났다면 그걸로 감사합니다.
올드 팝[ Sound of silence ] 에 맞춰 가사를 개사해서 코로나 송을 불러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