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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 마음을 무어라 부를까
게시물ID : lovestory_895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04 09:25:2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4t9lPcu1k9U






1.jpg

윤제림진달래

 

 

 

진달래는 우두커니 한자리에서 피지 않는다

나 어려서양평 용문산 진달래가

여주군 점동면 강마을까지 쫓아오면서 피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차멀미 때문에 평생 버스 한번 못 타보고

딸네 집까지 걸어서 다녀오시던 외할머니

쉬는 자리마다

따라오며 피는 꽃을 보았다

오는 길에도 꽃자리마다 쉬면서 보았는데

진달래는 한 자리에서 멀거니 지지 않고

외할머니 치마꼬리 붙잡고 외갓집 뒷산까지 와

하룻밤을 더 자고그제서 지는 것이었다







2.jpg

김선호날개 리폼 하우스

 

 

 

김 씨는 원피스를 마름질 한다

고장 난 라디오가 정오의 희망 음악

주파수를 찾으며 두리번거리고

서랍에선

몇 년을 곰삭아 빛을 잃은 단추들과

조각 천들이 빠끔히 밖을 내다본다

어제는 휠체어 소녀가 원피스를 가지고 왔다

작업대 위에 원피스를 놓고 소매를 자른다

 

옷이 날개라고

레이스를 잘라 시침질하여 달고

절뚝이는 치마길이를 허리에 맞게 잘라

최신 스타일 나비 모양 옷을 완성하였다

 

옷걸이에 걸린 리폼한 원피스는

선풍기 바람에 날개를 달았으나 문에 부딪쳐

자리에서 가늘게 떨고 있다

그들도 날고 싶은 희망주파수를 찾고 있는 중이다

실오라기 풀리듯 빛이 들어오는

의류 수선점 지하

시간을 자르고 계절을 재단하는 재봉틀이

다시 햇살을 마름질한다







3.jpg

김광순고래가 사는 우체통

 

 

 

바닷가 우체통에 한 마리 고래가 산다

뱃길마다 햇살 부신 지느러미를 깔고

그리움 얼마나 크면 등에 푸른 혹이 날까

 

오늘도 수평선 너머 귀를 여는 아침이면

돌고래 타고 온 기다림을 걷어 내고

짧은 밤 기척도 없이 기대앉아 읽고 있다

 

그 파도 사이사이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

어부의 안방처럼 한 폭 바다는 밀려와서

바닷가 빨간 우체통에 꼬리 붉은 고래가 산다







4.jpg

이창수기연(奇緣)

 

 

 

눈 덮인 무덤에 손자국이 나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득한 높이에

자리 잡은 봉분 위

따뜻한 손가락이 녹고 있을 때

선연한 무엇이 이마에 와 닿는다

저기 무어라 할까

이울어진 목울음으로만 흐르는

애잔한 강바람 소리라고나 할까

산그늘 배웅해주는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라고나 할까

무덤 위의 두 손 맞잡아 들이는

이 마음을 무어라 부를까







5.jpg

권혁재단디해라

 

 

 

가장 간절한 말이어서

짧다

가장 염려하는 말이기도 하여서

또 짧다

 

식전 첫차를 타고 객지로 떠나는

아들의 어깨 너머로

태초의 말씀처럼 건네는 한 마디

처음 나를 독립된 개체로 치켜세우면서

세상 속으로 밀어 넣던 어머니의 목소리

 

병상에서 흐린 눈빛으로 나누던

한 박자 끄는 울림이

두레박 닿는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솔갈잎을 긁는 듯한 유언은

애틋하고 간절한 말씀이 되어

짧게도

 

단디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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