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가족이 이상하다
내가 실제로 겪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중3이었을 때, 부모님과 동생(초등학교 저학년) 이렇게 네 가족이었습니다.
연말 가요 대전을 다 보고, 새해 첫꿈은 좋은 꿈을 꿨으면..하고 잤는데
한밤중에 악몽(꿈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을 꾸고 갑자기 일어났습니다.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박동이 요동치고, 식은 땀이 온 몸에 흘러서
마치 찬 물을 등에서 부은 것처럼 젖어 있었고
일어난 상태로 굳어 있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악몽이라니.. 최악이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목이라도 축이려고 냉장고가 있는 거실로 나갔던
한밤중인데도 (시계는 못 봤지만 아마 새벽 2시)가족들이 껴안고서 TV 앞에 앉아 있는 겁니다.
TV를 켜놓은 채로 한밤중이라 아무 방송도 안 나오는데
뉴스(잘 기억 안남) 화면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음소거로...
심지어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제껴 놓아서 바깥 날씨처럼 추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요.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뭐하는 거야? 다들 정신 나갔어?"라고 살짝 빡쳐서 다그치니
동생이 "그치만... 아..."하고 말하더니 울었고
그걸 보신 부모님이 침묵 & 무표정하게 창문을 다 닫으시더니
TV를 끄시고, 쭈그려 우는 동생에게 이만 자자는 듯 안방으로 데려가셨습니다.
새해부터 기분 나쁜 일을 당하고보니 잠이 전혀 오지 않아서
그 날은 제 방에서 만화책을 읽으며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아침이 되어 "어젯밤에 대체 뭐하는 거야?"하고 부모님께 여줘봤더니
"뭐?"라고 하시는 겁니다.
어제의 그 무표정한 표정과 지금 절 이상하다는 듯 보며 짓는 표정의 큰 차이에
저는 "귀신이었나"하는 마음에 패닉에 빠졌습니다.
친구에게 얘기해봤지만 웃기지 말라며 되려 절 의심하는데다
12월에 여자친구에게 차이기도 해서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환각을 봤나보다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정도 지나서 또 한밤중에 악몽을 꾸는 바람에 깼습니다.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내용이 기억났는데,
모르는 사람이 제 뒷통수를 치는 꿈이었습니다.
일어나보니 왠지 모르게 뒷통수가 찡하고 아팠습니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지만 "편의점은 안전해.."하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릿 속에 귀신에게 습격당했다는 생각이 가득 차서
거실로 도망쳐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저녁 때 먹은 불고기 때문인지 탄내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새해에 거실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나는 바람에 또 잠 못 들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 2월 초순이 되자, 이상하게 몸이 가려웠습니다.
처음에는 건선인가 생각했는데
등과 머리가 특히 탈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벅벅 긁게 되는 겁니다.
이 증세가 호전되지는 않아서 피부과에서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서
목욕 후에 약을 바르려고 하는데
동생이 오더니 "내가 발라줄게"라길래 등을 대줬더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을 퍽 치길래 너무 아파서 "뭐하는 짓이야!"하고 화를 냈습니다.
제가 화를 내면 동생은 울어대기 때문에 점차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아아 저것봐 또 울겠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소리도 없이 눈물이 또르륵 흘러 내렸습니다.
점차 얼굴에 색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만 흘리는 겁니다..
너무 기분 나빠서 부모님을 봤더니 부모님도 무표정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완전 정신이 나가서.. 잘 보니 살짝 살짝 입이 움직이는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뜨...워..." 뭐 이런 소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제 주변 광경이 새빨갛게 변하더니 점차 색이 바래며 흑백처럼 되더니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배경 색이 확 바뀌었습니다.
어디서 본 곳인데.. 생각했더니 사촌 집이었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숙부가 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저 왜 여기 있는 거에요?"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점차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다 꿈이었나 생각했는데
대체 왜 숙부님 댁에 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고
잘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신데다 저는 여기저기 붕대를 감은 몸이고 이게 뭔지.. 완전..
할아버지가 "기억 안 나면, 외려 그게 낫지 않나?"라고 하셨는데
숙부가
"본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알려줘야지. 아직 범인도 안 잡혔고.
게다가 일주일 있다가 경찰관이 또 올 텐데"
뭐 그런 이야기를 하며 숙부가 일의 전모를 알려줬습니다.
우리 가족은 1월 1일에 누군가가 방화를 해서 다 불에 탔다고 합니다.
저는 우연히 편의점에 나간 덕에 죽지 않고 살았는데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목격하는 바람에, 후두부를 얻어맞았고
온 몸을 방망이 같은 걸로 엄청나게 맞아서 기억을 잃었다는 겁니다.
우송된 병원에서 생사를 헤매다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니 숙부 집으로 인계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건 3월.. 2개월 동안 기억도 잃고, 정신도 잃은 채로 재활 치료를 받고
지금 막 기억을 되찾았습니다.
저는 펑펑 울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잃었는데도 그걸 2개월이나 지나서 깨닫게 되다니..
울음이 터져나오는 제 얼굴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숙부가 보고 있었습니다.
숙부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피했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제가 우는 바람에 같이 우셨습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미라처럼 붕대가 감겨져 있었습니다.
관절을 굽힐 때마다 온 몸에 저릿저릿 아픔이 전해졌습니다.
왜 한겨울의 한밤중에 창문들이 다 열려 있었는지,
가족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굳어 있었는지,
처음 보는 남자에게 얻어 맞는 악몽이 무엇이었는지,
갑자기 새빨갛게 변한 세상...
마치 직소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씩 수수께끼가 풀려갔습니다..
결국 범인은 아직 잡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등에 감긴 붕대를 풀었을 때,
멍이 남아 있던 등에는 동생 손바닥 같이 생긴 멀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후 5년이 지나고, 멍들이 사라지면서
그 손바닥 자국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서툰 문장으로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저로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안 무서울 수도 있지만,
범인이 아직 체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무섭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