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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눈이 떠지고, 무의식이 열리는 걸 경험해 봤어
게시물ID : mystery_89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는귀업다
추천 : 4
조회수 : 395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7/17 16:23:40
어떻게 해서 경험하게 됐는지는 밝히지 않을게.
썩 좋지 않은 일 때문에, 혼미한 상태로 가만히 누워 있다가 겪게 됐거든.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아니, 사실 움직일 수 있었지만
몸이 둔해져서 굳이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고
가만히 누워있는 상태가 너무나 편안해서 깨고 싶지 않았어.

눈을 감고 가만히 머릿속에 집중하고 있으니
어느 순간 이마 중앙이 찌릿찌릿 하다가 제 3의 눈이 떠지는 기분이 들었어.
(찾아보니까 그거 '송과체'라고 부르는 부분인가봐)

그때부터 내가 쓰지 않고 있던 뇌의 모든 부분들이
쫙 열리는 느낌이었어.
평생 동안 뇌의 20%만 쓰고 살아간다고 하잖아?
나머지 80%는 기억을 저장해 두는 창고 같은 거였나봐.

그 창고에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
TV나 책에서 봤던 이미지들이 하나씩 영화처럼 보였어.
아, 여기서 '보인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장면들은 실제 눈이 아니라 아까 그 제 3의 눈을 통해 보이는 듯 했어.

실제로 눈을 떠 봤는데도 현실세계가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무의식 속 장면만 계속 보였거든.

수많은 이미지들이 서로 중첩되고 녹아들면서
어떨 땐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고,
어떨 땐 상상이 뒤섞여서 기괴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했어.

예를 들면, 초원에서 어느 순간 빌딩 숲이 막 솟아오르더니
달까지 닿다가 우주정거장이 되기도 하고 공룡이 나타나기도 하고...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들이 보여서 무섭기도 하고,
또 어떤 장면은 정말 아름다워서 막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어.

참 재밌는 게, 술에 취한 거랑은 달랐어.
술은 필름이 끊긴다고 하잖아?
술에 취하면 자기 의지로 정신 상태를 조절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건데,
이건 내가 의식과 무의식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어.

무의식 속의 세계를 막 맘대로 여행하면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슈퍼맨이 되어보기도 하고, 세계 곳곳을 날아가다가도,
밖의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또 말짱하게 의식 세계로 돌아와서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어.


여기까지만 해도 사실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는데,
클라이막스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어.

내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더라고.
그리고 꼭 만나고 싶었던 얼굴을 보게 돼서 기쁨에 복받쳐 울었어.
그냥 눈물이 막 흐르더라.

소리내서 엉엉 울었어.
내가 잘못했던 일, 싸웠던 일 이런 것들이 막 떠오르고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더라고.


이 장면까지 딱 보고 무의식 여행을 멈췄어.
더 이상 이보다 더 큰 감동은 느낄 수도 없고,
느낄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아마 이런 경험은 
이제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땐 모든 삶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고 하니까.

죽기 직전의 그 순간이 기쁘고 만족스러우려면
지금 현실 생활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쌓아둬야 할 것 같아.

그래서 난 이제 좋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기로 다짐했어.
내 인생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 계기가 된 것 같아.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이만 마무리할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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