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한 남자가 진호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진호는 눈을 어디다 둘지 몰랐다.검은 수트를 걸친 까만 남자는 한 손을 칼에 반쯤 가져갔다가 순식간에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그었다."아플 것 같지?"“저 한 달만, 아니 일주일만 시간을 주세요.”종잇장에 손가락만 베여도 반창고를 붙이고 엄살을 부렸던 그는 까만 남자의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며 기겁했다.팔짱을 낀 채 날카로운 웃음을 지으며 바닥을 짚고 있던 진호의 손을 까만 남자가 잘근잘근 밟아 비틀었다.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모습을 보고 까만 남자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일그러졌다.아아아악!“제가 다,다 갚을게요. 갚,갚으면 되잖아요.가진 건 몸뚱이밖에 없으니까 막노동이라도 해서-“겁에 질려 말까지 더듬는 진호의 말을 잘라먹었다.까만 남자는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미동도 없었다. 하지만 몸뚱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까만 남자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럼 저걸로 퉁치자”
“네?”
아무것도 걸친 것 없는 자신에게 저것 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라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까만 남자에게 대답을 구했다.
까만 남자의 시선이 이끈 곳은 창고에서 흘러나온 빛에 반사된
길게 뻗은 진호의 그림자였다.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