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 글에 추천을 눌러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침에 들어와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헤헤)
엄마는 화가 나서 쓰러지다 일어나다 정신을 잃으셨다. 막내딸이 힘들게 살아온 세월을 미영 자신보다 더 억울해하며 분노하셨다.
“미영아, 이건 심각한 문제야,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이혼해라!”
“엄마, 아까도 얘기했듯이 이혼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 그리고 집을 순순히 팔아서 줄 사람도 아니야. 죽어도 이혼은 하지 않겠대.”
“제 놈이 이혼하고 싶지 않거나 말거나 지.”
“엄마, 내가 그동안 사실 변호사도 만나봤는데 당사자가 선뜻 내주지 않으면 소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대. 명의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대!”
친정엄마는 딸이 혼자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다니느라 얼마나 맘고생을 했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럼 소송이라도 해야지! 엄마가 그놈을 아주 제대로 혼을 내줄게.”
“엄마, 나 그런 일로 법원에 다니며 소송하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만 해도 너무 떨리고 무서워.”
미영은 말을 하면서도 덜덜 떨었다.
“그리고 주변에 이혼한 사람 이야기도 들어봤는데 완전 진흙탕 싸움이라더라고. 그리고 소송에서 이겼다 해도 그쪽에서 항소하고 고등법원 갔다가 그러다가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7년 정도 걸린대.”
“그렇다고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놈 하는 짓을 보고만 있어야 하니?”
“그건 아닌데 ...”
“바보처럼 다 주고 나오면 어쩌겠다는 거니? 너도 새 출발을 해야 할 거 아니냐? 그리고 그런 놈은 버릇을 고쳐 놔야지 네가 그냥 나오면 얼씨구 좋다고 다른 여자 데려다 또 고생시킬 놈이다!”
엄마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엄마, 이제 와 다 솔직히 말인데 결혼할 때 기혁 씨는 집에 십 원도 보태지도 않았어. 주식을 해서 날렸다고 그러면서 그만큼 대신 대출을 받을 테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 말을 못 했던 거야. 아파트 대출 이자는 기혁 씨가 내고 있었어.”
“아이고, 세상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구먼! 장가 오는 놈이 불알 두 쪽만 차고 와서는 미안한 마음도 없이 도박까지??”
“......”
미영은 남편의 잘못이 자신의 잘못처럼,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고 엄마의 눈을 마주치질 못했다.
“아니, 그걸 왜 이제야 말을 하니? 어이구 맹추야!”
“그땐 이미 예식장도 다 정해져 있었고 청첩장도 다 돌렸을 때야. 나도 너무 혼란스러웠지만, 남자가 집을 얻는데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냥 다 받아들인 거야.”
“그럼 아파트 이자는 그놈이 냈다고 치고 생활비는?”
“도박장 다니느라 봉급은 혼자 쓰기도 바쁜가 봐. 요즘 마이너스 통장을 1억이나 된다며 은근히 말하더라고...”
“어이쿠, 그런 말을 애초에 엄마한테 말했어야지? 바보야. 이 순진한 바보야! 애초부터 글러 먹은 놈이었구만! 이 결혼은 처음부터 잘못된 거야!”
“엄마,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사기 친 놈이 나쁜 놈이지!”
친정엄마는 노발대발 앉았다 일어났다 화를 냈다, 울다가 정신을 못 차리시더니 미영의 옷과 소리의 장난감, 옷 등을 주섬주섬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엄마? 왜?”
“엄만 이런 꼴 못 본다. 이혼해! 엄마 말 들어! 도박은 절대 못 끊어. 다른 거라면 몰라도 안된다.”
엄마는 단호하셨다.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네가 이혼을 굳이 하지 않겠다면 제 놈이 도박을 끊겠다는 각서를 가져오기 전에는 절대로 여기로 너 이 집으로 안 보낸다. 여자 돈으로 장가와서 여자 알바 시키더니 그것도 모자라 도박으로 마이너스 1억이라니!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아니야. 사람은 사람하고 살아야 숨을 쉬고 사는 거다. 짐승보다 못한 놈이란 걸 알았는데 그럼 너 같으면 네 딸 소리가 그런 놈하고 산다면 넌 그냥 놔두고 나오겠니? 당장 짐 싸!”
친정엄마는 분노로 눈이 빨개졌다.
슬플 때는 눈물이 흐르지만, 충격을 받은 엄마는 더는 눈물을 보이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셨다.
미영은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엄마 집으로 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짐을 쌌다.
친정집에서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니 우선 며칠은 좋았다. 당장 아르바이트도 끊으라 해서 한 살림에 사정을 말하고 그만두었다. 시간 맞춰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처녀 시절로 돌아간 듯 편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내가 살던 내 물건이 있는 내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희한하게 몇십 년을 살던 친정집보다 몇 년밖에 살지 않았는데도 내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친정집은 뭔지 모르게 내 집만큼 편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떠오르는 남자! 진우라는 회원이 부지불식간 미영의 머리에 떠올랐다.
‘오늘 이 시간쯤이면 매장 안으로 들어왔을텐데... 내가 보이지 않자 의아했을까? 아님,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미영은 마음이 심란했다. 그냥 한 번 만나서 커피 한 잔 마셔보고 싶은 유일한 남자!
그러다가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아직은 사실상 혼인 중이고 그 남자도 가정이 있다는 건 기정사실 아닌가?’
미영이 한 살림을 그만두면서 적어 둔 진우의 전화번호를 누르려는 욕망과 아니야, 너 미쳤니?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라는 이성과 싸우다 결국 이성이 이겼다.
‘그래, 내가 잠시 외롭다 보니 정신이 돌았나 봐. 난 엄연히 딸을 가진 엄마고, 그리고 아직 이혼이 된 것도 아니잖아!’
매일 집안 살림하랴 아르바이트를 하랴 아이 키우랴 정신이 없어 그동안 등한시했던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때 미영이 안 보이면 친구들이 도서관으로 찾아올 정도로 책벌레였는데 결혼이란 삶이 그동안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 나에겐 책이 있었지?’
책을 생각하자 흥분되었다.
‘그래 사람이 몸이 한가하니 별 상상을 다 하네. 한가한 게 죄지!’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 목록을 핸드폰에 메모해 놓았었다. 예전에 등록했던 회원증을 챙겨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 비치되어있는 컴퓨터에 접속해 책 제목을 적어보니 마침 두 권은 대출 중이 아니었다. 한 권은 대출 중이어서 예약도서에 체크 했다. 두 권의 책 번호를 적어 들고 책이 진열 되어 는 곳으로 갔다. 번호를 세세히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책을 헤집으며 자신이 빌리고자 하는 책을 정신없이 찾고 있었다.
“미영 씨?”
어디서 다정하면서도 음성 좋은, 아니 꿈에 그리던 진우 씨의 목소리가 미영을 불렀다.
‘내가 지금 헛들었지?’
구부리고 책을 찾던 미영은 허리를 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일어섰다.
“어머? 진우 씨?!”
미영은 지금 헛듣고 헛보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허 참, 우리가 여기서 만나는군요.”
미영은 진우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어디선가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가 배경음악으로 들려오며 자신이 영화의 한 장면을 찍고 있는 주인공이 아닌지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었다.
다음 회에서 만나요.
오늘은 글을 쓰다 갑자기 닥터지바고 ost (라라의 테마)를 불러봐야 되겠다 싶어 방금 녹음했답니다.
저는 작가이면서도 노래를 좋아하고 악기도 이것저것 다루는 취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제가 부른 노래 같이 들어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