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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7) ㅡ19금 절때로 아님.
게시물ID : lovestory_894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5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27 20: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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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7



 그래도 놈이 은근히 경계를 하는 것 같아 나는 봉필이 일당을 제압(?)한 과정을 조금의 가감도 없이 이야기했다. 놈에게는 무슨 대단한 무용담처럼 과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야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 듣고 난 놈이 물었다. 

 “전법을 철저하게 구상을 해가지고 시작을 했었네. 그래도 안 무섭드나?” 

 “무섭었지. 한 놈이라도 맞을 각오 딱 하고 들왔으면 나는 그날 병원 갔을 거라. 시간을 일부러 그래 딱 맞촤 갔다 캐도 잠깐만에라도 깨작살 안 났겠나.”

 “봉필이 글마가 워낙 세서 일고는 단 며칠에 정리가 끝났는데, 니가 그것도 모르고 더 세게 나오니 즈그들도 쫄았을만도 하다. 흐흐흐.”  

 “나는 봉필이 글마가 그래 센 넘인 줄은 몰랬지. 히히히.”

 우리는 마주보고 웃었다. 놈이 곱상하게 생긴 것도 마음에 들었다. 소도둑놈 같이 생긴 넘들과는 놀면 재미는 있어도 어떤 일이 터질지 몰라 늘 불안했던 것이다. 

 나는 그날 많은 첫경험을 했다. 우리는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놈은 알수록 대단했다.  

 놈의 독서량은 단순비교를 해도 나보다 두 배도 넘는 것 같았다. 내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책들 거의 전부를 읽은 상태였다. 세상에 나보다 똑똑하고, 나보다 글을 잘 쓰는 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자만하면서도ㅡ소설로 대문호가 되겠다는 꿈을 꾸면서도 정작 나는 게을러서 소설은커녕 짧은 산문과, 더 짧은 시 몇 편을 써 놓았을 뿐이었다. 반성문이야 누구보다 많이 썼지만.  

 내가 괴발개발 써 놓은 짧은 글들을 읽은 그놈은 잘 썼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나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도 그날 처음 알았다. 

 그때 내가 보여준 시 두 편이다. 워낙 짧아서 잊어먹을 수가 없는 것들이다.

 님 보낸 여인의 / 소복 입은 / 통곡소리 <눈>

 외롭구나 / 아, / 눈을 감아도 외롭구나 <이방인> 

 특히, 내가 ‘이방인’을 읽고 쓴 <이방인>은 자기 스스로에게도 소외를 당하는 존재를 표현한 시라고 극찬을 해주는 것이었다(2년 뒤, 그놈은 ‘에뜨랑제‘라는 화실을 열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실존이니 존재니 해가면서 나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ㅡ모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개념들을 중구난방으로 늘어 놓자 놈이 이 경구를 끄집어낸 것이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나 스스로도 그런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으니까.  
 
 놈이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정신의 영역에서 살아가야 될 사람들이니까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는 좌표를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살자고 했다. 그러마고 흔쾌히 말했지만 게을러서 공부는 좀처럼 하기 싫은 잔머리의 달인인 나는 이 경구를 내가 편리한 쪽으로만 이용하고 살았다. 그 후로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객기를 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그 대신 내가 아는 바로는, 내가 들은 바로는,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등등 절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모호한 이런 말을 상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잘 몰라서 그랬다는 데야 어쩔 것인가?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놀라운 일이 더 있었다. 나는 작가와 병행할 거라고 DJ가 되겠다고 열심히 라디오를 듣고, 월간팝송이니 음악세계니 하는 잡지들도 보면서 팝송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우려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놈도 DJ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팝송에 대해서도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는 데에도 경지가 있다는 것까지 가르쳐 주었다. 팝송도 모든 장르를 다 좋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전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블루스나 소울처럼 느린 노래들은 진득하니 듣고 있지 못하던 때였다. 놈은 DJ는 신청곡이나 틀어주는 ‘판돌이’가 아니라 대중음악평론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놈보다 딱 하나 앞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사귄 여자애들의 숫자는 내가 월등히 많다는 것이었다. 놈은 지금 한 여자애를 3년째 만나고 있다고 했다.

 “니는 가시나들을 와 그래 마이 바까 치웠노?" 

 “바까 치운 기 아니라 차였다, 차였어.”

 “와 차든데?”

 “내가 이유를 알머 안 차이지.”

 “다른 애들 쳐다보니까 그라지. 여자들은 그런 거만 감지하는 더듬이가 하나 더 있다 아니가. 니 벌써 여자애들한테 똥바람쟁이라꼬 소문 쫘악 났다 카든데?”

 “가시나들이! 즈그들이 머 안다꼬! 그라머 눈앞에 알짱거리는데 내보고 우짜라꼬? 관심이 가는데. 그라고 나는 다양한 연애경험이 소설 쓰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거덩.”

 춘향이와 있으면서도 향단이를 보면 자동으로 침이 넘어가는 게 변사또 아니, 남잔데 어쩌란 말인가. 남자들의 당연한 생리현상인데.

 놈은 내 생각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이후로 그 문제에 대해선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아니, 딱 한번 있다. 그것에 대해선 이 연재의 말미 쯤에 밝힌다.

 
 ㅡ8편으로 넘어갑니대이.  지겨우시죠? 그래도 참고 읽으시믄 냉중에 복 받습니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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