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이후로 몇 년만에 로그인한 것 같네요.
글에 앞서 오유 사랑해요! ASKY!
방금 있었던 뜨끈한 실화입니다.
군제대한 후로 이런 아드레날린 처음이네요.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때는 밤 11시 12분. 쓰레기 분리가 제일 잘 되는 시간.
1층에 분리수거장이 있고 오늘 버리는 날이라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종이 수거함에 보니 종이가 아닌게 모여있네요.
요즘 분리수거 안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작은 소리로 뭐라뭐라 하며 분리수거를 해줬어요.
그런데 분리수거 중에 마침 연락처와 성함이 적혀있는 종이가 나온거에요.
저는 쓰레기의 지층 구조상 버린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거의 최상위 지층에 속해있었기에 이건 갓버린 뜨끈한 쓰레기란 뜻이거든요)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으시더라구요.
저 : "늦은 밤에 실례합니다. 혹시 성함이 이XX시거나 김XX학생 댁 맞나요?"
아주머니 : "네, 맞습니다만 무슨 일로 전화하신거죠?"
저 : "네, 저는 ㅇㅇ아파트 90X동에 살고 있는 학생입니다. 쓰레기를 치우다가 보니까 분리수거가 전혀 안 되있더라구요. 지금 제가 하고는 있긴 한데 다음부터는 신경써서 버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아주머니 : "아.. 네. 네 그럴게요"
전화를 끊고 보니 제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은거에요.
물론 주인 모를 쓰레기라면 하겠지만 누가 버렸는지 정확히 아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문자로 아직 쓰레기 분리할게 남아서 그런데 한분 내려오시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는 학생이 쓰레기를 버리면서 그냥 종이함에 냅다 버린거라 생각해서, 학생이 내려오면 얘기나 하려고 그랬죠.
문자는 외면 당했어요. 답장도 전화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전화를 드리니까 "지금 씻는 중이에요. 놔두시면 제가 할게요" 하더라구요.
그래서 "네 부탁드립니다" 하고 주변에 산책 중이었던 우리 어머니와 요즘 제 인생의 꽃인 꽃님이(앙큼한 여 말티즈, 1살, 유기견 ㅠ 그러나 지금 싸랑 듬뿍 받는 중) 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분께서 전화가 갑자기 오시더라구요. 내려 오셔서 다 했다고 말씀주시려는건가 싶어서 받았습니다.
아주머니 남편분이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남편분 : 야, 우리 쓰레기인거 어떻게 알아? 맞아?
저 : 아드님 성함이 김근X고 본인은 성함이 김XX 되시죠?
남편분 : ...아니. 우리가 쓰레기 버려봤자 한 박스를 버렸어. 그게 뭐가 문제가 된다고 그래!
저 : 양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인거죠. 이렇게 분리수거 안하시고 버리시면 경비아저씨나 업체분들이 다시 해야되잖아요.
남편분 : 허참, 이거 웃긴 새끼네. 내가 너한테 피해준게 있어!
저 : 이렇게 버리시면 저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사람들에게 다 피해가 갑니다.
남편분 : 우리가 이미 분리수거를 다 해놓고 버린거야. 그거가지고.
저 : 비닐봉투안에 종이가 가득 들어있으면 그게 분리수거 하신건가요.
남편분: 허참,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전화를 하고 그래?!
저 : 그래서 아까 아주머님께 전화드릴때 '밤 중에 실례지만'이라고 말씀드리고 얘기했습니다.
남편분 : 이거 진짜..
저 : 연배가 어떻게 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밤중에 연락을 드린 것은 다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분리수거는 꼭 해야되는거니 신경써주세요.
남편분 : 참나. 너나 잘해세요.
제가 무슨 말을 하려니 끊으시네요.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앨리베이터에서도 마주치고 그럴텐데, 무슨 낯으로 그러시는지 참.
귀찮으시더라도 분리수거 꼭 잘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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