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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6) ㅡ19금 절때로 아님.
게시물ID : lovestory_894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2
조회수 : 6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26 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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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6     



 앞에서 밝혔듯이 내 연애편지대필사업은 편지를 써서 글빨을 키우려는 목적보다 연애 이야기를 취재하겠다는 목적이 더 컸다. 내가 대필한 편지가 성공하면 말할 것도 없고, 실패하더라도 보고(?)를 하도록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이미 연애박사를 자처하던 나에게는 연애편지 대필이나 시키는 찌질한 넘들의 서툰 풋사랑 이야기야 대부분이 영양가 하나도 없는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쓸 만한 이야기가 있어 꼼꼼하게 메모를 했다. 나중에 소설 소재로 쓰기 위해서였다. 

 정태놈을 만난 것은 5월 말이었다. 거친 넘들과 노는 것도 심드렁해져서 밤마다 나가던 시내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나갈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한 넘이 서 있다 나를 불렀다. 

 “니가 성오가?”

 놈은 머리가 제법 길어 케니 로저스처럼 중간 가르마를 타고 있었다. 나이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현재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은 확실했지만 형뻘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가정형편 등등으로ㅡ집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애들도 있던 시절이었다ㅡ 아예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애들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애매했다. 그래도 내가 누구인가? 봉필이를 뒤에서 조종하는 막후실력자가 아닌가. 더우기 놈이 불량스러워 보이지는 않았기에 나는 일단 세게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맞다, 와? 니는 누꼬?”

 “내 이정태다. 니, 영 깡패는 아니제?”

 놈이 제 이름을 말하고 처음 물은 말이 이랬다. 

 사연인즉슨 놈이 3년을 사귀고 있는 여자애에게 어느 넘이 편지를 줬다길래 읽어보니 너무 그럴 듯해서 그넘을 잡아서 족쳤더니 내가 써 줬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친구가 되고 싶어 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태놈도 무포 토박이라 봉필이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내가 봉필이의 친구란 것도 알았지만 영 깡패라면 글을 그렇게 잘 쓰지는 못할 거라고 믿고 왔다고 했다. 

 그림을 그린다고 밝힌 놈은 연합고사로 대릉에 있는 학교에 들어갔지만 재미가 없어 바로 때려치우고 내려왔다는 것이었다. 내년에 검정고시를 칠 거고, H대 미대에 들어갈 거라고 했다.

 내 방으로 들어온 놈이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제가 쓴 시 한편을 보여줬다(놈이 먼 길을 떠나고 나서 나는 놈의 모든 것을 파기했다. 내가 써 놓은 것들도 깡그리 파기했다. 나도 무위에 이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렇게 살아 있다. 이게 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청춘’이란 제목이었는데 억지로 떠올리면 일부는 이러하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여자,
  그
  붉은 속살 안에서
  한바탕 울고나면
  이제 
  우리들의 
  애처로운 청춘은 
  갈 길이
  보이는 것인가 

 다 읽고 난 나는 감탄했다.

 “야아, 이거 목마와 숙년데!”

 “나도 쓰면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우리는 생각이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 생각이 같은 친구가 생긴다는 것! 내 생각을 말하고 싶은 친구가 생긴다는 것! 우와아! 예쁜 여자애를 만난 것처럼 나는 설레고 있었다. 나는 놈에게 진짜 거시기를 해봤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목마와 숙녀‘에서 뱀이 청춘을 찾아가는 길목에 있는 두 개의 바위가 젖가슴인지 어딘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에게 확실한 것은 성욕 밖에 없었다. 어쩌면 열일곱 머슴애들은 성욕으로만 무장한, 갈 곳 잃은 테러집단이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놈은 그 막연한 불안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린 놈이 이런 시를 썼다고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하고 나무라지 마시라. 성춘향과 이도령은 열 여섯에 사랑을 완성했다. 이도령은 춘향의 뒤태를 보는 걸 즐겼는데 이는 여자의 뒤태가 주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알았다는 것이고, 업고 놀았다는 부분을 유추해 보면 남녀가 거시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둘은 알 거 다 알고, 할 거 다 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다. 1920년대 생인 울아부지는 열 일곱에 장가를 들었고(울할배도 열 일곱에 장가 들어서 서른 다섯에 며느리를 봤다), 울아부지의 친구 중에는 열 넷에 애를 낳은 넘도 있다. 그 시절보다는 훨씬 좋은 영양상태에서 자란 우리들이 아닌가 말이다. 사춘기에 성적인 관심과 욕망이 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태초에 인간들은 특히, 남자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대가리에 피’는 나올 때 다 말라서 나온다.


 ㅡ7편으로 넘어갑니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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