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20대 중반 여성이다. 길을 걷고 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는데 한 또래 여성이 지나가면서 "진짜 예쁘다!" 라 한다고 하자.
좀 뜬금없겠지만 내심 기분은 좋을 것이다.
자기보고 예쁘다고 하는데 누가 기분이 나쁘겠는가?
하지만 같은 말을 해도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
또래 남성이 지나가면서 당신을 향해 "너 정도면 예쁜 편이야." 라 한다고 하자.
전자는 예쁘다는 감탄사였지만, 후자는 당신의 외모가 어떠하다는 평가이다.
그 평가 결과가 후했으니 망정이지, 나빴다면 기분이 대체 어땠을까?
가령 이렇게 말했다면 말이다. "당신 얼굴 정도면 못생긴 편입니다."
아니, 이것은 얼굴이 예쁘다 못생겼다 했다의 문제가 아니다.
생판 모르는 남이 당신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례한 짓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을 평가할 때 반드시 둘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대상을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입장일 때 - 가령 당신이 면접관이거나, 혹은 고백받아서 그 사람에 대한 선호도를 말해야 할 때
혹은 대상이 그 자리에 없거나 들을 수 없을 때 - 그냥 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자를 보면서 옆에 친구에게 저여자 예쁘다고 하던지 말이다.
어떤 남성이 무차별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자기가 무슨 여왕벌인 마냥 모든 남자들한테 먹힐거라 생각하는 여자들, 진짜 비호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비호감이다. 왜냐면 누구도 이 남성에게 다른 어떤 여성을 평가할 권리를 주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보통은 남자가 여자들에게 구애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여성들은 이것을 종종 망각하는 것 같다.
사실 그래서 좀전에 베스트에 올라온 "연애 못하는 남자들의 특징" 이랍시고 정리된 짤을 보고 기가 찼었다.
"이런 남자들은 정말 별로다!"
음... 남을 평가하는 이런 이야기는 고백했던 그 남자한테만 하면 되지 않나?
왜 그런 짤을 만들어 게시해서는 인터넷의 불특정 다수를 모조리 평가대상으로 만드는 건가?
명심하자. 인간에게는 그 어떤 다른 인간도 평가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 같은 것이 없다.
그 사람을 평가하는 행위는 속으로만 하던가, 굳이 입 밖으로 꺼내겠다면 그 사람이 없을 때 해야 한다.
그 평가 대상이라는 것이 갑에 목메고 있는 을이라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을을 평가할 수 있는 권리는 을이 목메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권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