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은 그렇게 계속 병원에 누워 있자니 지루했다. 미영의 상태는 어디 다른 질병으로 누워 있는 게 아니라 어차피 시간이 흘러야 아무는 통증이라 누워만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는 말에 의사에게 죽어도 좋으니 집에 가서 쉬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럼 집에서 간호해 줄 사람이 있습니까?”
“네, 제가 하겠습니다. 딸과 손주가 죽었다 살아났으니 내가 평생이라도 간호해 주겠습니다.”
친정엄마는 죽었다 살아난 미영의 손을 꼭 잡고 의사 선생님께 간호하겠다며 다짐하셨다.
“우리 딸을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는 선생님과 대화 중에 몇십 번을 선생님께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드렸다.
“절대 산모가 일어나면 안 됩니다. 잘 먹어야 하고요, 피가 좀 생길 때까지 절대 머리를 들면 안 됩니다. 아셨죠? 한 달 정도 누워 있는 게 좋을 거예요.”
선생님은 친정엄마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엄마의 진심 어린 말에 믿음이 갔는지 의사는 사인을 받은 후 퇴원을 시켜 주었다. 엄마는 의사 선생님께 고맙다고 또다시 몇 번을 절을 했다.
미영은 일어나지 못하고 누운 채로 집으로 실려 왔다.
미영은 힘주어진다는 주사부터 시작해서 종일 주사를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양쪽 팔이 시커멓게 숯검댕이가 되어 있었다. 팔이 시커먼 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니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가 맛있게 끓여준 소고기미역국을 몇 숟갈 받아먹었다가 미영은 그만 욱하고 토해버렸다. 아무것도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물만 먹어도 토했다. 사람이 너무 힘들면 위가 뒤집어 진다더니 위가 도저히 음식을 받아들이질 못하고 있었다. 친정엄마는 애간장을 태우시며 어찌할 바를 모르시고 안절부절 하셨다. 그러나 남편은 정작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미영으로선 못내 서운했다.
미영은 애를 낳다 죽다 살아왔으니 남편에게서 한마디는 듣고 싶었다.
미영아, 너무 힘들어서 어떡해? 애 낳는 게 이 정도로 힘든 건 줄은 몰랐어, 라는 한마디는 해줄지 알았는데 그냥 밥을 못 삼켜도 걱정스러운 눈빛도 없이 오히려 애 낳는데 참, 유별도 하다, 는 씁쓸한 표정으로 데면데면했다.
미영은 산고 통으로 죽어가면서도 이렇게 생각했었다.
‘혹시 나만 죽고 아이만 살아나면 남편이 혼자 아이를 키우려면 얼마나 힘들까?’
미영은 자신이 죽어가는 건 운명이려니 하면서 남편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고 오직 남편을 걱정하면서 죽어도 살아야 한다고 기도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차가울 수가 있는지 미영의 머리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혼 전에 남편이 별도 달도 따준다던 남편의 말을 다 믿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몹시 서운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엄마가 입맛 돋우라면서 사 온 딸기를 보자 하나 먹어도 토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미영은 딸기는 몇 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딸기가 싱싱해서 사 왔는데 딸기 좀 먹어보련...”
엄마는 미영이 며칠째 먹기만 하면 바로 토하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애원하듯 싱싱한 딸기를 보여줬다.
친정엄마는 새로운 음식으로 어떻게든 막내딸의 입맛을 돋워 보려고 매일 무언가를 사 들고 오셨지만,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 나 딸기는 몇 알 먹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래? 그럼 얼른 씻어올게.”
엄마는 아무리 정성스러운 음식을 해줘도 미영이 뭐든지 못 먹겠다며 입덧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저어 속상해하시다가 미영이 갑자기 눈에 생기를 보이며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세상을 다 얻은 듯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부리나케 부엌으로 가서 딸기를 한 접시 씻어오셨다.
딸기 하나를 손에 들고 아주 조금 콩알만큼 베어 물었다. 갑자기 입에 군침이 돌며 입안이 뻐근했다. 입안에서 살살 녹인 다음 조심스레 위로 넘겨 보았다.
세상에! 토하지 않고 위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하나를 다 먹고 다시 하나를 조심스레 또 조금씩 베어 물어 입안에서 녹이다시피 해서 넘겨 보았다.
그렇게 다섯 개 정도를 먹어도 토하지 않고 위가 받아들이자 미영을 조심스레 바라보시던 친정엄마는 그만 얼굴의 주름을 타고 흐르는 가는 눈물이 아닌 주름을 타고 흐르지 않을 정도의 무거운 눈물 줄기가 쭉 하고 흘렀다. 아니, 볼을 타고 흐를 시간도 없이 눈에서 바로 방바닥으로 낙하했다.
“아이고 우리 막둥이! 이제 살았구나! 살았어!”
미영은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딸기를 받아들인 위는 잠시 후에 이제는 미역국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밥도 조금씩 받아들였다. 위가 다시 아기를 낳기 전의 예전의 정상적인 위로 활기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엄마가 끓여준 맛있는 미역국을 하루에 다섯 끼를 먹었다. 입맛이 돌아오고 위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이자 살 것 같았다. 미영은 젖도 잘 돌았고 그리고 모유수유를 해서 그런지 몸매도 처녀 몸매로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로 가지 않아서 좋았다.
아파 누워있을 땐 살이 쪄도 좋으니 밥을 먹고 기운 좀 차리고 싶더니 밥을 잘 먹게 되자 살찌게 될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긴 했었다.
다음 회에서 만나요.
제가 오늘은 푸치니 오페라 잔니스키키중 [ O mio babbino caro .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불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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