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다.
지인의 오두막에서 묵을 겸, 술자리 벌이던 어느 밤이었다.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하러 가보니, 숲속으로 허연 것이 빨려들어가더란다.
더러운 붕대 다발이었다.
마치 투명한 통에 감겨있는 것처럼, 천이 빙빙 감겨 하늘에서 흔들흔들 떠돌고 있었다.
허나 오두막에서 새어나온 빛 사이로 잠시 보이던 그것은, 곧 나무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무슨 일이야?]
뒤를 보니 오두막 주인이 안주를 손에 들고 창고에서 나오고 있었다.
괴상한 걸 봤다고, 지금 본 걸 이야기했다고 한다.
오두막 주인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꽤 옛날 일이지만 말야, 이 오두막 옆에 웬 원숭이가 쓰러져있더라고. 나이도 먹을대로 먹었는데 상처가 엄청 심했어. 무리에서도 포기하고 내쫓았겠지, 아마.]
회한에 젖은 듯, 그는 말을 이어갔다.
[무심코 동정심이 일어서 치료를 해주고 붕대도 감아줬어. 한동안은 오두막 근처에서 머물다가, 상처가 나으니까 쓱 사라져버렸어.]
[뭐, 야생동물이라는 건 대개 그런 법이지.]
[그런데말이야, 그놈은 다 나았는데도 붕대를 벗으려 하질 않더라고. 그리고 매년 치료를 받았을 때 즈음에 꼭 답례를 하러 찾아와.]
그리고는 현관을 열어젖혔다.
문 바로 앞에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과일과 버섯이 얌전히 놓여있었다.
원숭이가 은혜를 갚는건가.
신기하면서도 훈훈한 기분에 잠겼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단다.
붕대는 분명히 보였는데 왜 원숭이는 안 보인거지?
[말했잖아, 한참 전 일이라고. 애시당초 늙은 원숭이였으니 죽은지도 꽤 됐어. 네가 본 건 살아있는 게 아니라고.]
오두막 주인은 한참동안 숲속을 바라봤다고 한다.
[솔직히 이제 은혜갚기는 충분하니 성불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말이야.]
외로운 듯, 그렇게 말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