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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과 삼양, 그리고 MSG
게시물ID : sisa_78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송
추천 : 2
조회수 : 1328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0/02/03 11:31:05
두가지 얘기입니다. 하나는 라면을 주 상품으로 하는 두개의 기업에 관한 이야기이고, 하나는 라면에 들어간다는 MSG 관련 얘기입니다. 특별히 어떤 결론을 내리는 글은 아니고, 이런 측면도 있다는 정보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먼저, 라면에 대한 얘기가 끊임없이 신문기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농심과 삼양이라는 두 기업에 관한 평가도 줄을 잇고 있군요. 

가장 최근에 벌어진 사건은, 밀가루등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자 재빨리 라면값을 올렸던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면값은 안내리다가 마지못해 조금 내린 일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기업에서 상품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얘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전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을 결정하는 얘기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습니다. 특히나 라면의 경우 거의 독점에 육박하는 과점상태의 상품이기에 농심 정도의 점유율이면 가격을 맘대로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면 의미있는 수준의 점유율 하락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여론을 관리하면서 가격을 조절하게 됩니다. 

농심측에서 밀가루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원가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 하락이 곤란하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다가 삼양이 앞장서서 가격을 인하하면서 여론을 주도하자, 뒤늦게 소폭의 가격 인하를 결정한하게 된 것이 이런 가격 결정의 메카니즘이 작동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여기서 삼양이 앞장서서 가격을 내렸으니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며, 농심은 악의 무리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죠. 

과거 라면 시장을 개척했던 기업이 삼양이지만, 후발주자인 농심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우지파동이 그 전환점이라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우지파동이 벌어지기 몇년전에 이미 농심은 업계 최고의 점유율을 확보했었습니다. 즉, 우지파동은 내리막길에 있던 삼양을 더 곤경에 빠트린 것이지, 업계 최고의 삼양이 우지파동으로 몰락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지파동에 관련된 음모론(청보라면,이순자 관련)은 확인할 길이 없는 사건입니다. 제 생각에는 우지파동은 결국 또 하나의 쓰레기 만두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삼양은 완전히 몰락하지는 않고 다시 회생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부동의 1위는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입니다. 거기에 라면은 무시못할 수준의 수출상품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농심과 삼양은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기업이 됩니다. 

그 둘 모두 기업입니다. 기업은 본인들이 원하던 원치않던 이윤을 추구하게 되어 있고, 이게 실패하면 사라지게 되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러나 기업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는가에 따라 기업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게 되기 마련입니다. 현재의 삼양은 업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농심을 공격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여론 호응이라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독점적인 권력을 가진 농심에 비해 여론에 더 관심을 가지고 발빠르게 호응을 함으로써 일정정도 시민들에게 보다 친숙한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이번 가격인하에서도 농심은 고민을 하고 삼양은 먼저 실행을 한 관계로, 농심보다 더 우호적인 여론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그 둘 모두 기업이고, 그들의 행동은 단지 마케팅 정책의 일환일 뿐, 실질적으로 시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거나,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거나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그 둘중 하나는 천사이고 하나는 악마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양쪽 회사에 대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결론이 될 수 있습니다. 

MSG 문제 역시 시원한 결론이 나지 않는 얘기일 뿐입니다. 라면에 MSG를 넣고 있는데, 삼양이 많이 넣는지, 농심이 많이 넣는지, 이 문제를 따져보기 전에, MSG 자체가 과연 어떤 물질이고 실제로 얼마만큼이나 인체에 해로운지를 살펴보는 것이 앞서야 되겠죠.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링크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약간 편향된 점도 없지않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자료들을 다양하게 수집해놓은 MSG에 관한 연작물입니다. 

http://mogibul.egloos.com/1544733

제가 내린 결론은 MSG라는 물질은 원래 천연물로써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수시로 섭취하던 물질입니다. 그것을 동일한 분자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합성해 낼 수 있고, 그것을 조미료 개념으로 식품에 넣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어떤 "알 수 없는" 효과를 발휘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보고되었고, 그 문제점들이 학술적으로 재현되거나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사전 예방주의에 입각해 사용량이 통제되고 있는 물질이라는 것입니다. 

MSG를 먹으면 확실히 나쁜가? 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모른다가 맞습니다. 

위의 링크에 나오는 중국집 신드롬도 그렇고, MSG에 대한 과민반응 얘기도 그렇고 MSG에 연관된 각종 믿음들은 사실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유행에 가까운 얘기가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것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먹는 식품들에는 합성착향료나 합성색소가 많이 들어갑니다. 이 물질들은 나름대로 기준을 지켜 사용하면 안전하다는 과학적 관점에서 허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물질들의 위험성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까지 밝혀진 위험성에 비해 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한 물질들입니다. 

결국 시간이 좀더 지나면 합성된 MSG의 위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MSG 와 라면에 관한 문제만을 보더라도, "완벽하게 옳은 결론"은 절대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쉽게 판단해서 어느 한쪽을 "극단적으로" 지지하는 식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행동은 조만간 틀린 행동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좀더 냉정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세상에 믿을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며, 절대 행동은 못하겠네~ 하는 얘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만사 양비론의 폐해입니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양측의 의견이 충돌할 때,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상대적으로 어느 한 쪽이 옳다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어느 한쪽을 극단적으로 숭배할 일도 없고,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무시하고 비난해서도 안되지만, 확실하게 어느 한쪽이 상대적으로 올바르다, 라는 결론을 내리면 된다는 것입니다. 답답하고 뜨뜻미지근한 얘기지만, 그게 옳은 것입니다. 

그래도 소비자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한발 앞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삼양이 여론을 상대적으로 더 무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농심보다는 상대적으로 옳은 겁니다. 그러니, 농심 신라면 안 먹고 삼양라면 먹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상대적으로 옳은 것입니다. 

MSG는? 그 문제는 일단 현재로써는 잘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니 학계의 발전을 좀더 지켜본다음 결론을 내리도록 유보하는 게 맞습니다. 그 전까지는 좀 께름직하니까 별로 먹고 싶지는 않다는 정도로 태도를 유지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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