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요즘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대쉬하고 있는 교인 중에 경석이가 떠올랐다.
‘그래? 경석이 정도면 내 순결을...?’
인생은 타이밍이라지 않던가? 미영은 섹스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은 불같은 호기심의 타이밍에 경석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미영이랑 사귀고 싶어하는 남자들 중엔 경석이보다 훨씬 멋진 애도 있었지만, 사귀려고만 하면 허겁지겁 스킨십을 하려는 느끼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남자들이 겁이났다.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하에 바로 쌀쌀맞게 굴었고 남자들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떠나곤 했던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이 나면 남자들은 다 이렇게 말하며 떠났다.
‘그림의 떡이네!’
미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순결을 지켜냈다는 뿌듯한 마음에 몸을 구한 것이 마치 독립운동을 해서 나라를 구한 것처럼 뿌듯했다.
‘그래, 경석이랑 느껴보자! 경석이는 어차피 목사가 뜻이 있으니 사귀다가 인연이라면 결혼을 해도 되고!’
미영은 경석을 떠올리자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혼자 있을 때마다 혜영이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오르가즘이란 단어와 그 외 친구들이 부끄럽다는 듯 조심히 들려줬던 남자친구와의 섹스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맴맴 돌며 미영도 이제 성 경험의 호기심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아니 솔직히 머리가 터져 나갈 듯 호기심이 일었다.
‘내가 너무 그동안 남자를 내외했나?’
혼전 순결을 목숨처럼 지키려 했던 미영은 살짝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미영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어려서 미영의 집안 분위기는 새벽이면 아버지의 인도하에 엄마와 형제들과 동그랗게 둘러앉아 하루도 빠짐없이 가족 예배를 보았고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나는 가정에서 평일 날은 학교 가고 주일날은 교회 가서 하나님을 찬양했다.
남자와 혼전 관계를 하는 것은 마귀들의 유혹 정도로 생각했고 미영 자신은 고고한 한 마리의 학처럼 순결한 상태로 부모님이 원하시는 기독교 대학을 나와 목사를 준비하는 남자와 선을 봐서 목사 사모님이 돼야 한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원하는 목혜자 사위를 만나는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 말이다.
천사들이 하얀 옷을 입고 찬양하듯 미영 자신은 일반 사람과 다른 차별화된 선택받은 주님의 딸이라고 생각하며 일요일엔 하얀 가운을 입고 성가대에서 소프라노 파트인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
어려서부터 친척들이나 교인들이 미영을 보면 모두 하나같이 예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곤 했었다.
교인들은 미영의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생긴 것도 인형같이 예쁘게 생긴 데다 애교도 많고 노래까지 잘하니 따님이 얼마나 자랑스러우시겠어요?”
그러면 부모님은 활짝 좋아하시며 웃곤 하셨다.
어려서부터 그런 모습으로 지켜봐 주시는 교인들로 인해 부모님은 더 목사를 사윗감으로 맞이해야 된다는 것을 미영에게 각인시키셨고 미영 자신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미영아, 너의 찬양은 예사로운 찬양이 아니다. 하나님이 그런 목소리를 주신 데는 다 하나님의 큰 계획이 있으신 거니까 너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오직 목사 준비를 하는 남자를 만나 하나님의 사명을 따르는,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야 한다. 알았지?’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는 지휘자가 미영에게 솔로를 맡길 정도로 미영은 찬양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구성진 음색과 폭넓은 성량을 가졌기에 교인들의 결혼식 때는 축가도 도맡아 했었다.
거기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칸타타 때에는 언제나 지휘자가 미영을 솔로를 시켰고 미영이 솔로를 하는 날엔 교인들은 눈물까지 흘려가며 흐느끼곤 했었다. 예배가 끝나면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교인들은 한목소리로 칭찬 일색이었다.
‘대단한 감동적인 찬양이야! 예수님이 너의 찬양을 들으셨는지 오늘 우리 교회 안에 예수님의 은혜가 충만했다니까! 안 그렇습니까? 성도 여러분!’
교인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럴 때마다 미영도 신이 났었다.
미영이 대학생이 되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미영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순결 따윈 개나 줘버려야 한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친구와의 잠자리를 들먹이니 미영은 처음엔 자신이 외계에서 온 여자 같았다.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
그런데 섹스 얘기를 자꾸 듣다 보니 언젠가부터 미영의 깊은 어느 곳에서부터 그런 호기심이 발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섹스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순결을 잃는다고 해서 부모님이 아실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다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문제긴 했지만, 미영의 강력한 호기심은 20년이나 믿어왔던 하나님을 이기고 말았던 것이다.
언제부턴가 일요일은 교회만 가야 하는 집안 분위기가 살짝 지겨워지고 있었다. 친구들이 주말에 어디 놀러 가자고 해도 교회를 가야 해서 안 된다고 했던 것이다. 일요일에 남자친구랑 산에도 가고 바닷가도 일박이일로 다녀오는 친구들이 부쩍 부러워지고 있었다.
미영은 무언가 종교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일요일에 주일을 지키지 않는데도 하나님이 벌도 주시지 않는데 난 20년이나 주일을 지켰으니 한 번쯤 주일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설마하니 나를 벌을 주시진 않을 거야. 만약 한 번쯤 하나님을 외면했다고 벌을 주시는 하나님이라면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그건 너무나 야속한 하나님이지 않을까?’
미영도 이젠 성인이 되었고 육체적으로도 훌륭하게 발달 되어 있었던 터라 이제 슬슬 몸이 남자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가 없는 몸이 된 미영은 슬슬 하나님에게 질문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하나님 경석이는 하나님이 아끼는 하나님의 아들이니까 제가 그나마 순결을 하나님의 아들에게 주는 건 그래도 괜찮은 거죠?’
다음 회에서 만나요.
제가 네이버에 창작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유튜브에 올려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