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엄간지, 190820)
잘 열지 않는 낡은 서랍에, 작은 봉투 하나.
호랑나비 사진관.
찍습니다.
이제 취업을 준비하겠다며 찾아간 노량진의 작은 사진관.
굳은 표정에 부릅뜬 눈. 어색해 하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한없이 웃고 있었지.
웃지 말라는 너의 투정. 너의 그 어색한 투정마저 좋았을까.
아저씨 뒤에서 웃는 나를 보며, 살짝 보이는 너의 덧니가 묻은 미소
그 해, 초여름.
작은 골목을 뚫고 지나온 저녁 볕. 능숙한 사진사 아저씨 등 뒤로 듬성히 떠다니는 먼지.
잔잔히 들려오던 카페에서의 음악소리. 나지막하던 사진 인쇄 소리.
네 머리에 합성된 어색하리만큼 단정한 머리가 웃겨 한참을 웃는 우리에게
보기 좋으시네요. 추억으로 두분 한 장 찍어 드릴게요.
찍습니다.
잘 열지 않는 낡은 서랍에, 작은 봉투 하나
호랑나비 사진관.
보기 좋은 우리.
추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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