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얘를 키우는 게 아니고, 얘가 나를 키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만 먹었지 철없던 제가 아버지가 되면서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 와이프와 약속한 게 있는데, 저는 매일 아이에 대한 일기를 쓰고 와이프는 매일 아이 사진 한 장씩 꼭 찍어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데, 지난 16개월의 일기를 다시 보니 아이 때문에 웃었던 일도 아이 때문에 눈물을 흘린 일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미소를 지으면서 편하게 읽지만 100일 전까지 아이가 잠을 잘 자지 못해 수면인형도 사보고, 물소리도 내고 어플을 이용도 해보고 했지만
결론은 시간이 해결해줬습니다. 신기하게 100일이 지난 뒤부터는 알아서 잘 자더라고요. 지금은 졸리면 알아서 혼자 눕고 재워달라고
자기의 가슴을 톡톡 칩니다. 옆에서 뽀로로 노래 10곡만 불러주면 이쁘게 잠들고요. 단 뽀로로 톤으로 불러야 해서 부르고 나면 목이.. 켁켁..
선배 아빠, 엄마들이 말해줬던 "아이는 잘 때가 가장 예쁘다." 이 말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요도하열 판정을 받고 수술할 때 많은 아픈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그러듯 저도 차라리 내 몸에 이상이 있고, 내가 수술대에 대신
누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신마취하고 수술을 한 뒤 1시간 정도 울려서 가래나 기도의 막힌 부분을 뚫리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아이의 등을 두들기며 제가 더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래도 아이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되고 (좀 더 클 때까지 지켜봐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정상이라고 합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는 아이에게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가장 고마울 때는 할아버지, 즉 저희 아버지에게 '살아야겠다' 라는 희망을 줄 때입니다.
현재 저희 아버지는 암 말기 환자입니다.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이제 혼자의 힘으로 걷지도 못하시고, 항암 약의 부작용으로 손끝, 발끝의 감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손자를 볼 때면 아버지는 원조 슈퍼맨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아빠보다 할아버지를 더 좋아하는 손자를 보면서 아버지는 힘든 항암치료와 부작용이 많은 항암제도 견디시면서 아이 돌잔치 때까지는 살아야지 하시던 아버지의 꿈은 이제 "우리 은우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살아야지"로
바뀌었습니다. 아들을 이용해서 효도하는 불효자이지만, 아버지 대신 할아버지에게 살고 싶은 의지를 선물해주는 아들이 대견할 뿐입니다.
매일 육아 게시판의 글을 읽으면서 육아에 대한 정보도 얻고, 아버지로서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합니다.
글을 읽다 보면 육아에 지치신 분들도 아이가 아파 걱정이신 분들도 그리고 엄마, 아빠들의 따뜻한 글들을 보며 '다들 열심히 부모가 되어가는구나!'
를 느낍니다. 제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신 아빠, 엄마 모두 힘내세요!
우리에게는 "엄마, 아빠" 가 세상에서 최고인 우리 아이들이 지금도 당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출처 |
퇴근 후 만날 와이프와 아들을 생각하고 있는 월급 루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