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활동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10년 간 매일 매일 오유를 드나들었습니다.
일베를 혐오하고 새누리당을 혐오합니다. 새민련은 싫어합니다.
황석영 소설을 좋아하며 언론은 미디어스, 경향 등을 봅니다.
몇시간 전에 '오유는 선이고 일베는 악일까요?'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글의 내용이 '일베는 나쁘지 않다. 그들과 대화해야 한다'가 아니였는데 리플들은 '일베와는 대화할 가치도 없다'의 내용들이 달렸더라고요.
아무래도 제목을 생각 없이 정했던 것 같습니다. 제 실수입니다.
뉘앙스의 차이로 잘못 전달된 제 생각을 정정하고 요약합니다.
오유는 똘레랑스(관용)가 없습니다. 나와 다르면 틀린 거고 배척합니다.
앞의 글에서도 말했듯 '일베와 대화 하자'가 아닙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온전히 이해는 못할 망정 최소한 '들어는 주자' 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일베를 견지한 주장이 아닙니다. 대화가 가능한 상대와는 합리적 논쟁을 펼쳐야 한다는 겁니다.
한겨레 기자인 고명섭이 지은 '지식의 발견'에서는 똘레랑스의 원리를 '인간의 완전함에 대한 부정', '폭력을 거부하는 이성적인 토론과 설득'으로 재인용하면서 똘레랑스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마찰함으로써 빛이 나는 부싯돌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쉽지 않은 태도입니다. 그러나 마찰하지 않으면 결국 같은 성질의 돌맹이만 남습니다.
부딪히고 싶지 않은 건 인간의 본성입니다. 듣기 싫은 건 '반대' 버튼을 눌러 눈 앞에서 없애버리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글을 올리겠다고 마음 먹게 된 사례 중 하나입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혹에 대해 어떠한 반응이 달렸는지요.
베충이라느니 알바라느니 분탕질 쩌는 새누리당과 같다느니 검찰이라느니 국정원이라느니
하나의 단적인 사례이지만 정말 '궁금해서' 또는 '야당 또한 잘못했기에' 올린 회원들은 가차없이 일베로 몰아지고 차단됩니다.
누군가 오유를 反보수적이다, 진보적이다 라고 하면 참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정치적으로 보지 말라. 우리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것이다.' 라고 말하죠.
그러면 합리적으로 제기된 의문들이 맞든 틀리든 합리적으로 다뤄야죠. 상대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간에요.
합리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처럼, 야당에 대한 의혹에도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더 폼나지 않겠어요? 친야당 리플에 '네다홍'을 남발하는 일베와 '네다충'으로 대화 거부하는 행동들 보다는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얼마 전 '새터민은 왜 보수적인가'를 주제로 다룬 기사에서 새터민의 인터뷰 내용이 참 와닿았습니다.
받아주니까요. 돌봐주니까요. 진보 진영은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안내밀고 오히려 종북 딱지 붙을까봐 멀리하는 데 보수 측은 그와 반대다 이겁니다.
마음을 크게 먹고 일베의 글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왜 일베를 시작했냐에 대한 글이였는데 놀랍게도 오유에서 넘어간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평소와 다른 생각의 글에 생각을 말했는데 폭풍 반대에 일베,충이니 뭐니 린치에 가까운 언어 폭력을 당하고 화가 나서 일베로 왔다'
지금 그 많은 반대에 의해 차단된 사람들 중 몇명이나 진짜 일베였을까요. 그리고 정말 일베로 거처를 옮긴 회원은 얼마나 될까요.
노파심에 다시 말합니다. 일베로 넘어간 회원들과 대화 하자는 거 아닙니다.
자본주의가 뭐고 민족주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일베올로기에 선동 된 사람들하고 대화 하자는 거 아니고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오유는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